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사랑 내음이 물씬 풍겨진다. 작가 이묵돌의 신작 에세이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 저자는 사랑의 달콤 야릇하지만 솔직한 감정들을 독자에게 전한다. 그 사랑이 언젠간 시린 추억으로 기록될지언정 두려워하지 않고 글을 써 내려간다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절기마다 느껴지는 사랑의 감정. 그 독특한 주제어들이 책에 대한 감정을 새롭게 한다. 계절에 따른 사랑의 감정 변화와 우리의 마음 온도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화자와 연이의 만남과 사랑,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 가득하다.

우수

봄바람이 불고 초목이 싹 튼다.
농사일에 앞서 장을 담그기 좋을 때.


사랑하면 닮아가고, 연인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게 되며, 연인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서로 더 큰 교감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연이와 저자도 그런 면에서 뭇 연인들과 일치한다. 하지만 어느 연인이나 부부가 그렇듯 큰일보다 작은 일에 다투고 싸우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차라리 무관심해서 서로 신경 쓰지 않는 것보다 작은 다툼이라도 해가며 서로의 관심과 보완점을 메워가는 것이라고 하는 말에 공감이 간다. 관심이 있으니, 삐지기도 하고 관심받고 싶어서 투정 부리기도 하는 것이 연인이고 부부인 것이다. 사랑이 크게 자라나기 전부터, 튼튼히 사랑 뿌리의 내실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 간의 배려이자 믿음이다.

곡우

봄비가 내리고 곡식을 뿌리기 시작한다. 한해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작은 말에 오해가 상처가 되고 상처를 덧나려는 것은 아닌데 간혹 일파만파로 일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 말은 순식간에 퍼져 주워 담을 수 없을 만큼의 후회를 던져주지만 이것을 수습해 나가는 시간은 그 배로 걸릴 때가 많다. 연인끼리도 마찬가지다. 간이나 쓸개 모두 빼줄 수 있는 사이라도 지나치게 익숙해지면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운 경우가 생긴다. 그런 의미나 뜻이 아닌데 오해의 소지가 생길 때 독자 여러분은 어떤 리액션을 하곤 하는가. 애초에 심사숙고란 말이 필요함을 깨닫게 하는 작가의 에피소드에 내 스스로가 숙연해진다.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하나쯤 있다는 것으로도 :내 인생은 꽤 가치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나는 감사히 지나 보내며 생각했었다.‘

찰나의 순간도 기억 혹은 추억이 될 수 있다. 하물며 사랑하는 연인과의 추억은 어떠하랴. 저자는 현실의 사랑에 충실하면서 지금의 순간이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든다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예견과 함께 추억 예찬론도 전하고 있다. 가장 현재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호흡하고, 부대끼며 삶의 여유를 만들어 가는 시간들. 그것이 사랑하기 좋은 날이자, 연인들에게 주어진 사랑하기 좋은 계절인 것이다. 그런 애잔함과 풋풋함, 설렘도 가득 묻어나는 작품이다.

입추

무더위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 가운데 가을 기운이 도사린다. 태풍이 오고 큰비가 내리기도 한다.​


한때 연인 사이는 사계절은 겪어봐야 안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안온함과 무더움, 비바람 몰아치는 여름 같은 날씨, 싸늘함과 추위로 몸을 추스를 수밖에 없는 사계절의 기운처럼 남녀 사이도 사시사철을 통해 서로의 감각과 육체를 느끼며 우리가 맞는지, 말이 통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는 경험자들의 조언. 물론 시기나 상황에 따라 더 장기화될 수도 있으며, 단기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이며 연인 관계일 수도 있겠다. 작품 속 연인은 서로의 취향까지도 닮아 있다. 서로의 온기, 혹은 체취라 할까? 저자 스스로도 조금 이상스러운 취향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서로의 냄새에 반응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연인 사이. 그런 원초적인 것까지 함께 공유하고 사랑하는 커플. 그래서 좀 더 깊이가 느껴지고, 종종 티격태격하지만 대화로 풀어가는 모습에 그들의 사계절은 사랑 더하기,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평화는 어느 순간의 어떤 계기로 영원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중략-매일같이 필사적으로 싸워 쟁취하는 수밖에 없다.​


사랑도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면 다툼조차 없는 것이다. 싸워가며 서로를 위해 호흡하고 이해해가는 사랑의 완결. 그래서 연인 속에서도 가정 안에서도 평화가 안착되는 것임을 느낀다. 일 년 사계절 모두 좋을 수는 없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굴곡 속에서 사랑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울 수도 있고 온기 가득한 방어막으로 뜨겁게 타오를 수도 있다. 그것은 곧 사랑하는 사람 간의 이해와 버팀목으로서의 힘이자, 영원성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20대 작가의 재기 발랄한 작품이지만, 지금의 기억으로 미래에 보관될 추억을 아스라이 간직해 가는 것도 소중한 사람과의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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