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고복희란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대한민국의 현대사의 중계방송을 보는 듯했다. 한창 집회를 할 때 꿋꿋이 대학생으로 본연의 모습을 지킨 고복희 여사. 누가 옳고 그렇다를 판단할 수 없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존재하는 중추적 인물처럼 무게 추를 잡고 있다. 장편 소설이지만 쉴 틈 없이 읽어 나갈 수 있는 재미와 우리 사회가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양성평등 문제의 대두, 민주화를 위한 투쟁, 동물 학대, 환경 보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무대의 중심은 5~60년대 대한민국과도 같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고복희 여사가 경영하는 캄보디아 외곽 프놈펜의 '원더랜드'라는 허름한 호텔이다. 그리고 공간을 가르듯 이야기는 쉴 새 없이 전개된다.

고복희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과거와 현재를 호령하고, 좌절하며 분노에 치를 떨듯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도 그려낸다.. 장밋빛 미래와 그 안에 가려진 허상을 찾지 못하고 생을 마무리하는 인물도 있고, 누구나 존경하고 흠모하던 영웅적 풍모와 개성이 넘치던 고복희의 반려자 장영수도 반짝하던 인생의 황금기를 보여준다. 반면 고복희는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선을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이것을 깨어 주는 또 하나의 고복희, 아니 다른 캐릭터일 수 있을 백수 청년 박지우의 등장이 소설 흐름의 속도를 배가 시켜준다.

한 번 읽어보면 느낌이 나는 소설, 젊은 감각이지만 세대를 아우르는 감수성 풍부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