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지
김안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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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터, 양반 소녀 등불 시인 매화, 만월 왕자와 그의 내시 수보, 그리고 한스 리 등 다양하고 신선한 캐릭터들의 조합.
일심동체 로봇에 더욱 먼저 다가가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다. 이 교수의 아들 한스 리.
그리고 천재적 자질을 갖춘 천하(당시 계급) 벡터. 그를 흠모하고 두둔했던 김 교수. 하지만 그는 한스 리가 개발한 로봇에 의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고 마는데......
이어지는 색다른 캐릭터들의 등장과 갈등, 시를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 염원의 소녀, 귀염 상의 등불 시인 소녀는 소설 속 키워드와도 같다.
‘금화‘란 물질만능의 매개체가 없어도 등불 시를 쓰며 사람들을 깨우치는 등불 시인 소녀 매화의 활약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벡터는 괭이로 두 근거리는 눈알을 세게 찍어 내린다. 그러자 심장은 터져 죽어 버렸다. 뿌리 성장도 그대로 멈췄다.

˝ 시(詩)는 인간의 또 하나의 심장이었어.. 소녀의 가슴을… 난 찌르게 되었어 미안해… 내 시(詩)여. 내 사랑이여 흑흑 네 본연이 네 근원이 흑흑 시의 근원이… 바로 염원이로구나.. 네 시
儲)를 네 가슴을.. 그리고 너와 나의 눈을.. 으윽 ,, 한쪽 눈을 잃게 된 벡터는 천으로 오른쪽 부위를 묶는다 ˝아직 너를 더 봐야 해 ”》


‘염원‘과 ‘본연‘을 가르는 그 중심점은 등불 소녀의
시. 그것이 인간 본연을 지켜나가는 심장과도 같은 생명력임을 작가는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인간 본연의 모습인 ‘시‘를 통해 갑작스레 눈이 먼 벡터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그 태초의 신비로움, 경이로움이 자리 잡아 있을, 생 날 것이 느껴지는 이야기들 사이에 ‘시‘를 통해 염원으로 결과 지어질지 흥미로운 전개가 펼쳐진다.

왕세자와 등불 소녀 시인의 미요한 관계. 소녀의 조력자이자 왕세자의 내시인 수보의 헌신 등이 이야기의 전개에 어떤 영향력을 펼칠지 궁금증도 늘어난다. 천재 과학자 천하의 영웅 벡터는 등불 소녀 시인과 어떠한 예지적 관계성을 갖고 미래를 결정지을지, 각자의 목적과 성과물이 될 본연이 지닌 참 된 가치를 경험하며 염원을 이루려는 인물들의 이야기. 그들의 중심에 매달 15일, 30일 만월지 연못에 등장하는 궁(宮) 이 매화 소녀인 등불 시인과 그 주변 인물들을 연결해 주는 이야기의 통로 중 하나이다

‘시‘를 통해서 인간의 정서를 읽을 수 있는 염원 렌즈를 개발할 수 있다는 벡터. 그에겐 시를 쓰는 소녀 등불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사랑이다. 하지만 벡터의 염원, 렌즈의 개발은 시를 쓰는 매화 소녀의 죽음과도 연결되어 있어, 복잡 미묘한 관계의 흐름과 변화가 지금의 변화무쌍한 세태의 풍자와도 맥을 함께 하는 듯했다.
과연 갑작스러운 등불 시인 소녀이자 매화로 불리는 소녀의 죽음 이후 어떠한 세상의 변화가 일어날지? 갑작스레 얼굴 없는 정면의 모습을
한 인간들의 등장(왕세자 또한 얼굴을 잃어 간다)현상은 무엇인지 책을 통해 생각해 볼 만
한 내용들이다.

《왕세자의 이목구비가 완전히 사라졌다. 남아 있는 건 문 손잡이에 찍힌 상처와 떨어진 금화에 긁힌 붉은 선이다. 왕세자는 시를 잊은 것이다.》

등불 소녀가 세상을 구원하는 본연 속에 염원이었던가? 사랑, 본연, 시, 염원의 단어가 어우러져 양반과 천하가 하나 되는 사회.
그 안에서 답을 찾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묻어나는 작품이다. 그리고 시, 은유적인 표현이 가득 담긴 ‘시‘라는 장르가 소설 속에서 다채롭게 포장되고 채색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과 상상의 나래 또한 펼치게끔 하는 작품이다.

‘판타지‘스럽지만 ‘락‘적이고, ‘사랑‘이란 의미 또한 내포되어 로맨스적 색감도 느껴지는 작품. 기존의 판타지물과 다른 신선함, 날렵함이 묻어 나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장르물이었다. 개인적으론 어려워했던 판타지물에 대한 편견을 극복할 수 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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