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사랑을 배운다
그림에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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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챕터로 구성된 가족 이야기.

가족과 아이, 아내의 노고와 사랑이 담긴 이야기. 아이로 인해 누구보다 일상이 힘겨웠을 유일한 사랑 워킹맘이자 아내에게 보내는 글 가득 애잔함이 묻어난다. 가정이란 굴레에서 작은 일부터 큰일까지 불평불만 한마디 없이 해결해 내는 여자 아닌 아내. 그래서 저자인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단지 부엌으로 들어가는 것'

우리 남편들은 뭔가 보이는 것에 익숙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아내들은 소소하다. 따스한 말 한마디, 별것 아닌 일에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는 행동이 여성이 아닌 엄마에게 해 줄 수 있는 큰 위로이자 사랑이 아닐까? 물론 간혹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환영하겠지만 말이다.

'아빠! 내가 치료(밴드) 해 줄게.'

격한 공감이 되는 문장입니다.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밴드 파상 공격을 퍼붓는다. 그런데 그것이 아이의 의도일 수도 있고 약간의 상처 나 피가 나면 바로 밴드를 붙였던 아빠를 닮아가는 것일 수도 있어 흥미롭다. 아빠의 팔 혹은 다리가 뻐근하다면 바로 달려와 아빠, 밴드 붙여줄~까?! 특유의 톤으로 아빠의 의향을 묻는 아이.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살갑게 답해줄 것을 이 작품을 보고 반성하게 된다. 아이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공감해주는 능력, 현실 아빠가 아닌 미래 지향적인 아빠가 되어주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작가의 글처럼 아내에게도 치유의 밴드를 붙여주자.

'잠시라도 아내가 쉼을 숨 쉬는 것처럼...'

아이가 혼자일 땐 아이를 씻기는 시간은 아내의 자유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둘일 때 1 대 1 대인방어가 시작된다. 그래도 짧게라도 쉼을 주고 싶지만 아이는 엄마와 함께 씻으려 엉엉 울기 시작한다. 그래도 엄마는 습관이 될 수 있게 데리고 가서 물놀이를 해주라고 한다. 첫째 아이와 물놀이 3년 차. 처음엔 언제 물놀이가 끝나나 시분초 재듯 했던 것이 이젠 같이 놀아주거나 그것이 힘들면 혼자라도 지칠 때까지 놀 거라. 하고 자유를 던져준다. 대신 둘째는 울음을 그치기 위해 속전속결, 그래도 두 아이 다 잘 따라줘서 맘은 편하고 아내에게도 쉼이 되는 숨 쉬는 시간을 줄 수 있어 감사하다. 저자와 같은 생각이라 크게 공감이 간다.

집이라는 상자 안에는

서투름, 기다림, 외로움, 오해......

그런 것들이 들어 있지만,

그럼에도 손을 넣어 보면

행복이 만져진다.

p.104

위의 시를 통해 가족은 행복이란 공식을 느낀다. 모든 온갖 망상과 스트레스, 잡념이 다가와도 가족과 가정이라는 행복으로 단 번에 치유되는 이야기들, 그것이 아이와 아내,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지는 저 푸른 초원의 그림 같은 마음의 집이 아닐까?

에너자이저 아이들. '아이들은 안 된다면 더 만지고 걸으라면 또 뛴다.'

끝없이 지칠 줄 모르는 파워. 그 방전은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충분한 충전으로 다시 에너지를 발산하는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아빠는 출근.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상황을 지켜보다 보면 정말 힘들었겠구나. 거실이 전쟁터일 수밖에 없다는 상황인식 능력이 향상된다. 아이에게 아빠가 누울 테니 옆에 눕자~ 살살 달래면 바로 달려와 아빠 배로 점핑! 그렇게 아이들의 체력은 잠 시간 외에 방전이란 없이 에너지를 무한 분출해낸다. 그래서 아빠도 엄마도 체력이 필요함을 느낀다.

'쑥쑥 자라라!' 하다가도 아기 적 예쁜 모습이 사라지는 게 못내 아쉽다. 이런 게 엄마 마음

한 살씩 아이가 나이를 먹다 보면, 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대견함이란 단어로 투영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어리고 아장아장 손을 꼭 잡고 걷던 모습의 추억이란 게 떠오른다면 아이가 자라나는 그 모습이 무척 아쉬울 것 같다. 아빠의 입장에서도 번쩍 앉아 본 현재 아이의 얼굴과 한 살, 두 살 때의 모습이 겹쳐 보이면 아, 그땐 더 가볍고 끊임없이 옹알이를 해댔는데...라는 추억에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렇게 자란 모습에 머리 한 번 더 쓰다듬어 주고 잘 자라고 있구나. 란 맘에 감사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제주 가족 여행. 역시 아차 했는지 아이를 위한 유모차 준비를 깜박한 저자. 힘들어하는 아이를 번쩍 안아 줄 때마다 생각나는 유모차.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아이를 안아 줄 시간이 줄어들고, 두 손 꼭 잡고 여행하기 힘든 날이 머잖아 다가올 수 있으므로 지금의 힘듦도 더 큰 소중함이 되고, 유모차를 안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내용으로 글이 마무리된다. 우리 부모가 아이와 마주하고 할 시간은-특히 아빠- 자는 시간을 뺀 2년 남짓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어린 시절 아이와의 추억은 그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큰 선물임을 잊지 않아야겠다.

<버스 정류장>

'잠시 머물다 버스가 오면 떠나는 곳

버스 정류장은 부모의 삶을 닮았다.'

열심히 못하는 아빠임에도 울컥하려는 감정을 애써 참는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아이는 부모와 길면 50년 이상-참 부럽다-짧으면 3~40년 함께 살아갈 테지만 함께 있는 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위의 <버스 정류장>이란 말에 반응하게 되고 부모의 책임, 자녀와의 관계,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곤히 자는 아이들의 모습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며 있는 시간은 최대한 함께 하자는 생각도 가져본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 안에서 노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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