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목격자 -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앙투아네트 메이 지음, 손희경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짧은 생애를 격렬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긴 생명력을 의미 없이 살아가는 인생에 일침을 가할 수 있 답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안타깝지만 짧고 굵게 종군 기자로서 일생을 살아간 여성 마거리트 히긴스의 전기.
그녀의 이야기가 전문 작가 ‘앙투아네트 메이‘에 의해 생동감 넘치게 살아난다. 살아 있을 때보다 더욱 강렬하고 진한 여운을 던져 줄 열혈 종군 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그녀는 여성의 힘을 보여주며, 평등을 목적으로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고 기록을 남겼다. 그 이야기가 전쟁의 목격자 중 하나의 입장으로 담겨 있으며, 더불어 20세기를 살아온 그녀에게 한국전쟁도 피해 갈 수 없는 목표 지점이었던 것이다.

부모의 노력인지 필연인지, 매기 히긴스는 홍콩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중국어와 프랑스어를 배우며 국제적으로 떼어 놓을 수 없는 인물로 자라난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동시대의 세계 대전이 일어난 것처럼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난기류를 타는 비행기처럼 파란만장해진다.
역사의 중심에 남성이 아닌 여성 히어로의 등장이라 하면 조금 과장일 수 있지만, 책을 읽어가면서부터 매기 히긴스의 그런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매기는 아버지 래리와 엄마 마르게리타의 큰 기대를 안으며 자라왔다. 자신들의 사정은 어려워도 예쁜 딸인 매기를 키우기 위해 어떠한 교육도 마다 하지 않던 부부. 래리 또한 캘리포니아 새벗이란 곳으로 이주 후 잠시 동안의 승승장구는 있었지만 실직 후 가정을 재정비하는 시간은 필요했었다. 그리고 매기의 엄마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서 지역의 유명한 학교 애너 헤드에 무상으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대신 딸의 진학을 위한 제안을 보내게 된다. 시간이 흘러 그 제의는 통과되어 매기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며 유능한 학생으로 친구들 사이에 알려진다. 아마 어릴 때부터 그녀의 미래는 계획된 것처럼 매기의 부모와 매기에 의해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이 바라는 꿈, 부모가 못 다 이룬 꿈을 대리만족시키기 위한 딸로서의 삶이 정확히 어떠할지 모르나, 천재성을 지닌 미모의 소녀라 해도 마음속 깊은 걱정 근심까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을 위해, 부모와 미래를 위해 종군 기자라는 길을 걷게 되며 세계를 누비게 된다. 찬란하지만 내면의 아픔까지는 알 수 없는 마거리트 히긴스의 삶. 이를 달래기 위해 더 열심히 생을 살아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매기의 주변 인물을 통한 증언이 중심이 된 이야기 이외 실제적인 삶의 여정 속에 책을 접하는 독자들도 마가리타 히긴스의 삶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결론을 내려보길 바란다.


‘그냥 기사만 쓰는 게 아니라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될 거야.‘​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고 싶은 야망. 그로 인해 그녀는 도전과 응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여성이란 편견을 이겨내며, 대학시절부터 그녀가 영웅으로 여기던 여성 비행사 어밀리아 에어하트의 실종이 그녀의 꿈을 다지는 데 영향력을 준 것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를 누비며 취재하고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만남과 이별도 거듭한 그녀, 짧은 생애 속에서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세상과 작별하지만 수많은 선후배 기자, 독자들에겐 21세기를 살아온 남녀평등을 당연하게끔 여겨지게 해주는 여류 언론인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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