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반달
김명석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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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민우는 백수였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모습과 배고픔에 식사를 준비하다가도 얼굴에 화상을 입게 된다. 검게 타버린 김치찌개 냄비에 부은 물이 뜨거운 수증기를 뿜어내 1도 화상을 입고 만 것이다.
게다가 어린 시절 스토커처럼 따라다녔던 못난이 순덕이가 그의 담당 의사로 배정된다.
성형술의 탓인지 미모의 여성으로 변한 순덕이지만 제 버릇 남 못 주는 것인가? 어린 시절 민우에게 집착했던 집요함은 세월이 흘러도 하나 변한 게 없었다. 하지만 그 집요함이 이야기의 흐름에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소설을 끝까지 읽은 독자들만이 판단 가능하다.

민우는 순덕과의 만남을 계기로 과거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 낸다. 순덕이라는 아이는 나 몰라라 하고 초등학교 1학년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던 ‘은주‘라는 아이에 목을 매고 만다. 여기에 라이벌이 없으면 이야기가 전개될 수 없는 것이 소설이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와 싸움, 내기를 통해 라이벌이 된 주인공 민우와 부잣집 아들 준태의 경쟁은 시작된다. 이야기는 투박해 보이지만 독자의 어린 시절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려 낼듯한 긴장감과 아련함을 작품에서 보여준다.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되어 각자 죽을 고비를 넘긴 민우와 준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주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한 채 뜻하지 않던 최후의 결투까지 벌이고 만다. 은주 또한 그들의 싸움을 구경하는 듯한 희미한 태도로 어떤 뚜렷한 결단이나 결론 없이 지켜보는 상황을 계속 보여주다 보 독자들 또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사랑의 쟁취가 될 것인지, 그저 신기루와 같은 존재로 은주는 머무를 것인지 청춘들의 이야기는 쉼 없는 속도감으로 전개되며, 독자들을 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읽기에 집중시킨다.

반전과 반전의 연속이 드라마를 만드는 기본 구조이기도 하다. 민우와 은주, 성공한 검사 준태와 20여 년 만에 만난 순덕은 애증이라는 단어가 아쉽지 않을 정도로 극적인 구조를 혼란 자체로 이끌어간다. 게임의 시작이 초등학교 시절이었다면, 결말은 현시점인 성년이 된 그들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숨 막히듯 전개되는 구조 속에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희로애락이 어떤 결말로 끝날지 예측 불가하기도 하다.

순수함을 지닌 민우, 부잣집 아들로서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준태 중 누가 은주의 선택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세월이 흘러 의사로 변신한 미모의 순덕이가 반전을 이끌지 얽히고설킨 전개의 매력에 빠져 보길 바란다. 어두운 밤 밝게 떠 있는 반달의 상징성 또한 상상해보는 것도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드라마 같으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영화 같은 소설 ‘반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편 소설의 묘미에 빠져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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