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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은 이해 못하는 70년생 부장님의 회심의 한마디 “라떼는 말이야” - 어느 90년생의 직장생황 1년 보고서
조기준 지음 / 활자공방 / 2020년 2월
평점 :
‘자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때......‘
경청과 조화와 화합이 묻어나는 세대를 희망하는 작가의 바람이 ‘스토리 텔링화‘되어 보다 빠르고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프롤로그부터 90세대와 소통하려는 노력, 하지만 70세대의 어쩔 수 없는 말투가 묻어 나오는 저자의 글에 공감과 미소가 동시에 발사된다.
세대 차이를 모르던 내게도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공감대 형성의 교본이 되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최근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에 이어 세대 공감과 관련된 책에 푹 빠져 보는 계기가 마련된 듯하다. 그만큼 세대 간의 불통과 조화가 지금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90세대의 직장 진출기. 축적되어 온 스펙이 당연히 사회에서 인정될 것이라 믿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취업에 성공했으나 세대 간의 갈등 더하기 직장 생활의 위계질서에 조금씩 함몰되는 느낌이다. 아직도 꼰대들이 넘쳐나는 21세기에 90세대가 선택한 것은 개인주의가 바탕이 된 ‘내가 아니면 말고‘이거나 꼰대들의 지시나 강압적인 상황에서 적절한 쿨함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일 수 있다. 주인공의 에피소드 끝부분에 부록처럼 등장하는 우리 역사 위인들의 명언이 보약 같다. 우리가 지금-각 세대별로 말이다-어떻게 세대 간의 갭을 조금이나마 줄여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해결해갈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90세대가 과연 이전 세대와 다른 삶으로 자신의 회사 생활을 개척할지, 아니면 조직 사회에 묻어가는 일원이 될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호기심을 더하게 하는 작품이다.
‘인간적으로 다가가 그의 마음까지 공유하자.‘
유대 철학자 부버의 예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와닿는 문장이다. 부버 역시 인간 간의 만남을 중요시했다고 한다. 단순한 만남 이상의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태도, 이것도 세대가 서로 간의 간극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자신의 일 외에 능동적인 행태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평생직장이 그냥 개인의 직업이 되고, 회사의 부속품이 아니므로 적절한 선을 그어야 하며, 인권이 강화된 만큼 스스로의 존엄도 지켜야 하는 시대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유익한 것은 공유하고 공감대를 넓혀주는 것도 좋은데 이것이 또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부버의 ‘마음까지 공유하자‘라는 의미는 깊이 새겨 보며 고민해 볼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어느 한 곳에 매몰되지 않고, 주체성을 찾아가며 마음으로 공유하는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도 이 시대에 한 인간상으로 존재해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삶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90년대생이 직장 생활에 적응해 가는 것인가? 세대를 떠나서 모든 직장인의 초년 시절은 비슷하지 않을까? 여길 다녀야 해 말아야 해...... 그러다가 버티다 보면 믿을만한 선배가 나오는 것이고, 회사 어딜 가나 다 똑같다는 조언들이 동어반복처럼 넘쳐 날 것이다. 서서히 90년대생도 자신의 휘몰아치던 개성을 부여잡고 회사의 부속품이 아닌 몸의 일부 제 기능을 다 하기 위한 시작을 앞두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단, 어디로 튈지 모를 그들의 개성, 끝까지 지켜보는 것도 선배 세대로서의 혜안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무조건 상대의 의견이 틀린 것이 아니란 것은 방송을 통해서 나 책을 통해서도 보고, 읽어 온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 사실을 우리는 게 눈 감추듯 쉽게 잊어버린다. 그러면서 뱉어 놓은 말에 돌아서서 후회하는 것이 우리이자 사회생활의 조직 관계이기도 하다. 책에서도 ‘뫼히하우젠‘의 글을 이용해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함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개성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것도 서로 간의 다름 이해법임을 설명하고 있다. 60억의 개성과 외모가 다르듯 각자의 살아온 방식이 다를 때 조금씩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다름을 받아들이는 해법이란 생각도 해본다. 90년생과 70년생이 같을 수 없고, 환경이 다르므로 가치관이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 거절하는 일도 허락하는 일만큼 중요하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지만 그의 생각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필요할 때는 적극적인 조처도 필요하다. 단, 정말 하기 어렵고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는 부분에서 거절하기는 필요하다. 얼마나 거절이 힘들면 거절하기의 힘, 거절하는 법에 대한 책도 나왔을까. 기성세대보다 좀 더 거절을 잘하는 세대에게도 또다시 버르장머리 없는 젊은이들이라 위치는 것보다 그들의 단호함에 박수를 보내야겠다.
‘적절한 토의와 업무 분배를 통해 민주적으로 의사결정... 중략‘
세대 간의 격차는 이렇게 시작하고 별것 아님에도 자신의 기득권을 구워삶아가는 위 세대의 문제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주의적이라고 비방하지 않고 민주주의 사회답게 유교주의 사상을 벗어던지는 적절한 배분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담백한 라떼 마시듯 세대의 갈등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1년 차 90년세대 정현 또한 믿음의 씨앗이 쌓여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 회사에서 1년을 보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주인공 정현은 다양한 세대의 고민과 걱정,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잘 버티고 말았다. 결국 책의 마무리는 나 자신에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타인과의 경쟁은 단지 일부분이란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낀 세대이든, 신세대이든 각자의 경쟁과 불신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기는 과정. 내 스스로 경쟁하며 나를 일깨워가는 삶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것은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일 수 있으며,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문제의 해결일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우유의 담백함이 더하는 라떼 한 잔 나누며 ‘라떼는 말이야‘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