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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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급 작가 그룹 6명의 이야기꾼이 전하는 쉽게 깨어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새벽 같은 이야기를 펼쳐낸다. 주제가 정해 있듯이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6편의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신예 소설가 장류진의 '새벽의 방문자들'로 시작된다. 이 제목은 소설집의 메인타이틀이기도 하다. 낡은 오피스텔에 홀로 살고 있는 30대 여성. 악플급 댓글과 스팸글, 선정성 글을 지워야 하는 운명의 It 관련 회사의 직원이기도 한 그녀. 그리고 그녀에겐 한때 사귀던 남자 김이 있었고, 하지만 어느새 다시 솔로의 삶으로 회귀하는 주인공 그녀.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울리지 않는 게 당연할 초인종 소리가 그녀의 가슴을 곤두박질치게끔 한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자신의 '동 호수'를 찾아드는 남자들이 어떠한 인간들인지 추리하게 되고, 그들의 얼굴까지 모니터 화면의 캡처를 통해 추리가 기정사실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 마주치지 않을 것 같았던 자신의 옛 애인 김까지 소리 없이 그녀의 집 초인종을 눌러대는데...... 진실 됨이란 가면을 쓴 남성들의 본심 혹은 여성의 성적 상품화를 비평하며, 실제인지 허구인지 모를 현상의 이야기를 담아 독자를 매료시킨다. 누구나 동등하고 나만이 아닌 우리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당연시해야 할 때임에도 우린 과거를 반복하듯 답습해 살아가는 말종이 되어가는 건 아닐지.

 

'룰루와 랄라'는 담백하다. 여자의 이야기 같지만 남자의 편견 섞인 이야기도 함께 등장한다. 늘 여자의 남자 ''은 그녀에게 일이 생기면 일의 상대방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따지곤 한다. 결국 ''도 그녀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일조하는 한방을 선사하며, 남녀 간의 편견에서 시작해 올바른 방법으로 맺어나갈 수 있게 하는 여성의 배려도 느껴진다. 이렇게 두 인물 외에 수수께끼 같은 여인 '룰루'가 주인공인 그녀와 ''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결국 주인공 그녀는 공장 알바 출근길에 그녀와 말문을 트게 되고, 그의 가슴 아픈 속 사정까지 나누는 사이가 되어간다. 하나뿐인 아이였지만 실은 두 번째 아이였던 지금 '룰루'의 아이. 그리고 룰루는 그녀에게 왔다 간 첫 째딸을 자신의 기억에서 지우지 못한다. 결국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아는 것인가? 물론 이것도 편견이며, 반 페미니즘적인 언사일 수 있지만, ''에게 코칭을 받고 때려치운 공장 알바 이후에도 주인공 그녀는 이웃사촌 '룰루'와 같은 시각 정류소에서 만나며 심적 동반자가 되어준다. 누군가 기댈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남자이든지 여성이든지 관여할 바는 아니다. 누가 얼마만큼 이해하고 한마음 한뜻이 되어주는지 몫일 뿐이란 걸 느끼게 하는 '룰루와 랄라'이다.

 

 

'베이비 그루피'는 현재의 연예계를 단적으로 묘사한 것인가? 아니면 실제 이루어지는 일일 수도 있을 상황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조심스럽지만 당당하게 다루는 소설처럼 다가왔다. 그룹의 멤버와 사랑(?)에 빠진 십 대. 한순간의 행동이 그릇된 결과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 '베이비 그루피'의 두 인물 '나와 초'도 자신들이 선망했던 인디밴드 그룹의 PK의 불장난 섞인 옳지 못함에 희생되고 만다. 하지만 조금은 쿨하고 당당한 페미니즘적 면모를 보이는 두 인물이랄까? 10대 시절을 보낸 후 다시 만난 그녀들은 솔직하면서도 당돌할 정도로 자신감 넘쳐 보인다. 10대 후반 겪었던 걸림돌 같았던 불장난에 굴하지 않고, 당시의 뭐 같던 상황을 술 한 잔에 털어내며 과거를 회상한다. 어쩌면 좋지 않았을 씁쓸함과 아픔이었기에, 가슴에 품고 싶었던 그녀들의 사생활은 아닌지 독자로서 조심스럽게 상상하며 마무리한다.

 

 

'지나와 보라' 중심의 예의 바른 악당.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여성의 이야기이지만, 그들은 여기에 등장하는 남자, 선배와 어떠한 관계일까 의문 부터 드는 선입견에 빠지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나 남성 중심의 생각과 관점에 잡혀 살아왔는지 반성하게 된다. 또한 김현 작가

'유미의 생각'을 통해 당연스럽게 여겼던 잘못에 대한 선명한 진실. 페미니즘을 비롯해 인권 감수성에 이르기까지 간과했던 상황들에 대한 명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설 속 이야기였다. 남자가 움츠려드는 것이 아니라, 남녀 서로 간의 평등이 정당화되어야 함을 잊은 채 살아온 기울어진 사회의 둔감력. 상대방이 불쾌하고 기분이 나쁘면 당연히 사과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한 시대임을 '유미의 생각'을 통해 느끼게 된다.

 


'누구세요?'라는 어이없는 남정네 재영에게 불필요한 말을 듣고 졸지에 백수이자 이별녀가 된 여주인공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미투의 영향 후 직장 내 성희롱, 추행과 같은 범죄가 어느 정도 사그러졌는지 모르나,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남자들에게 촌철살인과 같은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결국 월세마저 밀려 길가로 내몰릴 상황까지 몰린 여주인공은 발칙한 행동을 펼쳐 옆집 젊은 남자의 집을 털기 위한(?) 무리수를 감행한다. 여자로서 느껴보지 못한 더 큰 호기심이 발동해 잠들어 있던 건장한 옆집 남자를 탐하기 시작하는 당돌한 주인공. 그리고 옆집 남자는 그 상황이 꿈과 같은 것으로 착각한 것인지 주인공이자 낯선 여인과의 섹스에 홀릭 한다. 마치 자신이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옛 연인이 '연정'의 이름을 속사이듯 외치며......

 

그리고 색다른 섹스를 마친 여자는 잠에 취한 젊은 남자의 아이패드와 몇 가지 물건마저 슬쩍해 밀린 월세를 메꾸기 위해 그 물건들을 중고 장터에 넘기게 된다. 늘 여성은 받는 입장이고, 주는 사람은 남자란 착각, 찬물의 아래위가 없는 요즘, 동등한 입장에서 생각하고,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이야기였던 것 같다. 무거울 것 같지만 솔직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며 마무리 한 '누구세요?' 생각지 못한 일들에 도전하고, 지나친 편견에서 멀어지는 사회, 그러한 사회를 꿈꿔본다.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페미니즘 소설. 더 크게 말해 인권감수성이 가득한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 인간 남녀가 현대 사회를 올바른 관점에서 살아가야 할 교훈을 던져준다. 재미와 교양, 알지 못했던 공감대 형성까지 남녀라는 차이를 극복하는, 우리가 함께 공조하며 편견이 없는 세상을 그려보고, 채색해야 할 작품집이란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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