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벽에 가로막히거나 삶에 대한 회의 혹 전환점이 필요할 때가 있다. 외적으로 남부럽지 않던 저자였지만 반복된 생활과 가족 안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우연히 산타아고 순례길을 알게 되고 그곳을 다녀온 커뮤니티 공간에서 까미노를 희망하게 된다. 글은 그렇게 시작된다.
까미노에서 반가운 것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동기이고 친구이지만 경쟁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는 이들과 달리 까미노의 친구들은 이 모두를 내려놓고 하나의 길이자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앞에서 리드해주고 뒤에서 보듬어 주는 까미노의 동료들, 저자는 그러한 기쁨과 축복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맞보게 되는 것이다.
길에서 만난 에드몬드, 시몬 신부, 그리고 야곱이 된 저자의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펼쳐지는 작품이다. 이런 시작이 그를 비롯해 아들과 함께 매년 순례길을 달리해 나아가는 목적이 생기게 한 원동력이 아닐지 긍정의 생각을 더해본다. 이런 날, 그러한 시간이 독자인 우리에게도 다가오길 바란다. 어딜 가든 나를 내려놓고 걷다 보면 근접한 답에 도달할 수 있는 삶,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아이 건희와 함께 하는 까미노는 더욱 성스럽게 느껴진다. 바쁜 일상으로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가장의 모습은 비슷하다. 이것을 극복하며 아이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는 까미노로 매년 아이와 동행하는 것이 아닐까? 가족에 대한 소중함, 아내에 대한 사랑이 까미노를 통해 녹아나 있으며 몰랐던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자 여유를 찾기 위한 삶의 순례는 지속된다. 해마다 함께 할 수 있는 아들과 동행자들이 있어 저자의 생각을 솔직하고, 시원하게 글로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기회가 되는 날 제주의 올레길, 서울의 둘레길이라도 아이들과 같이 거닐며 소통할 용기를 주는 작품과 만난 시간이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