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나에게
정모에 지음 / 메이킹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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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기 새 앉고 동물 병원으로 달려가는 저자. 간신히 호흡하며 숨을 놓지 않으려는 아기 새를 보듬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중 안타깝게도 아기 새와 작별을 하고 만다. 그리고 자신의 집 테라스에 고이 묻어주며,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는 저자. 상처가 될 작은 시작의 발단이었지만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와의 해후를 통해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는 의미도 찾게 된다. 그렇게 소중한 것들은 가장 슬프고 아플 때 아련하게 찾아오나 보다. 밤하늘 밝게 빛나는 달빛. 그 안에서 하늘의 엄마를 발견하는 저자의 문장.

    

' 달은, 내게 오래 머물렀다. 엄마, 오늘은 정말 엄마의 달이네요.'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파스텔 작품들과 추억과 현상을 동시에 사유하게 하는 저자의 글들에서 동시다발적인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를 바랐다는 저자. 그 긴 세월의 인고가 현재 한 평생의 정중앙을 조준해 살아가는 시점의 심리를 적절히 글로 표현해낸 듯싶다. 수필 형식의 일상에서 느꼈던 소소한 감정들이 담백하게 정리된 글, 못다 이룬 꿈의 소산인 것 같은 향수와 추억의 영감이 묻어나는 시어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공감대를 울린다. 또한 부드러운 터치로 완성된 저자의 파스텔 작품들이 요소요소에 배열되어 있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작품에 더 큰 영향력을 더한다.

 

'채움은 불행이고, 비움은 행복이라는 걸 진심으로 인정한 것은 노년에 들어서고부터다.'

 

미니멀리즘이라고 해야 할까? 무엇이든 가득 쌓여가면 인간의 심리도 숨 막히듯 답답해진고 가파른 경사를 가로 질러가는 아찔함을 경험케한다. 그렇게 저자도 반 평생을 살며 글을 통해 비움의 철학이자 미덕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나 보다. 가끔 책을 읽는 독자로서 쌓여가는 책의 수량이 기쁜 것인지, 짐인 것인지 착각이 드는 경험을 하는데 위의 문장을 통해 독자인 내게도 비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살아온 흐름에 대한 통찰력을 느끼며, 독자 각자의 인생에 맞는 새로운 노트를 기록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일상이어도 좋고 짧은 생각의 단상이어도 좋다. 이 모두가 타인에게 보여 줄 근사한 것이 되지 못해도 부담은 없다. 저자가 제목으로 잡은 '가장 소중한 나에게' 전하는 위로의 여운으로 남아도 행복할 일이다. 저자 또한 삶을 살아오며 느낀 감정 그대로를 생각하며 글로 좀 더 구체적인 증거를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타인의 소중한 글과 추억들 속에 나를 맡겨보며 자연스레 동화되는 편안함을 느끼는 이야기들이다.

엄마로서, 믿음을 이어가는 신앙인으로서의 삶. 첫아이를 분만하는 과정은 저자의 재치 넘치는 문장들에 웃음이 살짝 묻어 나왔지만 남성 독자의 입장에서 그 순간은 정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억이었겠구나 공감을 해가니 우리 아이들의 태어남 순간도 동시에 떠올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머니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첫 딸을 순산하게 되는 엄마로서 가장 처절했지만 애틋했던 저자의 과거가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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