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견이 싸우기를 게을리하면 이리 먹히는 것이지요.‘‘나‘는 빚에 쪼들린 사람들이 극한에 갈 때까지 내 몬 후 실종 한 달이 지난 뒤 그들이 저당 잡힌 보험 증서의 보험금을 수령 가능하게 하는 앞잡이다. 내가 맡은 이 일은 나 아버지가 ‘재‘라는 남자에게 나를 맡긴 후 빚이 0이 될 때까지 그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일이다.결국 임무 수행에 실패한 나는 B 구역으로 마지막 회생을 위한 미션에 돌입하게 되는데...... B 구역에서 10년 만에 만난 서유리에게 새로운 제안을 받게 된다. 소설의 이야기는 주인공 나의 과거와 현재의 상처가 혼재되듯 교차 편집되어 흩어진 퍼즐을 맞추는 과정처럼 흥미롭게 전개된다. 가상의 하나시, T 타워와 B 구역, 이곳이 주인공 ‘나‘가 활동하는 대립적이면서 상징적인 활동 무대이다.5년 전 화재로 파괴되었다는 도시 B 구역. 화재 이전의 번성함이 사뭇 궁금해졌다‘허공엔 무수한 시체들의 발이 떠올라 있었다. 시체들은 갈고리 모양으로 굽어진 나뭇가지에 목을 매달고 죽어 있었다.‘처참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와 배경을 상상하게 하는 음울함이 적절히 묘사 되 B 구역 야산의 황량함을 눈으로 읽어가며 마음으로ㅈ그릴 수 있다. 이곳은 마치 주인공 ‘나‘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 경험했던 투견장과도 흡사하다. 피비린내 나는 창고의 식인귀들이 마치 투견장에서 상대를 거친 이빨로 물어뜯는 투견과 흡사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비굴한 세상에 마지막 빚을 0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뛴다. 그것만이 생존의 길이라는 듯 주인공은 처절하다. ‘나‘는 미션을 마무리하고 도시가 만들어낸 소비의 산물 T 타워로 향한다. 고객 만족이라는 이름하에 지어진 두 얼굴의 T 타워 최고층엔 그의 이름을 부르는 서유리가 앉아 있다. ‘진우‘, 그것이 그가 잊고 있던 오래전 그의 이름이다. 재와 유리 사이에 쌓인 앙금이란 운명 결정의 시기가 진우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자유‘라는 이름하에 서유리의 쪽지에 적힌 내용을 받아들여 ‘재‘라는 족쇄 대신 서유리가 선사하는 자유를 선택할지도 궁금하다.이야기는 서유리를 처음 미행, 감시하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점프하듯 전개된다. 진우는 재의 명령에 의해 근거리에서 서유리를 감시하며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할 수밖에 없는 빚진 자이다. 그녀가 낯선 남자에게 나신으로 카메라에 찍히거나 매질을 당하는 모습도 그저 제3자의 입장에서 카메라에 담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난(진우) 뼈만 남은 가녀린 소년의 몸매, 억압적 폭력으로 피투성이가 된 서유리의 모습에서 아버지가 단련시키던 어린 시절 투견용 하얀 개를 떠올린다. 그 개의 말로처럼 끝나고 말았을 서유리의 처참한 마지막은 진우에 의해 기사회생하게 된다. 진우와 아버지가 길들이려 했던 하얀 개에 대한 기억과 연민이었을까?결국 이야기는 후반에 다다를수록 반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서유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진우‘는 ‘재‘와의 마지막 혈투를 벌인다. 결국 진우는 재의 빚진 자에서 자유를 얻은 0의 존재가 된다. 그리고 다시 B 구역으로 향하는 진우는 이곳에서 존재의 마지막을 불태우려 하지만 자신이 죽어 없애려 했던 약한 자 ‘의비‘와 ‘식인귀‘라 불리던 이들에게 새로운 생명, 시작을 부여받게 된다. B 구역은 보이지 않는 음모에 의해 죽어가는 곳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려는 시작의 과정을 겪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B 구역과 T 타워는 그 세력 싸움에서의 대립구도와 같은 상징적인 존재로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이러한 모습들이 현실의 단면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씁쓸함도 자아낸다. 작가는 어딘가에서 은밀하게 아무도 모르게 이유 없이 자신의 이름, 지역, 생활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름 없는 사람들‘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나만의 B 구역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