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흔에도 우왕좌왕했다 - 답을 찾지 못해 불안한 당신에게 호빵맨 작가가 전하는 말
야나세 다카시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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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십 살 전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호빵맨의 작가 야나세 다카시. 드디어 그는 삶의 기쁨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인생의 의미이자 기쁨이란 것을 깨닫고 열린 마음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가 그린 호빵맨이 데뷔 초기엔 혹평을 받았다지만 대중에게 희망과 기쁨을 전달하는 캐릭터가 되고 난 이후 꾸준히 인기 있는 것은 기쁨이란 그의 진정성이 묻어 있는 비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엔 작가 야나세 다카시가 살아온 흔적이자 호빵맨의 캐릭터가 투영돼 있다. 그 또한 반평생 인정받지 못한 삶을 살아오며 기쁨의 참된 정의를 찾기 위해 계속 쓰러지고 도전하며 지금의 자신을 세상에 각인시켜왔을 테니 말이다. 짧은 칼럼의 느낌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묻어 나오는 아련한 정서와 가족을 잃은 상처 속에 자신만의 세상을 꿈꿔 나가는 흔적이 묻어나는 글의 분위기이다. 특히 시작부터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세계 대전 중 동생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냈다는 안타까움은 같은 가족의 입장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처절함이 밀려들게 한다. 그럼에도 작가 다카시는 가족의 몫까지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며 살아왔고, 느지막이 만화계에 자리매김하여 백세 가까이 장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어서, 온 생애에 걸쳐 해나가길 바란다.‘​


이 뒤 문장도 의미가 깊지만 이 한 문장으로도 힘이 생긴다. 그간 좋아한다고 쫓아다녔던 일에 끈기 없음으로 무너져 내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작가의 일생처럼 5~60 평생 주류 밖에서 살아왔지만 좋아서 하던 일에 생을 걸어 그의 이름과 호빵맨을 남겼다. 간혹 성공한 이들에게 듣는 말이기도 하다. 좋아한다면 처절할 정도로 밀어 부쳐 보자. 그래도 불가능하다면 과감히 턴하여 새로운 재미에 도전하자. 끝까지 가장 재미있어하는 일에 매진해야겠다는 용기가 다시 한번 불끈 솟는 문장이다.

실패와 좌절, 성공이 묻어나는 추억의 글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묻어난다. 어린 시절의 작가는 어떠했을까? 이토록 그림에 빠져 살았다면 자신의 꿈에 대한 열망과 포부가 굉장한 사람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반면 마흔이 될 때까지 우왕좌왕했다는 제목처럼 미래의 성공을 위해 하루하루 그림으로 살아갔던 배고픈 예술인이었다면 동정의 시각도 분명 느껴졌을 인물이다. 포기 않는 뚝심과 기다림을 아는 지혜가 호빵맨의 저자 야나세 다카시를 완성한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한 가지 일에 마음을 담아 몰두한다면, 분명 어느 순간 눈앞의 자리가 빈다. 내 순서가 찾아온다.‘

인내의 정신을 놓치지 말고 계속해서 나를 위한 암시와 주문을 걸자. 거창한 성공의 기대도 좋지만 포기란 단어를 싹둑 자르는 희망이란 믿음과 보람과 만족이라는 결과를 그려보자. 비 내리는 어둠이 스쳐간 파란 하늘과 빛나는 무지개가 여러분을 안내할 때가 오게 되는 것이다. 나만 잘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행복하고 기뻐하는 시대를 꿈꾸고 나이를 극복하며 한 길에-물론 시도 쓰고 무대 연출도 했지만-올인했던 작가의 노력과 무한 긍정에 경의를 표한다.

걸핏하면 포기하고 짧은 순간에도 지루함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100년 가까이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넘치는 열정으로 살아왔던 작가의 에너지 충만한 글로 독자 모두가 깨어나길 희망한다. 하찮게 여겼던 것을 소중히 여기고 좋아하는 것들에 무한도전하다 보면 내 것이 되는 마술의 힘을 책에서 느껴보자. 40이 훌쩍 넘어 갈팡질팡 헤매는 나에게도 희망과 빛이 될 풍성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다. 간혹 좌절하고 궁핍함이 느껴질 때마다 꺼내 읽어 마음의 에너지로 삼겠다는 약속을 해본다. 호빵맨이 우리에게 웃음과 재미를 준 것처럼 세상에 빛이 되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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