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가 돌아왔다

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바람 나서 도망간 이후 생사를 알지 못했던 할머니가 돌아왔다. 할아버지를 비롯해 가족 모두는 그녀를 천륜을 베어 먹은 사람이자, 민족의 배신자로 여긴다. 할아버지는 화를 참지 못해 할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주인공 동석의 어머니는 가까스로 생전 처음 본 시어머니의 보디가드 역할을 맡는다. 천상 백수 동석은 그저 수수방관자처럼 가족의 사태를 바라보며 유일한 절친이었던 상우와 쉴 틈 없이 술자리를 만든다. 뻔뻔하게도 동석의 옛 연인 현애를 빼앗아간 상우에 대한 관심은 자신이 지금도 잊지 못한 현애(상우의 부인이 된)에 대한 미련이었을까? 동석은 그저 흔한 백수처럼 하루살이 인생으로 살아가는 인간 말종처럼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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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진보적 지식인을 자처하는 아버지를 제외하고 할머니의 폭탄선언을 들은 가족들의 표정이 일순간 변화하는 일이 생긴다.
할머니는 일본에서 택시 회사를 운영하며 60억 재산이 남았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이야기에 가족들 대부분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손익 계산에 집중하게 머리털을 곤두세운다. 그간 잠적했던 아버지도 동석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오며 동석 또한 자신을 향한 장밋빛 미래에 대해 상상한다. 또한 여동생과 어머니의 대우가 달라지는 분위기를 느끼에 이르는데... 물질 앞에선 냉정하고 격했던 감정도 무너지는 인간 본능의 초현실적 대응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염병으로 죽었다는 소문과 생사불명이었던 할머니가 들고 온 60억의 비밀이 어떻게 가족의 운명을 판가름 낼지 시작부터 호기심, 궁금증이 밀려오면 기대감의 풍선을 부풀어 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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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60억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싶어 하는 가족들과는 진심으로 대하는 동석을 지켜본 할머니는 1억이란 거금을 PC방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질세라 자수성가한 동석의 고모도 엄마와의 오해를 풀고 환심을 얻기 위해 식사에 초대하지만 그녀는 결국 재산 싸움이라 할 수 있는 어머니의 유산 상속에서 멀어진다. 대신 60억의 거금을 실제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 작업에 착수한다. 동석을 믿던 그의 어머니마저 고모의 공동 작업에 합류하게 되고, 이야기는 복잡하지만 점점 더 흥미를 끄는 스토리로 흘러간다. 돈과 인간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에서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욕심과 진심의 끝은 어디일까? 독자 각자의 추리력도 첨가해 본다면 더욱 통쾌한 작품이 되지 않을지 상상한다. 문체 또한 화통하고 직설적이라 이야기가 언제 마무리되었는지 모를 아쉬움이 남을 작품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