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공포증
배수영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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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증, 그것도 햇볕을 두려워하는 공포증은 경비행기 조종사였던 김한준에게 치명적인 타격이며, 공포증의 연구를 거듭하고 있던 신경 정신과 과장 김주승에겐 기회였다.

‘넌 그때 죽었어야 해.‘ ​

알 수 없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소년을 향한 처절한 한 마디. 그 아이는 어린 시절 공포증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은 성인이 된 김한준이다. 그리고 그를 실험 대상이자 거창한 연구 과제로 선점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변을 압박 활용하는 신경 정신과 과장 김주승. 그의 연인이자 연구적 조력자를 자처하는 간호사 송화. 하지만 김주승 과장의 긍정적 치료에 의문을 품고, 환자인 김한진에게 다가가 심리적 안정을 위한 노력을 서슴지 않는 심리 상담사 권소영. 그들 중간에서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청년 김한준의 과거와 미래의 열쇠는 어떠한 빙점을 찍고 해결되어갈지, 한 페이지, 페이지의 문장들이 의미심장하게 전개된다.

괴물 같은 기억과의 대면, 그 괴물 때문에 고통받는 한준. 환자인 한준을 치료하기는커녕 자신의 실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알 수 없는 계획을 꾸미는 김주승 과장. 그들의 사이에 어떠한 갈등과 아픔이 잠재되어 있는지, 그 문제의 열쇠를 찾아가듯 책을 탐색하다 보면 그 실마리가 서서히 풀려나기 시작한다. 과거와 현재, 감춰진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혼돈하는 김한준과 김주승. 그들의 관계를 추리하며 입증해나가는 것도 ‘햇빛 공포증‘을 읽는 재미이다.

누가 어두운 공포의 시발점이었는지. 작품은 후반부에 가면서 어떻게 두 인물(한준, 주승)이 앙숙이 될 만큼, 아니 그것은 둘 중 하나의 착각일 수 있다. 어떠한 원인이 무의식 속의 트라우마로 잠재되어, 인물들을 심적으로 괴롭히며, 그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함께 고민하는 읽기가 되어도 좋을 듯하다.
어쩔 수 없이 주승의 가족이 된 한준이. 한준의 흑역사와도 같은 부모, 할머니대의 과오가 어떻게 그들에게까지 바이러스 군처럼 전염되었나?

그 뿌리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원인에 대한 해결점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 절박함과 행복함을 가지고 글을 써 내려갔다는 작가. 그 마음처럼 어둠에서 헤맬 수밖에 없는 햇빛 공포증의 존재를 이해하고 그들을 위한 치유법이 무엇일지, 어린 시절의 기억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독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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