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의 심리학 -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가야마 리카 지음, 조찬희 옮김 / 수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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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을 앞두고

아등바등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이가 있든 없든, 남편이 있든 없든,

마흔 너머를 준비하는 여자들의 모든 고민을 담았습니다.

연애는 몇 살까지 가능할까요?

이 나이의 패션, 무엇을 입을지 고민입니다.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요?

나이 들면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할까요?

몸의 컨디션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육아'를 하지 않는 여성의 진짜 속마음

피할 수 없는 중년의 성 이야기

싱글로 쭉 살아갈 사람들에게

여자의 정년은 남자의 정년, 즉 남자의 은퇴 시기와 동일한 것인지? 혹은 여성의 독립된 개체로서 정년, 나이 듦을 평가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정년의 의미 파악일 수 있으나, 누구나 늙기 마련인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흥미 깊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나이 듦의 의미를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사유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나이 듦은 직장 생활의 정년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이는 일본이나 한국이든 별 차이가 없는 듯싶다. 여성 정년 30세라는 아찔한 일본의 과거 상황에 대한 설명. '고균법'이란 것이 개정되면서 정년에 대한 보장이 새롭게 이루어졌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예퇴직이나, 경력의 단절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어디에서나 흔한 일이 아닌가 싶다.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젊은 세대와의 마찰, 기득권을 지켜나가려는 기존 세대와 함께 적절한 융합이 필요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음을 실감한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60세 이후 40여 년간 지속될 일상생활 혹은 일에 몰입할 수 기간이 늘어나는 것에 그저 정신이 아득해진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정년 후 쉼을 갖고 싶지만 생계를 위한 걱정, 60 이전에 받았던 급여의 절반도 안 될 수익에 그저 한숨만 나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이 듦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자연인의 풍모마저 필요한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계속 일해도 되는 걸까? 고민이 될지라도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 물러날 필요는 없다. 그럴수록 당당하게, '나이 들어서도 일하는 나, 너무 멋있지 않니?'라고 말해주자.

정말 맞는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의 나이를 공론화하고 묻기도 전에 '이 나이에 무얼 해'라고 지레 겁을 먹는다. 이때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자.'내 나이가 어때서?' 이런 노래 제목이자 가사가 맞춤 맞게 독자인 당신의 해답을 찾아줄 것이다. 타인은 남의 나이나 일상, 일에 대해 깊이 있게 관심을 두고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것을 무시한 자신감과 용기, 고령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고 계신 나이 든 선배들의 모습을 통해 나이 듦의 지혜를 배워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저자는 남편의 정년 후 전개될 삶에 대한 계획도 중요함을 언급한다. 대부분 한 가정의 수익 중 70%를 차지하는 것이 가장의 몫이라고 가정한다면 은퇴 후의 소비생활 또한 그만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년 후의 계획이 부부간에 큰 숙제가 될 것임을 설명해준다. 그들이 시골에 가서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지, 여행 계획을 세워 어디론가 떠날지, 어떠한 취미 활동을 정해 함께 공유해 갈 것인가의 뚜렷한 목표가 정년 후 부부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염두해두자. 책에서 언급한 사례처럼 은퇴 후 '넷 우익'이란 인터넷에 빠진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의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부간의 소통이 중요함에 꼭 귀 기울이길 바란다.

'나이란 게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게 거의 없다.'

주위의 눈치와 비아냥. 나잇값을 못한다고 떠버리고 다니는 사람들. 이것마저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떻게 보면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부터 나이의 굴레에 얽매여 사는 사람임을 집고 넘어간다면 문제는 쉽게 풀려나가지 않을까? 어른이 젊은이처럼 행동하고, 젊은이가 어른스럽게 이야기하거나 복고를 따라가는 행위들이 지금은 익숙해진 현실이다. 그러므로 연륜이나 경험이 중요하긴 해도 그것의 잣대를 통해 모든 것에 선을 긋기보다 내면과 외면의 확장성을 늘려가는 것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나이 듦은 이렇게 선택의 폭을 더욱 넓혀가는 영향력이 되는 것이다.

