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개 미래의 고전 60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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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쯤 살면서 강아지를 키워보거나 돌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이것도 편견일 수 있으나 그런 느낌으로 이 작품 '길 위의 개'를 통해 어른과 아이의 입장에서 추억을 공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똘망이란 강아지를 7년간 키우며 정들었던 승효는 병으로 떠나간 똘망이가 그저 그립다. 그 이후 승효 엄마는 새로운 강아지를 가져온다. 하지만 똘망이의 아련한 향수 때문에 지개라고 명명한 강아지와 친해질 수 없었다. 급기야 짜증이 난다며 지개에게 동물 학대까지 하게 된다. 학교에선 친했던 친구와 선을 긋게 되고 집에선 자신을 반기는 지개란 강아지와 담을 쌓게 된 것이다. 결국 이야기는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해피엔딩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 키웠다기보다 같이 자라온 강아지들이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추억이란 참으로 뭉클한 선물이다. 동화라서 더욱 그런 걸까? 사실 아이가 이 책을 읽고 강아지를 키워보고 싶다는 것이 더 걱정스럽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것은 좋지만 언젠가 이별을 하게 될 테니까...... 물론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 되겠지.

반려견은 인간을 웃고 슬프게 한다. 아빠와 엄마 사이를 갈라 놓았지만 결국 딸의 노력으로 화해하게 된 반려견 똘이와 가족 이야기가 담긴 따뜻한 겨울. 제목처럼 훈훈한 마무리에 집 나간 똘이까지 돌아왔다면 더욱 행복했을 텐데 약간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이야기이다.


이어서 '멍이를 지켜라.' 가족과 시골로 이사 온 가람이는 개를 키우고 싶다고 엄마에게 말한다. 결국 진돗개 새끼를 키우기로 약속받는다. 가람이의 친구 명준이네는 사람들만 보면 꼬리를 흔드는 '멍'이란 개가 있다. 가람이의 동생 시내가 오히려 그 개를 더 좋아한다. 너무 멍청해서 '멍'이라 지은 이름. 결국 개 장수에게 팔려갈 위기까지 닥치는데 어떠한 반전이 있을지 독자들이 직접 만나볼 기회까지 막고 싶진 않다. 따뜻한 마무리? 안타까운 눈물의 이별이 그려질지,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스릴이 넘치는 동화이다.


강아지들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고양이의 이야기. '할머니와 고양이와 예나'에서도 '선영이와 삼점이'에서도 고양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화해하는 순간을 맛볼 수 있다. 길 밖 고양이에게 남은 생선을 주고 싶은 손녀딸 예나와 이를 눈치챈 할머니의 마음이 통해 다시 화해하게 된다. '선영이와 삼점이'에서는 주인공 소미와 친했던 전학생 선영이와의 사이가 갑자기 멀어진다. 가장 아픈 손가락 같던 세 마리 새끼 고양이 중 막내 '삼점이'에 의해 소미는 깨달음을 얻게 되고 선영이에게 먼저 다가가겠다는 다짐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반려묘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치유하고 화해하는 모습처럼 우리 주변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사람들에게 치유의 상징임을 확인할 수 있다.


길 위의 개. 가슴이 아프다 못해 아리다. 이런 경험이 있어서일까? 보배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유기견 보호 센터나 정말 반려견을 사랑하는 분께 보내며 마무리하는 결말도 좋았을 텐데...... 오히려 인간의 이기심을 보여주시려는 작가의 의도가 깔려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번 버림받았다면 그 아픔도 컸을 보배, 두 번의 버림받음은 어떻게 표현 불가능한 암흑과도 같다. 어쨌든 이 작품을 창작한 의미가 마지막 이 이야기에 베여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따스한 이야기 속에 함께 하는 마지막 챕터의 '길 위의 개'가 우리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제일 크고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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