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반려동물
구혜선 지음 / 꼼지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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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사랑했다. 사랑할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나의 반려동물.‘

작가 구혜선은 반려동물들과의 일상 속 행복을 담은 사진 에세이집을 통해 자신과 함께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있는 반려견, 반려묘와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글로 표현한다.
자신의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천천히 다가와 나를 위로해 줄 반려동물. 아무 말도 필요 없이 그 자체의 존재감으로 사랑스러운 친구들.
그래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타인이란 관계를 대체할 반려동물과의 사랑과 우정에 더욱 집착하는 건 아닐지 생각해본다.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그들이지만, 땅속에 묻힐 그들을 두발로 매일 보듬어 주겠다는 작가 구혜선 글이 여운 가득하게 남는다. 먼저 보낼 수밖에 없는 그들 앞에 해줄 수 있는 건 마음으로 위로하고 보듬어 주는 행위뿐 그 이상의 실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사랑하고, 우정을 교류한 동물들을 마음으로 기억하고 간직함이란 소유 가능할 뿐이다


세상을 바르게 살아도 억울함 가득한 상황이 인간에겐 닥칠 수 있다. 작가의 심정이 아니더라도 그런 경우는 가장 흔한 결과이다. 그러나 구혜선의 글처럼 억울함마저도 이해할 수밖에 없고, 살랑살랑 꼬리 치며 다가오는 반려동물의 맞음을 통해 쌓였던 묵은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는 것, 그것이 반려동물들의 한결같음이란 생각에 동의한다.


유일한 너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
신뢰하는 너

너는 내가 어떤 모습이 되어도
나의 팔 다리 눈귀 코가 되어줄 테지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도
나를 버리지 않을 테니까

내 곁에 있어줄 너니까

페이지 64 [나는 너의 반려동물]



흐트러지고 고꾸라진 모습까지도 웃으며 맞아 줄 한 마리, 아니 여러 마리의 친구들. 내가 정말 힘들고 외로울 때 아무 이유 없이 다가와 내 마음을 치유해 줄 반려동물.
하물며 쓸모없는 무존재감이라도 그들은 내 곁에 있어 줄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구혜선은 강아지가 천국에 가지 못하므로 그런 천국은 가기 싫다고 한 것일까? 끝까지 함께 하고 싶지만 언젠간 헤어질 만남. 그래도 지금 사랑해주고 아낄 수 있는 우정이 있어 인간과 동물은 행복하다.


집으로

집으로 가자
우리의 집으로 가자

집으로 가자

이 시간이 부서지기 전에
너와 나의
집으로 가자

우리의 모든 것이 존재하는
그곳으로 가자

집으로 가자

우리 집으로 가자

책의 말미 [나는 너의 반려동물]


반려동물과 나를 향한 마음 가득한 소소한 이야기들. 친구들과 대화하며 웃고 즐기듯이 동물들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구혜선 작가.
아직 못다 한 이야기들이 많겠지만 글 속에서
평온함과 여유로움, 일상을 소중하게 이어가고자 하는 뉘앙스란 게 풍겨진다. 집으로 가는 길은 아늑하고 평안함이다. 작품의 끄트머리 ‘집으로‘라는 이야기에서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작가와 반려동물들의 뒷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 가능한 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이 시간의 소중함을 포함해 부서짐을 원치 않기 때문에 그들 가족의 발걸음은 다시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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