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반려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알맞은 주제의 동화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하늘나라로 간 중학생 용재의 강아지 초롱이는 자신의 첫 번째 제삿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승으로의 외출을 준비한다. 이미 외출 경험이 있었던 강아지 복순이에게 세세한 도움도 받게 된다. 초롱이는 주의사항을 집중해 들으며 죽음이 갈라 놓은 가족과 해후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에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이승에 떨어진 초롱이에게 우연인지 모를 일이 벌어진다. 초롱이가 세상을 등 진 날이 용재 할아버지의 임종일과 같은 날이었다는 사실이다. 용재의 집을 찾은 초롱이는 낯선 할아버지와 첫 만남을 갖게 되며, 그가 용재의 죽은 할아버지 귀신이란 걸 알게 된다. 사람과 강아지 귀신의 만남이 섬뜩하지만 새롭고 독특한 발상처럼 느껴지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살아생전 넋두리 같은 이야기를 비롯해 힘겨웠던 순간을 나누는 인간과 강아지의 대화 속에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 아프고 슬픈 기억도 아련한 추억이 된다는 인생살이 속 깨달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공통 대화엔 용재가 등장한다. 어릴 땐 악당 같았지만 자라면서 잔 정이 많아진 아이. 한 명은 손자로서, 한 마리의 강아지는 자신의 주인으로 용재를 잊지 못할 존재로 기억하고 다시 찾은 것이다. 그렇게 다시 찾은 텅 빈 집에서 두 귀신의 얼굴에 미소가 비치는 순간이었다. 이때 라함 동산이라 불리는 죽은 귀신들이 모여 있는 곳에 용재 할아버지와 함께 머무는 동료 귀신 할아버지들이 나타난다.
제사가 줄어들고 간소화되어서 갈 곳 잃은 할아버지 귀신들의 집합소 가 된 용재의 집 전경이 왠지 오싹한 느낌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게 마련인 것인가? 모두가 제사 음식으로 여겼던 용재 엄마가 잔뜩 준비한 음식은 결국 용재 아버지의 승진턱을 위한 저녁 식사였던 것이다. 할아버지 귀신들과 초롱이 귀신은 모두 체념한 듯 그 자리를 떠나 용재 할아버지가 모셔진 추모 공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용재 할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쓰고 간 추모의 편지를 읽고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까지 흘린다.


아차!! 라함 공원으로 다시 돌아갈 때 필요한 조끼를 집에 두고 온 것이다. 급히 초롱이와 함께 조끼를 찾으러 용재의 집으로 향하지만 집에 나타난 악귀에게 납치당하고 마는 할아버지. 다급한 상황에 만난 칠보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하며 용재 할아버지 구출 작전에 돌입한다. 칠보 아저씨와 초롱이의 활약으로 용재 할아버지를 비롯해 용재의 아빠까지 구하게 되는 귀신들의 활약이 뭉클하게 느껴진다.


늦은 밤 용재가 학교에서 돌아와 오늘이 초롱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날임을 엄마와 아빠에게 이야기한다. 이때 용재 아버지 또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고 만다. 피를 나눈 할아버지에 대한 가족애를 비롯해 함께 같은 공간에서 살아오며 호흡하고 생활했던 반려견에 대한 추억들이 모아져 가슴 따스한 그림 동화로 완성되었다


에필로그의 내용과 같이 저자의 추억까지 조각조각 묻어 있는 작품이며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갖게 한 작품이다. 만남은 설레지만 헤어짐은 슬프다. 슬프지만 또 쉽게 망각될 수밖에 없는 기억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에 마음도 짠해지는 시간이었다. 어린 시절 키우던 강아지들이 하늘나라에서 잘 살고 있는지,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평안히 저 먼 곳에서 잘 계시는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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