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방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 상담실을 찾기 전 듣는 십대의 마음
오선화 지음 / 꼼지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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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전문가 오선화 선생이 이번엔 부모와 청소년의 가교 역할을 자처한다. 사춘기 이후 아이들과의 소통 부재와 역할을 잃어가는 부모의 외침에 화답하듯이 이번엔 부모님을 위한 작품을 세상에 선보인다. 청소년과 부모의 손을 맞잡고, 그들이 가는 길에 이정표가 되고자 하는 저자의 역할, '아이가 방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에서 만날 수 있다.

아직까지 청소년 시기가 멀게 만 느껴지는 부모의 입장이지만, 청소년이 되기 전까지 아이와 소통하고 가깝게 지내는 방법을 부족한 아빠의 입장에서 배워보고 싶은 심정이 크다. 그러한 상황에서 어느 순간 아이의 문이 닫히는 걸 미연에 방지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모든 부모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린 시절 손 꼭 잡고 다녔던 추억을 더듬으며 십대가 되어도 아이들과 수다 떨고 놀아주는 부모. 그 문제가 문제가 아닌 실제 가족생활이 되는 그때를 예약하며 이 작품을 만나봐도 좋을 것 같다. 늦기 전에 이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더욱 흐뭇한 감정이 든다.

아이들만 살리던 오선화 선생께서 이제 부모님까지 살릴 생각을 했다는 단호함. 모든 것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얽히고설킨 인생사의 고락처럼 부모와 아이의 문제도 보다 전문적인 상담가 혹은 경험자의 바탕이 함께 해야 천천히 그 의미를 풀어가며 서로를 이해해 갈 수 있다는 명제를 이 작품에서 얻어 가길 바란다.

'가족은 무엇을 잘해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땅히 사랑하라고 주어진 존재라는 걸 기억해야 해요.'

우린 자식들에게 불현듯 많은 것을 바란다. 독자인 나 또한 어린 나이의 아이임에도 무심코 이러이러하면 좋겠네.라고 이야기한 뒤 후회한다. 그 자체만으로 사랑스럽고 대견해야 할 우리 가족을, 우리는 지금 명문대에 진학했다. 영어와 중국어 몇 개 국어를 한다. 등의 잣대를 통해 자녀 혹은 가족에 대한 애정 강도를 더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랑거리가 되고, '뿌리만큼 거둔다는 대한민국 국민의 만고불변의 법칙'에 끼워 맞추기식의 자녀 사랑을 펼치고 있다. 그냥 존재하고 숨 쉬는 것만으로 사랑하고 예뻐 보이는 것이 당연함에도 우리 부모는 그걸 망각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우리 부모 세대 이전이 생존율이란 이름하에 자녀가 살아 있는 그 자체에 더 큰 목적을 두고 그것만으로 아이들을 사랑이란 본능적 요소로 키운 순수함을 지니고 산 건 아닌지 추측해본다.

아이를 인격체로 대하라는 써나쌤. 휴게소에서 목격한 사례를 통해 아이들의 인격에 대한 중요성을 호소한다. 여자 화장실에서 딸아이

에게 반강제로 소변을 보라고 강요하는 엄마. 가는 길엔 화장실이 없다며, 소변 보기를 계속 권하지만 딸아이는 오줌이 마렵지 않다고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찔끔 '쉬'를 하게 된다. 엄마의 입장에선 차에서 실례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정당성을 확보하지만, 소변이 마렵지 않은 딸아이에게 강요이자 인격체가 아닌 시키면 시키는 데로 해야 하는 로봇과 같은 입장이 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아빠로써 아이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 살짝 들었다. '하지 마.', '그건 좋지 않아.' 등 우리 어른들인 부모가 쓰는 용어는 대개의 공통성을 띠고 있다. 이제 좀 의식적으로라도 '그러면 나쁘지 않을까?', '너의 생각은 어때?' 등 아이의 입장과 생각을 반영하는 질문으로 바꿔 하나의 인격체로써 대우함이 필요한 시대라는 걸 느낀다. 아이들에게도 선택의 폭이 있다. 일방적인 부모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한 방향으로 운전하는 일방통행식 교육이 아닌 함께 존중하는 가족 문화, 이것이 아이가 로봇이 아닌 하나의 인간, 인격체로 대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의 방문이 닫히는 시기가 연장되거나, 열린 문을 유지하는 길이 마련되지 않을지 살짝 기대해본다.

아이에게 필요한 다섯 가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핵심 주제 다섯 가지를 여러분의 아이, 혹은 부모님에게도 적용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 서로에 대한 공감해주기. 내가 아닌 아이, 가족을 배려해주는 마음, 정말 부끄럽고 하기 힘든 사랑한다고 말하기. 아이나 가족에게 모든 걸 다 미안해하지 말기. 부모라는 이름으로 우선 자신부터 사랑하고 챙겨 나가기. 다섯 가지 주제를 통해 저자가 청소년 상담을 하며 겪었던 이야기와 청소년의 부모 회은 '선화'라 불렸던 자신의 엄마에 대한 사연 등을 애틋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글에 공감함으로써 이미 우리는 이 다섯 가지 교훈적인 내용에 함께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꼭 실천해보길 바란다.

이 외에 학부모와 청소년이 고민하고 궁금해할 만한 써나쌤의 명쾌한 답변 형식의 Q&A가 독자들의 쓰린 속을 풀어주리라 기대한다.

아마 부모님과 자녀 간의 막힌 속을 풀어주는 활*수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현재 초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도 도움 될 이야기들, 미래에 태어날 자녀 혹은 초중고생 자녀로 자라날 아이의 부모들에게도 에너지가 될 활력 넘치는 조언과 양육 비타민 등이 다채롭게 소개되고 있다. 책을 곁에 두고 아이와 맞닥뜨릴 때, 혹은 보이지 않는 장벽이 둘을 갈라 놓을 때 이 작품을 꼭 펼쳐보길 권한다. 청소년 전문 상담가이자 작가가 부모님들에게까지도 전하는 마법의 메시지 '아이가 방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열릴 소통의 창구를 상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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