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이면을 보다 - 신용권의 역사기행
신용권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조금 다르게 보는 시선을 통해 역사의 관점을 확장시키는 것은 각자의 의식을 변화시킨다. 천편일률적인 교과서적 틀에서 벗어나되 정도를 지키는 역사의식 강화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이 가져야 할 소양이며, 이러한 시기에 읽을 만한 작품이 탄생해 흥미롭다.

대마도, 한일 관계, 훈민정음, 도요토미 히데요시, 영월, 제주 4.3 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며, 놓치지 말아야 할 역사적 교훈이 담겨 있는 사실들. 그간 쌓아 온 저자의 노하우가 더욱 심층적으로 정리된 작품을 함께 만나고 생각하며,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대마도 하면 가깝고도 더 가깝게 느껴지는 공간이자, 우리 앞에 펼쳐진 역사의 이면이 가장 밀접하게 드러나는 장소이다. 임진왜란의 원흉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마수가 대마도로부터 시작해 대마도주를 위시해 명나라를 치겠다는 심산으로 조선의 땅을 허락하라는 말도 안 되는 내용. 익히 알고 있는 기본 걸개를 바탕으로 그 안에서 펼쳐지는 정치적 이슈와 당쟁에 의한 살벌하고도 참혹한 내부 싸움이, 임진왜란의 발단이자 가슴 아픈 결과의 씨앗이 된 것은 아닐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억울할 수밖에 없지만 간혹 정의가 올바로 서지 못한 역사의 참혹성. 응징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시대의 미끄럼을 역류하듯 승승장구하는 간계와 간흉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사회. 그것이 허수아비 노릇이며, 무늬만 왕인 조선 시대 일부 왕의 실체이며, 그릇된 시각과 판단으로 역사의 정당성을 무너트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마련이다. 이렇듯 대마도를 발판으로 어긋난 판단의 과오와 역사 이면의 거짓, 혹은 진실이 지금에서야 밝혀지고 있지만, 이 또한 후세대를 위한 커다란 타산지석이 될 것임을 작품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촌에 의해 폐위된 노산군 단종은 강원도 영월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다.
그가 유배지로 있었던 곳이 영월의 청령포라 하며, 화려하고 아름답던 지역의 경관과는 반대로 가녀린 단종의 마음을 옥죄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또한 그가 사랑했던 폐비 정순왕후 또한 세조의 신하였던 신숙주에게 첩으로 들어갈 위기에 처하지만, 그것마저 쉽게 허락할 수 없었던 삼촌으로의 마지막 양심이었을까? 폐비가 된 정순왕후를 임금이 죽으면 들어가 비구니 생활을 하게 하는 ‘정업원‘에 따로 거처를 마련, 삶을 마칠 때 가지 은거하며 살 수 있게 한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세월이 흘러 그 진실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의 진실은 그저 힘의 논리였으며, 혁명이든 쿠데타든 그 일을 성사시킨 관점에서 자신들의 몫을 나누며,
반대의 행동을 했던 이들에겐 역적의 타이틀을 짐처럼 던져준다. 개국 60년 만에 유교의 이념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리며 조카의 왕위를 찬탈하는 군주와 동조하는 무리들. 우리가 알지 못하고 누락했던 감춰진 이면의 진실이 암울했던 우리의 근현대사와도 비슷하다. 더 이상 퇴보하기 전에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의 옳고 그름을 배우고 나누는 것도, 역사를 바라보는 독자의 입장에서 마땅히 해야 할 몫이라 여겨진다.

1940년대 후반 제주 도민 3분의 1이 사망하는 희대의 참극이 벌어진다. 누군가는 잊고자 하나 잊히지 말아야 할 민족 내부의 분열이 제주에서 벌어졌다. 제주 4.3사건의 진실규명은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의 정부든 미국의 입장은 진실을 파악해야 할 규명보다 토벌과 살생이 우선 된 무자비한 살육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저 사실을 은폐하고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려는 정권의 하수인들. 그렇게 제주인들은 이유 없이, 목적 없이 소중한 생명을 잃고 만다. 3만여 명 넘는 살상이라니...... 이것이 전쟁이었는지, 홀로 코스터처럼 집단 살인을 부추기는 폭압적 정부의 망령이었는지는 우리 모두가 꼭 풀어야 할 진실 된 과제이다.

아니, 이미 풀어가고 있지만 이것마저도 아니라고 발뺌하는 사람 혹은 증인들의 썩어 빠진 정신부터 개조해야 하는 건 아닌지 울분에 못 이겨 강한 절규하듯 외치며 역사의 이면, 그 진실이 밝혀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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