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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그 작가 - 우리가 사랑했던
조성일 지음 / 지식여행 / 2020년 3월
평점 :
제목에서부터 정감이 묻어난다. 그리고 보고 싶다. 우리가 사랑했고, 한국 문학을 대표하던 분들이 한 번쯤 회자되는 것은 문학사에도 큰 족적이 될 것이다. 현세의 작가들이야 많은 지면을 통해 인터뷰되고, 글들이 지속적으로 게재되겠지만 우리가 존경하고 자주 읽고 느꼈지만 세상과 이별한 작가들을 꾸준히 생각하기란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조성일 저자께서 만난 28명 작가의 소환은 반갑고도 흥미로우며, 독서열을 불러일으킬만한 내용들이 풍성히 담겨 있다.
첫 번째 저자가 만난 작가는 '별들의 고향' 최인호 작가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던 작가이자 70년 대 청춘의 아이콘으로 동명 소설의 영화와 드라마 작업이 상당수 진행되었던 이야기꾼이었다. '깊고 푸른 밤', '고래 시냥', '상도' 등 상업성과 호스티스 문학이란 폄하도 있었지만 그만큼 대중적인 인지도와 사랑도 많이 받은 작가였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이자 아직도 생존해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드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짧지만 강렬함이 묻어나는 작품과 작가의 인간적 이야기들이 과거를 회상하게끔 하는 감성을 자극한다.
국민 애송시 [꽃]으로 유명했던 시인 김춘수.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40대 이후의 독자들은 김춘수 시인을 비롯해 유치환, 김수영, 신동엽에 이르기까지의 시인들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 김춘수 시인은 개인적으론 서정적 느낌의 작품을 많이 쓰셨다는 생각이 드는 건 [꽃]의 여운이 강렬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유일한 라이벌이라 느꼈다는 김수영 시인과 같은 시를 쓰고 싶으셨다는 말에, 그것만은 아니셨겠구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자신의 모자 사건으로 인해 경북대에 사표를 던진 일화만 봐도 알 것 같다.
너무나 사랑하고 존경받던 작가가 계셨다. 그 이름이 바로 박완서 선생님이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로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 작가이다.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작품 자체가 그녀의 일생이며 성장을 그린 삶이 모티브가 된 이야기가 많았다. 독자인 나 또한 파란만장 한 개인의 생과 가족사를 글로 읽으며 공감하고 마음 한편 이 아려오던 기억이 남아 있다.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은 우리 부모님의 정서, 대한민국의 격동기를 살아 간 세대들의 대표성을 띤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영원한 고전으로 남길 희망한다.
시인 기형도, 자세히 모르지만 이름은 너무도 익숙하다. 이러한 시인이 젊은 나이에 뇌졸증으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첫 시집을 출간하기도 전에 요절한 시인. 그것이 그의 운명이었을까? 그의 시집은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현재까지 많은 독자, 시인들이 사랑하고 애송하는 시작으로 남아 있다.
저자의 말처럼 기자로부터 시인에 이르기까지 짧지만 굵직한 인생의 시인 기형도. 그의 시는 오늘도 꺼지지 않고 사람 사이 안개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같다.
자유를 갈망하며 진실을 외치던 '풀'의 시인 김수영, '서편제', '축제'등을 비롯해 가장 한국적인 소설을 바탕으로 국내 소설의 네임 밸류를 세계에 알린 소설가 이청준에 이르기까지
익숙하지만 잊고 살았던 많은 작가들의 이야기와 삶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독서의 시간이 지속되었다. 요즘 많은 책들, 특히 자기 계발서 등이 독서가의 베스트셀러 1,2위를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시대를 빛낸 이야기꾼들, 역사와 시대를 반영하는 인생작들을 창작해내신 작가분들의 지나온 명작들을 읽으며,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보는 것도 분위기 반전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잘 모르던 작가들의 일생과 작품,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속 깊은 그들 생애의 이면엔 둔감했던 내게, 책 읽기 필요한 또 다른 꼭짓점을 찾게 해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최인호 작가를 시작으로, 천재라 불리던 이상 시인, 조병화 시인에 이르기까지 짧지만 굵직한 전기와 작품들을 솔직하게 만나보는 독서의 시간을 마련하길 바란다. 이 책을 계기로 이 작가분들의 대표작 한두 권쯤 만나보는 것도 행복한 책 읽기가 되지 않을까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