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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이 쓴 평범한 에세이
한관희 지음 / 하움출판사 / 2019년 10월
평점 :
제목이 평범하지만 이 같은 평범함이 우리가 사는 가장 소중하고 일상적인 세상이 아닐까 싶다. 삶 안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는 것처럼 저자의 글, 사랑, 추억이 묻어나는 평범한 글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시간은 지나 잊히지만 인간과 인간이 맺은 사랑, 우정은 추억이 되어 영원히 남게 된다는 말에 절대 공감이 간다. 소소한 일상에서 풀어쓰는 글 사이사이로 풍겨져 나오는 향기가 은은하게 다가오며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하게 밀려온다. 겨울에 읽는 에세이지만 감수성만은 봄날의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다.
아버지의 갑상선암을 발견하고 애잔하게 이야기 나누는 부자의 모습이 익살스러우면서도 아름답다. 살갑게 다가오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둔 저자의 명쾌하고 상쾌한 문장의 감각도 에세이 곳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결혼을 종용하는 부모님의 말이 아들인 저자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걸 갑상선 수술을 겪은 아버지의 상황을 통해 좀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다는 저자의 고백에 동질감을 느낀다. 딸이 아니어도 살갑고 부드럽게 다가서고 소통할 수 있는 부모와 아들 사이의 모습이 많아졌으면 한다. 자신을 믿어 주고 격려해준다는 저자 입장의 부모가 주는 사랑은 변함없고 지속될 것이다. 자녀를 둔 엄마, 아빠를 비롯해 자라가는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확실히 젊은 저자의 글이라 사랑과 결혼에 대한 글도 종종 눈에 띈다. 결혼을 진심으로 어서 하고 싶은지 저자의 연령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본다. 절대 결혼을 안 하겠던 절친한 형의 결혼 소식에 황망해하는 저자를 보자면 이 분 어서 장가를 가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결혼에 대한 의미,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글을 독자에게 표현함에 있어 어서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일이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 보인다. 일상의 소소 함들이 어떻게 보면 독자와 동일시되고 내용에 동화되기도 하는 것들이 평범하게 썼다는 에세이에서 묻어 나와 정감 넘치는 깊이가 더욱 커져간다. 함께 웃고 고민하고 울거나 위로하는 사이, 그것이 인생의 묘미이고 작은 것에서부터 함께 나누고 표현하는 것이 글이 될 수 있구나.에 위안도 삼아 보는 친근한 작품이다.
추억을 만끽하는 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일까? 감정의 충실함에 언급하는 저자의 이야기들이 잊혔던 기억의 조각, 그 편린을 찾아 퍼즐 맞추듯 새로운 추억의 가치를 의미 있게 전달해준다. 동시대에 30대와 40대를 살아가는 저자와 독자로서 함께 글을 공유하고 읽으며 사색하고 고민할 수 있는 독서에 감사한다. 내 이야기 같고, 친구의 소소한 걱정과 고민거리를 들어주는 감정이 들어 글들이 낯설지 않다.
그냥 스쳐 보내기엔 아까운 우리의 삶, 일상이란 희로애락과 반전이 있는 에세이와 만나보는 시간이 마련되길 추천해본다. 제목이 아름다운 '평범한 사람이 쓰는 평범한 에세이'
'시간이 흐른다기보단 깊어진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네 인생이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내면 안으로 스며드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