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사전 - 내게 위안을 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리들
윤혜선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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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를 글로 승화 시킨 작가의 발상이 신선하다. 그것이 자연의 소리일 수 있으며, 인공의 소리일 수도 있다. 소리를 채집하는 과정과 함께 이를 활자화해가는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궁금증, 책을 펼치기도 전부터 궁금증이 증폭되는 작품이었다.

당신, 나의 소리. 나의 에너지.

소리로 나를 일깨우고 무감각했던 독자의 청각과 시각이 함께 춤추듯 소통하는 소리 사전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달빛의 소리, 빗방울 소리, 달콤 쌉싸름할 것 같은 키스의 울림, 아침마다 이르게 깨어나 까치의 밝은 인사 소리(혹은 그 반대의 다툼과 사과일 수도 있는 지저귐) 등 바쁜 현대인들에겐 너무나 행복하고 설렘 넘치는 우리의 소리이자 정서가 묻어나는 저자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쉰다.

한순간에 반하는 소리! 등짝 스매싱 짝! 그것은 아픔이 아니라 너와 내가 하나 되는 짝, 연인을 의미하는 짝! 이란 싱그러운 아이디어가 넘치는 저자의 소리. 이렇게 소리는 우리를 샐보게 거듭나고 더 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깨임이란 순간을 선사하는 것 같다. 짧지만 담백하고 여운이 길게 가는 윤혜선 작가의 소리 이야기는 생활이기도 함을 느끼게 한다.

'안타깝고 안타까워 마음이 무딘 칼에 썰리는 소리. 가슴에서 들리는 마른 모래 소리, 써걱 써걱'

마음이 응어리져 쓰라리다. 이러한 표현은 들어봤으나 마음의 소리를 '써걱써걱'라고 썰린다는 의미를 소리로 표현하고 있다. 기쁨에 쓸리고, 슬픔에 쓸리고 그 상황에 따라 우리의 마음은 갈팡질팡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 쓸림의 소리도 서로 보듬어가며 들어주고, 이야기 나눠주는 소리로 진화해간다면 상처와 행복을 함께 나누고, 지켜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로가 긁히며 글자가 써지는 소리.

서로가 긁히며 그림이 그려지는 소리'

더 리더란 영화를 보고 느낀 저자의 울림이다 연필과 종이가 부딪히는 '사각, 사각'의 마찰에 귀 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종이와 연필이 만나 울리는 감정을 소리와 글로 표현하는 저자.. 서로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부족함에 대한 호소가 필요할 때 종이와 연필이 상호 보완하듯, 서로를 끌어주고, 당겨 준다면 그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미세한 부분에도 섬세함을 표현하는 저자의 글에 깊은 공감을 얻게 된다.

'휙, 휙, 휙' 스무 살의 내가 돌아가는 소리

어려서부터 만나온 친구들, 잊힌 이들도 있을 테고 하루가 멀다 연락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친구들의 소리라고도 정의하고 싶다.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함께 나누던 추억의 소리와 그 인연들이 세월이 변하고, 나이가 들어도 연장되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지금도 그렇지만 눈 감을 그때까지 함께 할 친구를 바라는 저자와 같은 맘으로 그들과 함께하고 세월이 '휙, 휙, 휙' 흘러가는 소리도 뛰어넘는 몇 없는 친구들과 좋은 이야기, 소리를 이어가고 싶다.

'가거라, 가거라' 낙엽 밟는 소리

시월, 인디언의 달력으로 '잎이 떨어지는 달'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낙엽 밟는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뚝뚝. 세월의 무상함에 대한 슬픔이지만, 그것마저 새로운 계절을 위한 기대와 다가옴을 기다리는 마음에 낙엽 소리를 '가거라, 가거라'에 비유한 것은 아닐지. 낙엽 밟는 소리에 더해 속 마음으로 '가거라, 가거라' 소리를 덧대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우르르 까꿍' 사진 찍을 때 많이 써 보던 소리이다. 할머니가 아이를 웃길 때 이 소리를 사용해 웃음의 마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저자는 '까꿍'의 소리를 소개한다. 모두 웃게 만드는 마법의 소리에 깊이 공감한다. 어색한 분위기에 '까꿍' 한 마디가 모두를 냉동에서 해제 시킨다. 어색하고 답답할 때 내가 먼저 '우르르 까꿍'을 사용해 소통의 통로를 열어보자. 할머니도 아버지도, 엄마도, 할아버지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함께 해보는 것이다.

가족의 이야기, 아이와 엄마, 아빠에 대한 추억과 사랑의 소리가 가득한 온기와 위로 가득한 이야기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많이 웃고, 울며 지치지만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는 마음으로 격려와 희망의 소리를 서로 간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소리에 뼈가 있다는 기형도 시인의 말을 인용한 마지막 대목. 가급적이면 불필요한 소리와 부정적 반응은 서로를 위해 지양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것이 심하게 꽂히면 평생의 가시가 될 수 있다는 충격. 우리는 좀 더 아름답고 희망 어린 사랑의 소리, 온기 가득한 소리를 나누고 퍼트려야 하는 한 사람이다. 소리 사전을 통해 일상의 소중한 소리 예찬, 더불어 잊고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것에도 귀 기울여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독자의 귓가에 들리는 백색 소음에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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