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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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칠 정도 시간을 분, 초 단위로 쪼개 살아라. 바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올바른 시간 활용법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독자인 내 입장에서도 바쁜 시간 속에 자투리를 시간을 어떻게 가장 효용 가치 있게 사용하느냐에 고민하고 나름 실천하고 있는 시점에서 ‘게으름 예찬‘이란 책을 만나게 되었다. 어떻게 삶을 여유롭게 살라는 것인지, 바쁘고 정직하고 신속하게 살아가라는 것인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 작품은 또 다른 세상살이에 대한 삶의 미학을 제공해줄지 새삼 궁금하다. 바쁘다가 답이 없으면 단순하게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전문가의 눈높이에서 게으름을 예찬해 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게으름에 대한 정의는 시대가 처한 상황과 신분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중세 시대 왕들은 자신의 빈둥거림을 위해 백성들에겐 더 크나큰 근면함과 성실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잉글랜드의 헨리 8세, 갓 10대가 된 그의 후계자 에드워드 6세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게으름은 둘째치고, 백성들에게 게으름을 부정하는 공포 정치를 펼쳤다니 지금 생각하면 바로 탄핵이라는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했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그뿐만 아니라 작가 집단에게도 게으름은 -아리스토 텔레스, 타키투스, 세네카 등- 뜬금없이 맥락을 던져버리고 보내는 하루의 기쁨이었다고 하니 요즘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멍 떼리기와도 비슷한 게으름의 찬양, 법칙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식자 층에게도 전수되고 있음을 확인 가능하게 해준다. 그리고 여가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기간이 짧고 긴 것을 떠나 느긋함과 삶의 유쾌함이 묻어 나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 의미를 잘 새기며 활용하는 나만의 게으름 예찬에 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마련해보자.

낮잠에 대한 즐거움을 느껴 보았는가? 연구 결과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프랑스 철학자 티에리 파코는 조금 과장될 수 있지만 낮잠은 ‘자유와 자제력‘을 발휘하는 백미라 한다. 저자 또한 낮잠의 장점을 노곤함의 증발이라는 말로도 설명하는데 이는 게으름의 측면보다 시간의 적절한 활용이 더해진 게으름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게으름은 낮잠이 될 수도 있으며 마음을 정리하는 명상도 가능하다고 하니 다양한 방법의 수많은 게으름 예찬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결국 독서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하는 가장 멋진 방법이다.‘​

좋은 느낌의 문장이다. 게으름과 관계가 있을지 모르나 게으름 예찬이 독서 예찬과 만난다. 독서는 취미일 수도 있으며 무료한 시간을 깨기 위한 놀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는 꾸준히 사유하고 책의 문장들과 고민하듯 서로의 생각을 주거니 받거니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게으름은 탈피해주는 영양제와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간혹 게으름이 지나치게 낯설어질 때 책과 만나 대리만족하는 여유, 그것이 게으름을 통한 휴식 이상의 만족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책이란 게으름이란 입장에서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에게 있어선 여행과 책, 그 안에서 느껴지는 풍류가 게으름으로 묻어난다. 특히 인도에서의 다채로운 추억은 무지갯빛 오색찬란한 빛깔처럼 다양성을 지니며 책의 내용을 풍족하게 한다. 자세히 모르지만 신비롭게 다가오는 지명들, 혹은 작가가 읽으며 느낀 작품들의 제목 등을 통해 게으름과 여유로움에 대한 생각을 알아가는 것도 흥미롭다. 대자연이 던져주는 자유와 여유라는 시간. 행글라이딩을 경험하며, 난생처음 죽는 것 같지만 죽지 않는 경험을 했다는 아이러니 속에서 저자가 만끽하는 진정한 게으름, 여가 또한 신선하게 다가온다.

나에게 오롯이 주어지는 시간이라는 보물. 일이 아닌 독자 스스로가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게으름의 예찬은 어떠한 것일까? 저자는 여행을 통해, 책을 통해 사유하며 수많은 방법으로 자유로움과 게으름,
독자들이 시간을 활용 가능한 기술을 제공해준다. 각자의 게으름을 대하는 방법은 분명 다르다. 그것이 여행일 수도, 독서일 수도, 스포츠 활동일 수도 있으며 명상을 하는 마음 수양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게으름 활용법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가장 인간답고 치열하고 자유로울 게으름이란 시간과 마주 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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