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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김명국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일상이 예술이고, 예술이 일상에서 묻어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책을 읽다 보면 글과 사진만큼 최고의 정서적 콜라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작품 또한 그러한 면에서 정서적 치유, 사람 사는 냄새를 키포인트로 하고 있는 작품 같아 사진 한 장, 글 한 편 감상할 때마다 작가의 감성과 현지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태리와 미얀마, 대한민국, 인도, 아시아 등 작가는 그리움을 벗어나기 방법으로 카메라와 발걸음을 이용해 길 위에서 다채로운 색을 지닌 사람들을 만난다.
글이 없다고 책이 밋밋한 건 아니다. 그림책처럼 글과 그림을 번갈아보며 당시에 만난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는 상상, 그 어느새 그곳에 가 있는 독자 스스로를 떠올려보는 마음속 여행이 이 책과 만나는 쏠쏠함이 될 것이다.
'정해진 약속도 없었다. 그저 길을 가다 늘 만나던 사람들처럼 바라보고 인사하고 함께 웃었다.'
이런 게 여행 속의 일상이길 바란다. 보는 것에 심취해 여행 대신 관광에 매료된 여행객들에게 필요한 여유가 아닐까? 저자는 이런 것에서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고 하니 이미 달관의 경지, 여행자인 것만 같다.
이 작품의 사진과 글귀를 이해하기보다 사진을 통해 그 일상을 마음으로 느끼고 함께 공감해주는 것이 책 읽기의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 싶다. 사진 속 미소에 더 큰 함박웃음을 보일 수도 있고, 작가의 글에 동화되거나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그림이나 글을 보고 읽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을 통한 일상 여행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이 순간을 누림에 집중하자. 그것이 이 작품의 의도 중 하나일지 모르므로.
'여행이 아름다운 것은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과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도 계속된다. 딱딱하고 둔탁하며 높은 고층 빌딩과 화려한 조명이 아닌 우리 인생의 후반기를 장식하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며, 그저 감사의 마음 가득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서울을 떠나 전국 방방곡곡 누비는 사진가이자 작가. 원동기를 끄시는 100세 할아버지부터 꼬막 혹은 조개를 캐는 할머니까지, 저자는 팔도를 돌며 우리 인생 황혼기의 주름진 굴곡을 지닌 어르신들의 자연스러움을 앵글에 담는다. 정이 넘치기도 무뚝뚝하기도 하지만 주머니에서 꺼낸 사탕 하나에 어느덧 표정은 해맑게 변해간다. 이것이 여행이고 만남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사진 속에 담긴 길 위의 사람들의 사연. 각자의 인생 굴곡을 느낄 수 없지만 순간의 상황과 마음은 한결같이 평화롭거나 진지하다. 그 안에서 묻어나는 정서를 독자의 입장에서 몸과 마음으로 체화시키는 동화해감. 사진에 푹 빠져 책 속 깊이 여행을 떠나고 사색하는 기분마저 소중하다. 몸으로 움직이고, 발걸음이 무거워져야만이 여행이 아니며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도 여행이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특히 매년 갈 때마다 달랐다던 인도에 대한 저자의 느낌. 그처럼 이 책을 지금 읽을 때 혹은 책을 들고 책 속의 나라에 직접 방문해 이 글을 읽을 때의 기분은 정말 각자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책 바깥에서 만날 길 위의 사람들을 상상해보라. 이 작품이 동기부여를 전해주고 이를 직접 여행으로 실천하는 독자의 행동력. 그래서 책을 읽고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이뤄진다면 책 읽기의 기쁨은 더욱 커지리라 여겨진다.
마음과 정성을 다해 앵글에 사진을 담은 저자.. 다년간의 업무로서 다져진 사진작가의 길이라 추측되지만, 그러한 노하우 속에 자신의 생각과 감수성을 담은 글귀까지 소중하고 의미 있게 담긴 여행 에세이집이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우리는 다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할 기회를 꿈꾼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만남과 여행, 인연이란 의미의 소통을 키워나가게 하는 징검다리와도 같은 작품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