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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쓰인 작품마다 베스트셀러. 하지만 독자로서 처음 만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지 10년 차 작가이자, 유명 스릴러 작품을 다수 발표한 이야기꾼이라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왠지 흉물스러운 소포가 배달된 책의 표지 디자인부터- 이야기는 주인공 ‘엠마‘가 정서적 트라우마의 감정이 쌓인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된다. 이야기의 단초인 것이다.
그래서 왠지 시작 단계부터 빠른 속도로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는 몰입도를 주는 내용이다. 이것이 가독성이 뛰어난 작품의 장점이자, 질적 필수 요소란 걸 느끼게 한다.
어느덧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정신과 의사로 성장한 엠마. 그녀는 다정했던 엄마, 일 밖에 모르며 가끔 자신에게 강압적 폭언을 던지는 아빠 밑에서 자라났다. 이처럼 어린 시절 겪은 상처 같던 아빠의 말 한마디가 트라우마 되었고 마음속 망상의 ‘유령 아르투어‘란 존재를 받아들였다가, 이를 치료해가며 정신과 의사의 꿈을 꾸게 된다.
성인이 돼 꿈을 이룬 뒤 엠마는 학회 세미나를 마치고 호텔에서 정체 모를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고 아이의 유산의 고통을 겪는다.
이때부터 진실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갈 게임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과 정신에 반복적으로 지난 사건의 환영이 망상처럼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러던 때, 집에서 몇 달간 휴식을 취하며 모든 물건을 택배로 받으며, 택배 기사 살림과도 친근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택배 기사가 개인 사정으로 일을 마무리하게 되며 일을 떤ㆍ기 전 엠마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부재중인 이웃 주민의 소포를 대신 받아달라는 부탁을 청한다. 별것 아닐 것 같은 작은 발단이 그녀의 사건 트라우마와 어떠한 연관이 있을지 자못 궁금증과 호기심이 깊어지는 상황 전개였다.
더욱이 언론은 엠마가 겪었던 사건-연쇄 살인마 이발사의 잔혹한 살인-의 피해자의 상황보다는 피해자들의 가십거리 혹은 댓글에서의 지속되는 논쟁 등을 통해 범죄를 희화화 시키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도 한다. 흔히 댓글이 난무해 드러나는 진실 오도의 단면인 것이다.
지속되는 엠마의 환각과 환청. 그녀가 정말 사건의 당사자였는지, 과거 아빠로부터 혹은 장롱 속 ‘유령 아르투어‘에 대한 트라우마가 깨끗이 씻기지 않은 상처 때문인지 자신의 남편 필리프, 절친인 실비아에 이르기까지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간다.
거기에 택배 기사 살림이 두고 간 정체불명의 소포에 이르기까지 과연 이 사건의 의문과 풀리지 않는 진실은 무엇인지 독자의 심리를 점차 깊숙이 범죄와 진실의 유무 속으로 유혹해가는 호기심 넘치는 스릴러 소설이다.
과연 짜인 각본의 결과였는지 한 여성의 피해망상 정신분열적 편집증에 의한 병적 문제가 살인이라는 무서운 범죄로 종말을 고하는지,
의학과 법학, 심리학적 요소의 전문화된 내용들이 작품을 좀 더 고급 진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엠마가 풀어가려는 수수께끼의 열쇠는 무엇일까? 그녀의 조력자인 남편 필리프와 아버지의 친구이자 멘토인 콘라트에 이르기까지, 개성 있고 묵직한 캐릭터의 등장이 작품의 무게감을 더한다. 과연 연쇄 살인 사건의 연결고리, 그 시작은 어떠한 발단이 계기가 되었으며, 주인공 엠마는 거짓과 진실의 문턱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소포와 이발사, 그리고 소포의 주인 팔란트
누가 과연 이 쌈박한 스릴러의 핵심 인물, 즉 살인자이며 그 살인의 주도적 원인 제공자인지, 갖은 상상을 할 만한 단초를 꾸준히 제공하는 소설이다. 하지만 그 복잡한 퍼즐을 맞추며 다시 수정해보고 어떠한 것이 사실적 접근에 가까울지 추리해보는 재미도 쏠쏠한 작품이다.
독자의 뇌에 쉴 틈을 주지 않는 작품. 이것이 불친절하다기보다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게 하는 끈끈한 아교풀 같은 매력이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분! 짜릿함과 흥미를 더해 주는 작품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각각에 ‘범인‘일 수도 있다는 의문을 제시하며, 어떤 인물이 그 정답에 근접한지 두근거리는 추리를 펼쳐보자. 이것이 스릴러의 재미와 반전임을 마음껏 누리며 ‘엠마‘ 구출 작전에 빠져보는 시간을 누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