작가는 젊음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게 조언한다. 흔히 보톡스나 시술로 10년은 젊게 느끼게 해주는 성형술, 혈관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관장에 이르기까지 생명을 담보로 젊음을 갈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그들도 돈과 정보라는 노력을 통해 결과를 얻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무랄 수 없다. 저자 또한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늙어감에 대한 올바른 정의나 도움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젊게 사는 것만을 위해 살다 보면 나이 들어감에 따른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망각하게 될지 걱정이 되기도 하다. 일부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욕심은 모두 비슷하다. 젊게 살되 자신의 연륜과 세월의 변화를 이해하는 삶,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류이므로 나이 듦에 있어 흐르는 세월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도 정서적 안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젊음이란 갈망도 노년이 될수록 남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희망 섞인 허망한 현실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성희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에도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음을 우리는 깊이 있게 인식해야 한다. 저자는 주변 지인 혹은 상담자들이 경험한 중년 이후의 성희롱 사건에 대한 사례를 들어가며 20대이든 6~70대의 노년 여성이든지 간에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는 여성의 입장에서 동일하다는 명제를 제시한다. 노년 성폭행, 성희롱 사건 등이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이럴 때 우린 '왜 저 나이에, 왜 그랬을까?' 보다 그 상황을 겪은 분들에 대한 공감과 관심, 걱정이 더 필요함을 느껴야 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정년 후 여성이 당하는 성희롱과 성범죄 또한 젊은 여성에 대한 그것과 마찬가지로 근절되어야만 할 것이다.'

남성 또한 저러한 입장에서 '저 정도는 되겠지!'의 불법적 언행보다 누구나 똑같이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할 소중한 인류의 존재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작은 빛이 가슴속에서 빛난다. 아직 이 세상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싶다.'

중년 여성도 사랑을 할 수 있고, 노년에 접어들어도 남녀관계 속에서 싹트는 연애 감정에 대해 이젠 왈가왈부할 시대는 이미 지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부부의 개인적 사생활을 위한 이혼 아닌 졸혼처럼 노년의 새로운 만남과 사랑을 통해 살아 있는 자아를 확인하는 것 이것이 나이 듦의 중후함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는 이에 반대 의견도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 또한 존중해야 하겠지만 자신의 일과 삶이 아니라고 타인의 생활 패턴, 노후에 이뤄질 수 있는 연애 감정, 남년관을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행태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 '그럴 나이는 아니죠? 가 아니라 '그만큼 세월이 흘러도 열정적이고 풍부한 감정을 지니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노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겠다.

저자는 잠시 한류 열풍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겨울연가의 '욘사마', 이병헌에 이르기까지 노년, 중년 일본 여성의 심금을 울렸던 한류의 전성기가 있었다. 그 열광의 원인 중 하나, 스타가 아닌 가족으로서 팬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기본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한류의 흐름이 일본이 아닌 전 세계의 타깃으로 전환되어 조금 섭섭한 마음을 비추는 저자의 생각이지만, 나이 듦의 사랑은 연애를 통한 결혼, 성적인 관계뿐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존중과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연애는 나이와 상관없다. 단, 현실적인 고려가 필요함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며 체력적, 심리적 소모의 부담 또한 잘 극복해야 한다는 저자 가야마 리카 박사의 조언을 기억하자.

뿐만 아니라 저자는 중년, 노년의 여성들에게 조금 민감할 수도 있을 부부간의 성관계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아이와 남편을 위해만 살아온 여성의 삶이란 팍팍할 수밖에 없다. 자녀들이 성인이 되고 남편도 사회생활에 바쁘다 보면 부인의 입장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사는 멀어지고 마는 게 순서이다. 그렇다고 동양 여성들이 남편에게 자신의 행복한 하룻밤을 위해 자연스럽게 남편을 유혹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간혹 SNS 상의 남녀만남 사이트에서 이성을 만나기도 하고 관계를 갖는 중년의 여성 혹은 남성이 있겠지만, 이 또한 그저 일순간의 만남으로 마무리되고 가정에 다시 충실할 수밖에 없는 중년 여성의 현실적 삶으로 돌아갈 뿐이라고 한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또 다른 삶의 취미나 일거리, 봉사활동 등을 통해 위안을 삼는 것도 나이 듦에 필요한 정서적 위로임을 제안한다.

'50대가 되자, 눈앞에 더 넓은 세상이 펼쳐졌다. 이 상쾌한 느낌이 계속되면 좋겠다.'

기존의 틀에서 자유로워짐이 필요하다. 지나친 과거의 편견에 집착하지 말자. 이성 간의 우정도 가능하지만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이유와 도덕적 잣대가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5~60대 중년이라고 사랑과 연애, 미래를 꿈꾸며 새로운 도전에 다가설 수 없음이란 없다. 자신의 정체성과 주체의식을 바탕으로 나이 듦의 미학을 중년 여성들이 이끌어 나가길 이 작품을 통해 응원해본다. 이어서 노년이 되어도 고령화 시대에 맞게 다양한 것을 누리고 젊은 시절 실행했던 것을 변함없이 이어가는 자신감. 그것이 나이의 간극을 뛰어넘는 확신이 될 거란 걸 믿어본다. 나이 듦의 심리학, 그것은 나로부터 자라나는 자존감이자 인생 말년의 존재감이란 의미를 부여해본다.

남성 독자로서 우리 어머니, 할머니, 주변 중년, 노년의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의 마음과 걱정,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희망을 알게 되고 부족하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의미 있는 독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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