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 - 기시미 이치로의 방구석 1열 인생 상담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환미 옮김 / 부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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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얽매이지 말기 위해 지금 노력하며 미래를 준비한다. 저자는 제목과는 상반되게 과거 자체를 지우기보다 이를 발판 삼아 한 발 더 나아간다는 의미로 제목을 정한 것 같다. 역사가 그러하듯 나란 사람의 과거에 좋았든 싫든 기억들이 종합되어 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설계라 여겨진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기시미 이치로의 심리서라 더욱 반갑다.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치유받았다면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독자들 모두 한층 더 성숙해질 기회를 만들어주는 작품이면 좋겠다.

이 책은 영화의 이야기를 소재로 접근하는 심리 서적이라 더욱 흥미롭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 완성된 작품인 만큼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영화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1관 연인과 부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풀어가는 우리도 사랑일까, 가족과 부모에 대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개인의 인생을 논하는 행복을 찾아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내일을 위한 시간. 사회 속 인간관계를 다룬 타인은 지옥이다.

라는 다섯 가지의 구성으로 정리해 있다. 기존 기시미 이치로의 작품처럼 대화 형식의 작품이라 익숙하다. 영화를 감상하듯 편하고 즐겁게 책을 읽으며 내일을 준비하는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철학자와 영화 속 인물들의 대화, 무척 흥미롭지 않은가? 자신의 걱정 혹은 근심과 과거의 아프고 처절했던 기억을 가지고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자. 하나의 과정을 통해서 불행이란 터널을 극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봄날은 간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면 늘 회자되는 작품이다. 주인공 상우(유지태 분)와 철학자의 대화에서도 서로가 바라보는 사랑의 관점. 과거와 지금, 미래라는 시간이 화두로도 등장한다. 우리 연인들은 사랑이라 하면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데 간혹 과거를 들추거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기 상조일 만큼 미래를 계획한다. 사랑은 쌓여가면서 다면적으로 변할 수 있다. 사랑을 지속적으로 강요하고 내일만 생각하면 지금이란 존재하기 힘들다. 과거 또한 그 틀에 얽매이다 보면 현실조차 딛고 일어서기 힘들다. 지금에 충실하는 것,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랑이 연인과 부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상우와 은수(이영애 분) 각자의 입장에서 사랑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에 집중하게 된다. 이런 대화식 구성, 대담 느낌의 이야기가 더욱 몰입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사랑 또한 확실한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해 간다. 두 사람이 아무리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해도 그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중략

최선의 이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평상시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는 '미래'가 필요 없다. 그게 바로 사랑이다.'

과거라는 기억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의 사랑에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시간이 쌓여가면 미래의 사랑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미래란 현재가 누적되어 해결해 주는 답이므로 나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연인 혹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런 사랑이야말로 세월이 흐른 뒤 연인, 가족으로 뭉쳐진 관계 안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맞이할 수 있는 충분한 사전 준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잘못을 부모의 영향으로 돌리지 맙시다.'

영화 똥파리는 제목처럼 똥파리 같은, 아니 그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제작했던 양익준 감독도 전세 자금까지 빼서 모든 걸 바쳐 만든 작품이라니 무엇을 더 이야기해봐야 소용없는 사설이 될 것이다.

폭력이 심한 가정에서 자란 상훈(양익준 분)은 채무자의 빚을 받아주는 난폭한 생활로 생계를 이어간다. 윽박지르고 힘으로 군림하던 그에게 어느 날, 당당히 맞서는 십 대 청소년을 대면하게 된다. 힘을 사용해 주변을 제압하던 그에게 힘이 아닌 무언가에 이끌려 폭력과 잔혹성이 아닌 대안적 삶을 꿈꾸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철학자와의 상담을 시작한다. 부모에게 학대를 받거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모두 어긋난 길을 간다? 그것도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주관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똥파리'의 상훈처럼 하나의 상징적 계기도 중요하다. 이는 과거의 틀을 깬 경우이다. 과거에 너무 매몰되다 보면 현실 앞에서도 무너지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문제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 한다. 과거의 사랑도 행복도, 학대도, 슬픔과 아픔도 애써 기억하려기보다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현재의 상태가 최선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현재의 상황에 맞게 과거에 사용했던 불확실한 의사소통과 언어 등을 바꾸어보는 것도 과거를 지우는 좋은 방법이라 하니 꼭 활용해보길 바란다. 예를 들어 과격한 단어를 사용했다면, 상대에게 안부를 먼저 건네는 행위. 처음에는 다 어색하지만 뭐든지 습관이 되면 익숙해짐도 잊지 않기를.

'경쟁자가 있어도 좋겠지만 그렇다고 경쟁할 필요는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상대에 대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 시인 윤동주가 열등감을 느꼈다니? 생각조차 하기 싫지만 영화 '동주'를 본 관객이라면 그의 사촌 송몽규의 천재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시를 쓰는 것을 좋아한 동주는 시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자괴감과 함께 철학자와의 대담을 나눈다. 늘 앞서가는 사촌 몽규 앞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서일까? 그럼에도 그의 시는 자신이 생각한 만큼 쉽게 쓰인 것이 아니라 조국을 그리워하는 정신이 은유적으로 강하게 담긴 힘이 있다.

그런 면에서 동주와 몽규는 선한 동반자였고, 각자의 상황과 입장에서 조국을 위한 독립 투쟁을 한 것이다. 즉, 서로 비교하지 말자. 개개인의 과거가 어떻고 현재가 이러하다는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니 망각해도 좋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 오리지널 작품을 출간한 기시미 이치로의 노고에 감사를 전한다. 또한 잊힌 작품을 철학적으로 다시 꺼내어보고 읽어볼 수 있는 독서의 시간이라 두 배의 기쁨이 느껴진 것 같다. 나쁜 과거의 기억을 일방적으로 지우기보다 현재를 디딤돌 삼아 미래로 나아가는 흔적의 통로로 삼길 바란다. 그것이 저자가 원하는 진정한 '나쁜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의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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