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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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권력에 대한 암투는 알아 왔던 것보다 더 두렵고 무서운 것임을 제왕업 상권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어떠한 가문 출신이냐에 따라 서열에 오를 수도 있고 능력이 뛰어남에도 가문에 밀려 왕권의 실세로 진입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 등이 당 시대의 특성을 보여준다. 그만큼 진골도 중요하지만 시대를 타고 나는 혜안도 필요할 것이다. 그 중심에 주인공 명문세가 '낭야왕씨의 여인 왕현'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의 넘쳐나는 개성으로 인해 책을 읽는 재미와 집중력을 이어가게 해준다. 사씨 가문의 자담과 낭야왕씨 왕현의 우정과 연정이 어떻게 전개 될지도 궁금하며-스포일러 자제-그들을 갈라 놓을 가문과 권력이라는 이름만 거창한 허울이 어떻게 이야기의 숨통을 비틀거나 풀어 나갈지도 궁금한 작품이다. 등장 캐릭터를 파악해가며 숨 쉴 틈 없이 넘어질 페이지의 긴박감을 느껴보길 권한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가문을 유지하기 위해 정략 결혼이 비일비재했던 당시대의 현실은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에 비추어보아도 크게 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군주 왕현도 황후인 고모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금에 처해 있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인가? 하지만 그녀에겐 우정과 연모의 감정이 중첩된 어릴 적 벗 자담의 모습이 잊히지 않게 아른거릴 뿐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황실을 위해 한 여인의 일생을 저당 잡히듯 결정해야 함은 씁쓸함을 금할 수 없게 하는 상황이다. 결국에 절세가인 왕현도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무인 출신이자, 끝없는 전공을 세워 나라를 지킨 공훈으로 황제로부터 예장왕의 칭호를 받은 소기에게 정략결혼과 같은 형식으로 시집을 가게 된다. 그녀가 연정을 나누던 자담과는 소식도 나누지 못한 채 얼굴도 모르던 남자에게 한 평생을 맡기기에 이른 것이다.

제왕업 상권은 나인 어린 시절의 '아무'이자 예장 왕비가 된 '왕현'의 1인칭 시점으로 당시대의 권력 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와 시대적 상황을 여성의 심정으로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화된 작품이기도 해서 각 챕터별 이야기 안의 주제나 중심 내용이 조금씩 끊기는 느낌도 있지만 연대기적으로 잘 그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상권은 여성인 왕현의 눈에서 바라본 무인과 문인 사이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적절히 양측을 조율하며 치세를 이어가는 황제 혹은 황족들의 삶을 묘사하는데 충실하다. 여성의 입장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어려움과 폐해가 있겠지만 이를 기회로 삼는 여성들의 모습에도 집중해 보아야 할 점도 충분히 있는 작품이다. 소설이므로 실제 근거의 역사적 사실보다 영웅화되고 포장된 면도 있겠지만 이것을 만끽하고 그 안에서 재미를 찾는 것이 소설 제왕업 상권을 읽는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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