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을 여는 첫 번째 사람 - 자폐아 칼리, 세상을 두드리다 ㅣ 푸르른 숲
아서 플라이슈만 외 지음, 김보영 옮김 / 씨드북(주)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갑작스러운 아이의 부재는 집안을 온통 전쟁터로 만든다. 일곱 살 칼리는 그렇게 갑자기 단 몇 시간, 혹은 몇 십분일지 모르지만 가족의 품 안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얼마 뒤 마을 어딘가에서 아이를 보살피고 있던 낯선 여성과 함께 있는 칼리를 마주한다. 옷이 홀딱 벗겨진 채, 무심히 여성 곁에 있던 칼리. 그 아이는 자폐아이다.
긴박한 상황 속 헌신적 노력으로 그려지는 가족의 모습이 묘사된다.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아이를 감싸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첫째 아들 매튜의 '선천성 중복 대동맥궁'이란 진단이 있었지만 이를 잘 극복한 가족. 그러나 쌍둥이 타린과 칼리가 돌을 지나며 보이는 확연한 차이로 인해 칼리를 위한 놀이 학습 통합 보육 프로그램에 신청하며 성장 경과를 지켜보게 된다. 자녀를 향한 부모의 마음도 한결같겠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지켜보는 제3의 인물, 혹은 독자들도 작금의 현실에 감사하며, 그들의 아픔에 동조하며 힘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편견일 수 있으므로 자폐란 성향이 아픔이라기보다 하나의 인류라는 거창한 생각으로 정리해본다.
이러한 작품은 내가 어렵거나 타인이 힘들어할 때 함께 공감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힘을 제공해준다. 그것이 어느 나라, 어느 민족, 어느 마을이건 간에 하나의 어우러짐이란 단어로 웃어주고 다독여줄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자폐아이건 병치레를 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노고는 끝이 없다. 칼리의 부모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기적이 일어나기 전까지-그리고 의사보다는 못해도 그 분야에 대한 공부와 분석을 통해 전문가급의 치료사가 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마음은 크게 아프지만 아이를 위한 미래와 삶을 위해, 남과 그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성장한 자녀를 위한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다.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기쁜 일이 가득한 것도 축복이고 행복이지만, 이런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는 것도 가족의 사랑과 단결을 돈독히 하는 것이다.
자폐아(몸과 맘이 조금 불편한)를 극복해가는 칼리와 부모, 형제들 사이에서 그들이 겪는 일상과 급박했던 순간들의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그 감정에 와닿을 정도로 작품을 읽을 수 있다. 함께 공감하며 슬퍼하고 기뻐하며, 나를 변화시키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확장성을 제공해주는 이야기. 각박한 현실에서 나만이 아니라 우리라는 것을 느끼게도 해주는 작품이다. 꾸준히 자폐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저자의 삶에도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