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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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김호연/문학/한국소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대한민국의 에이스 투수 준석. 그는 시즌 초반 승리를 거두고 퇴근길에 우연을 가장한 교통사고를 당한다.

하지만 타박상에 불과한 징후와 검은 옷을 입은 낯선 여인과의 만남. 그리고 그에게 감춰진 사실을 설명하는 여인 경이.

그 후 준석은 구단 지정 병원으로 이송되어 안정을 취한다. 그리고 준석의 조력자라 할 수 있는 파우스트 태근과 파우스터라 불리는 준석의 관계가 서서히 이야기 속에서 드러난다. 복잡한 구성 같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긴장감과 반전이 펼쳐질 것 같은 호기심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누가 누군가를 조종하며 업그레이드하는 사회. 그 안에 보이지 않는 거대 조직 메피스토라는 회사 또한 등장한다.

사고 후 각종 의문의 실타래를 풀어가려는 준석의 모습이 마치 비밀 요원 같다. 자신을 노리고 있는 어둠의 실체와 자신의 지인이었던 지수의 죽음. 그리고 지수와 닮은 경이라는 여인의 아버지의 죽음이란 물음의 정답을 찾기 위한 노력들. 가독성이 뛰어나고 물 흐르듯 흘러가는 내용의 구성이지만 다음 장면을 추리하며 책을 읽어나가는 묘미가 뛰어나다.

"우리 아버지의 자살조차 저들은 자연사로 포장할 수 있었어요. 저들은 이미 많은 돈을 이 세계의 결정권자들에게 지불하고 있을 거

에요 이곳에서 벌어들이는 어마어마한 수입에 비하면 로비 금액은 껌 값에 불과하겠죠. 만약 우리가 그들에게 공개적으로 맞서는 순

간 저들은 소리 소문 없이 우리를 제거할 거예요. 당신이 아무리 유명한 선수라고 해도 저들에게는 그냥 몸 쓰는 젊은 놈일 뿐이라고

요 순식간에 당신은 음주운전 사고나 약물중독 사고로 죽은 선수로 처리되겠죠."

"그럼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은밀히 파헤쳐야죠. 놈들의 정체를."

언론조작, 은폐, 의혹은 수없이 넘쳐난다. 권력과 가진 자의 특권으로 약자는 그들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되느냐, 혹은 중심 선 해결사가 되느냐의 선택은 오로지 나 자신임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재미는 기본이나 이야기 속에 풍겨오는 향기는 그리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소설 속의 인물들처럼 우린 도전하고 어둠의 껍질을 깨야 할 위치에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를 기억하는가? 그저 한낮 쇼에 불가했던 한 남자의 생애, 1984의 빅브라더에 의해 좌우된 세상 등 우리가 지금 올바른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까지 드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다. 그만큼 몰입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인물들의 자기 정체성, 존재성을 찾아가려는 모습들 속에 나라는 독자 또한 투영 가능한 이야기이기에 많은 독자들이 호기심 어리게 이 작품과 만나보길 바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액션 스릴러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만이 아니라 국내 문학계나 영화계여서 소화 가능한 작품들이 많아진다는 자체가 즐거움이다.

이어지는 긴장감과 반전 속에 작품의 의미를 되새기고, 조금은 거창해 보이지만 인류의 주인인 나를 돌아보고, 바람직한 삶의 노선을 흰 도화지에 스케치하고 채색해보는 과정도 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작품이, 김호연 작가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던져 주는 숙제, 자기 존재성을 확인하게끔 하는 선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개성 넘치는 각각의 캐릭터에 몰입 되 신나고, 긴장감 터지는 한국 문학, 소설 읽기의 바다로 빠져 보길 기대한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지나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1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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