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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품이 되다 - 밥장의 실크로드 예술 기행
밥장 지음 / 시루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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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펼쳐 들기 전에 독자로서 느껴지는 정서는 대리만족으로 경험해보는 여행에 대한 두근거림이다. 특히 알지 못했던 도시나 국가를 여행기로 풀어 낸 작가들을 보면 그러한 감정이 더해진다. 작가 밥장은 그림과 글로 말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이 살아 숨 쉬는 느낌이며, 현지에 가보고 싶은 마음은 기본이며 책에 파묻혀 진심으로 마음속 여행을 떠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번 그의 여행지는 나에겐 생소한 실크로드 지역이다.
중국을 시작으로 이란, 인도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한다면 대장정이며, 카메라와 함께 하는 작품이라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들인 여행기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또한 여행지에 만난 중국인들 함께 촬영을 위해 동참했던 각계 전문가인 동료들. 글이 읽기 편하고, 대화하듯 정리돼 있어 가독성도 높으며 사진과 밥장의 그림이 적절히 구성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음악과 무용, 기예(?) 전문가들이 뭉쳐 여행지의 문화와 생활에 직접 몸담아 체험해보고, 그들의 삶을 몸과 마음으로 느껴 보는 여행. 작가는 그림과 글, 사진의 전문인답게 이를 포함해 현지의 기예를 체험하는 대표자로 이 촬영에 발탁되었다고 한다. 본인도 조금은 황당해했다지만, 프로그램 속에 잘 녹아들어 이렇게 살아 숨 쉬는 솔직한 이야기가 글로 표현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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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이상 전통악기를 만든 장인을 만난 작가. 도제 시스템으로 많은 후학을 일궜으나 결국 남은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위구르를 비롯해 어느 나라건 전통을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힘겹게 살아온 장인도 처음엔 먹고사는 것이 힘들었지만, 꾸준히 일을 하다 보니 음악과 악기 덕분에 먹고 사니 행복하다.라고 하는 인터뷰를 밥장 작가와 나누게 된다. 과거로부터 현대로의 계승은 그만큼 큰일이고, 존경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힘과 공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과거를 현재로 이어 오시는 세계 모두의 장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꼭 잘해야 멋지고 귀한 게 아니었다. 언제부터 최고로 잘해야 먹고살며 프로페셔널만 대접받는 세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츠저우에 방문했을 당시 작가와 촬영팀은 ‘나희무‘란 지역의 전통춤을 보존해오는 어르신들의 공연을 감상했다고 한다. 역사의 깊이는 있지만 마을 어르신과 주민들이 짬짬이 연습해 지켜온 전통이라 엉성했다. 그럼에도 지역의 주민들이 화합해 잊을 수 있는 전통을 보존하고 지켜 나가고 있음에 작가는 큰 의의를 두고 있는 듯했다. 필요한 전통은 지켜나가고 악습과 같은 전통은 지금의 현실에 맞게 약간은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전통의 계승이며, 위와 같이 오랜 시간 동안 묻어나는 지방의 공연은 꾸준히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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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으로 떠나는 실크로드 기행. 널널한 비행기에서 편안한 자리를 선택. 별다른 특징이 없었던 기내식 대신 이란의 첫인상은 기존 중동의 이미지를 깨부순다. 덥지 않은 날씨, 깨끗한 거리와 땀내 대신 향수 가득 남자들의 첫인상. 이렇게 책으로 배운 것과 현지의 감성은 오히려 반대가 될 수 있다. 가져간 히트텍이 고마울 정도였다니 서프라이즈 이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하다. 그래서 여행은 늘 새롭고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하는 결과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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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대화를 통해 생활하는 방식을 이해해가는 것이 여행이다. 신현복 교수님께서 살아생전 하신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저자인 밥장도 촬영과 일을 위한 실크로드 예술 기행을 시작했지만, 현지인을 만나고, 그들의 역사와 민족성, 일상을 깊이감 있게 받아들이고 공감하려는 모습들이 작품에 역력히 묻어난다. 책으로 숨을 쉬는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저자는 글이란 활자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란 음악인들이 자신의 목숨마저 바쳐 음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연스레 이야기하고, 삶에 거대한 목표보다 일상에서의 여유와 만족감을 누리며, 상대를 이해하고 친절함으로 대하려는 자세를 통해 우리는 똑같고 같은 지구 안에서 숨 쉬고 호흡하는 친구라는 깨달음을 얻게 한다. 이런 인간적 교류엔 절대적으로 정치적 함의란 필요 없다는 것도 더해본다.
‘여행은 남의 눈으로 본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내 눈과 발로 견주어보는 일이다.‘
위의 문장이 이야기하듯이 직접 경험해 본 것과 책을 통하거나, 언론을 통해 듣는 진정한 진실은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자유임을 잊지 말자.
‘델리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인도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여행지가 또 있을까.‘
인도를 가게 되면 그곳에 헤어나지 못하는 부류와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겠다는 부류로 나눠지게 된다. 저자는 호불호 중 불호라는 단어를 썼다. 모스크를 구경하고 릭샤를 타보는 인찔한 체험도 해보며 느낀 감정일까? 그래서 저자가 느낀 인도의 단어는 [무책임, 이기적, 거짓말]이라는 세 가지이다. 왠지 이란보다 가깝고 친근한 나라라지만 여행자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각각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씨티 오브 조이‘를 보았을 땐 인도란 지저분하지만 한 번은 가볼 만한 곳이란 생각을 했는데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각종 인도의 전통 악기 시타르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칼벨리아 부족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 여정. 물질적으로는 힘들 수 있지만 전통과 역사, 민족의 뿌리를 이어가는 모습에 한 나라의 문화의 가치와 지속성에 박수를 보낼만하다. 마지막 여정 갠지스강의 여정은 생과 사의 갈래를 정리하는 의미적 측면에서 울림이 더해진다. 여행자에 따라 눈과 코를 막을 수밖에 없을 정도의 상황들이 비일비재할 수 있을 인도의 문화이지만, 그들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죽음 뒤 사후 세계의 유무에 의미를 두는 민족의 전통을 이해하는 여정이 된다면, 더 큰 가치를 얻는 실크로드 탐험이 되지 않을까 결론 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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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 넘치는 글과 디테일한 여행 속 사진. 직접 작가가 그린 생생한 그림이 어우러져, 작품의 내용이 독자의 눈과 마음을 들뜨게 한다.
밥장의 실크로드 예술 기행!
간접 체험의 여행이지만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실크로드 비단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이 책과 만나보자. 다양한 문화와 전통, 민족(인도, 중국, 이란)의 정서가 묻어나는 삶을 느끼는 시간, 단 숨에 책을 마무리할 수 있는 재미를 밥장의 신작 ‘여행, 작품이 되다.‘를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