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쓸모 (윈터 에디션)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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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에 담긴 교훈을 그냥 휘발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고 쓸모 있게 재활용하는 것은 후세의 몫입니다. 역사 교육가 최태성 작가는 우리 역사에 담긴 쓸모 가능한 일을-역사는 무엇이든 교훈이 되지만-인간의 생에 적용 가능하고 읽기 쉽게 풀어줍니다.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가려진 진실 속에 우리의 역사는 더욱 찬란한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정조와 정약용의 우정을 통해 우리가 누리거나 혹은 누리지 못했을 현재를 가늠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과연 불행한 이별을 겪지 않고 조선을 더 큰 중흥기로 이끌어 갔다면 조선의 미래는 어떠했을까요? 때를 기다리던 신라가 역전의 명수처럼 거대했던 고구려 신라를 제치고 삼국을 통일한 기적 같은 결과의 이면에 무엇이 깔려 있었을지...... 역사란 모든 게 힘의 논리가 지배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스포처럼 반전의 묘미도 선사한다는 것을 저자의 연구적 성과와 생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승승장구하던 철혈 정치의 연개소문도, 잉카 제국의 태양의 왕도 결국 안일한 현재의 모습 그대로 제국을 통치하고 지금을 누리려다 멸망이라는 블랙홀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관성의 법칙이란 말도 적용됩니다. 너무 익숙하다 보면 지금의 상황이 어떠하고 주변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도 귀찮아지며 편안함에 스스로를 매몰시키고 마는 것입니다.

실리와 명분 중 여러분은 무엇을 더 선호하시나요? 저자는 고구려 중흥기의 장수왕을 소개하며 실리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북위와 북연, 송나라에 둘러싸여 있던 고구려는 물론 강대국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각국에 조공을 바치며 평화로 태평성대를 누렸다고 합니다. 물론 위기도 있었죠. 북위와 전쟁을 치르다가 패망한 북연의 왕을 망명을 받아주는 과정에서 북위와의 관계가 소홀해질 상황에서 자세를 낮추며 위기를 모면하게 됩니다. 세상일도 마찬가지라고 하지요. 상대의 생각을 먼저 파악하고 이해해 관점을 달리 보면 되지만 체면과 위신으로 화를 더 크게 만드는 사례도 많습니다. 저자의 우스갯소리지만 100세 이상 장수 가능했던 장수왕의 수명이 98세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북연왕의 망명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는데, 조금 자신을 내려놓고 낮추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전해주는 위대한 장수왕의 역사적 쓸모였습니다.

말의 쓸모도 역사의 교훈을 통해 확장해갈 수 있습니다. 관계는 소통이란 것이 중요하죠. 업무적이고 사무적 지시로만 일관된 소통은 불통이 될 수 있습니다. 역사 전공자인 저자를 벤처기업 강연회에 초청한 CEO의 의도도 마찬가지라 여겨집니다. 역사를 통해 회사에 닥친 해결과제와 적절히 결부시키는 아이디어. 몰랐던 일화이지만 목화씨를 고려에 처음 가져온 문익점과 문재인 대통령을 연관시켜 이야기했다던 북한 김영남 위원장과의 소통의 노력이 사례입니다. 역사라는 주제가 연결 고리가 되어 무거운 회사의 업무 지시, 회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진 것이죠. 주입식 교육의 산물이었던 역사 교육이 이렇게 실용적이란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소통은 내가 아닌 상대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게끔 해야 한다는 저자의 방법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여러분의 멘토는 누구입니까? 없을 수도 있고, 현존하는 유명인 누구일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러한 멘토가 나락에 떨어지게 되면 그를 존경하던 멘티들은 절망감에 빠지겠죠? 그런 점이 아니더라도 최태성 저자는 역사의 인물 안에서 멘토를 찾아보라고 추천합니다. 이미 검증된 인물이니까요. 그중 가장 유명한 조선 개국의 공신 정도전과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를 소개합니다. 둘 다 실은 미천한 출신의 서자 혹은 평민이었지만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었죠. 여기에 더해 삶의 원대한 목표 한 가지로 대동법을 완성하려 했던 조선의 학자이자 정치가 김육을 소개합니다. 이처럼 우리 국민 대다수가 존경하고 멘토를 여기는 세종, 이순신처럼 역사의 인물을 찾아 멘토로 내 삶에 적용시켜보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존경하는 인물은 끊임없는 연구와 업적으로 백성들의 평안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임을 상기시켜 봅니다. 그분의 몰랐던 부분을 더 공부하고 저작들도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우리는 역사를 통해 사회 문제를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 인물이자 관능적(?) 이미지로 게임이나 영화에 등장했던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딸이었던 어우동. 그뿐만 아니라 신여성으로 불리던 작가 나혜석도 우리가 생각하는 다른 방식으로의 오해와 남존여비 사상의 피해자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투 운동과 위드 유 운동의 결과 일치합니다. 남성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는 간과하고 오히려 여성의 잘못과 결과물로 인식되게 했던 사례들을 살펴보며 지금의 시대와 비교해봅니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당당하였으며 남녀의 불평등한 상황을 극복하고 먼저 이 틀을 깨려 했던 나혜석 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나혜석 생가터를 방문하며 그녀의 전시물과 삶 또한 떠올라 책과 역사의 내용이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의지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주는 역사. 예송 문제로 시끌시끌했던 인조, 효종, 현종, 숙종에 이르는 조선왕조실록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적자이냐 장자이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예법의 정의는 무엇이 옳고 그름을 떠나 계파-서인과 동인-간의 정쟁으로 이어집니다. 역사가 현실의 거울이라는 게 딱 이럴 때이구나 느껴지게 합니다. 당리당락이나 이념에 따라 자신의 논리를 펴더라도 역사적 관점의 객관성을 바탕으로 내가 주장하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태도와 자세가 필요합니다. 역사란 그러한 의지를 적절히 조절할 힘을 줍니다. 역사를 그저 쉽게 넘길 것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삶을 현실에 정당하게 적용하는
가치 정립을 위한 역사 공부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건 역사이지만, 결국은 사람을, 인생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큰 것부터가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요? 저자의 다짐처럼 아주 소소한 것부터 주변의 관심을 두는 시작이 역사 공부이자 인생 공부십니다. 그래서 그 의미가 더 가승 깊이 새겨집니다. ‘경주 최부자‘의 노블레스 오브리주도 좋지만.] 우리 평범한 사람들도 세상을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나눌 수 좋은 기회가 역사의 활용입니다. 배움을 통한 소통, 관계 맺음의 진전이 한 분, 한 분의 인생 역사이며 세상의 쓸모로 이루어질 시간을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역사의 쓸모‘, 저자가 느껴 온 그간의 역사의 방향성과 생각이 담백하고, 솔직하게 담아 있어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풍미 가득한 독성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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