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집 아이들
김대영 지음 / 좋은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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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땅/김대영/문학/성장소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간혹 과거라는 향수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래서 과거를 회상하며 그 아련함에 젖어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여기 등장하는 제천이라는 지방으로 새로 이사 온 형제 강민과 강진. 그리고 그들의 이웃 형 시발, 동식이, 석찬이 등-부르기도 민망하다-을 비롯한 친구들의 유년 시절이 파란만장하게 그려진다.
형제의 아버지가 키우던 각종 식물과 콩나물 등을 비롯해, 우연히 심어 기대하지 못했던 포도나무에 열매가 열리고 그 덕에 이 집의 아이들은 포도나무집 아이들로 명명된다. 그리고 이제 이들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추억 소환.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추억 여행, 소설 속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 초반 시발형이 잡아 주던 개구리 뒷다리의 맛. 바삭하게 구워진 동생을 위한 개구리 뒷다리 구이와 형인 강진에게 쥐어진 약간은 떨구어진 물컹한 맛이 개구리 뒷다리의 첫 맛. 동네형의 호의에 어쩔 수 두 가지 맛을 다 볼 수밖에 없었던 형제의 추억. 그리고 뱀 잡이 에피소드에 이르는 소설 속 이야기는 우리네 아버지, 삼촌들이 겪으셨던 이야기일 수도, 할아버지 때의 희미한 기억일 수도 있으며, 직설적인 대사와 사실적인 표현들이 맛깔스럽게 등장하는 작품이다.

동네 형 얍삽이 앞에서 보란 듯 나무 작대기를 잡아 뱀을 후려치는 동생 강민의-악동의 탄생- 상황은 형을 골려 먹는 재미를 비롯해 얍삽이라 불리던 형에게 일침을 가하는 짜릿함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어린 시절 뱀이 나올까 봐 산 길을 걷다가 겁에 먹었던 기억들, 독자라면 한 번은 느꼈을 추억이 소설 속에서 묻어나 추억을 확대시킨다.

때론 소설이지만 다큐 같은 실생활의 사실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내용도 등장한다.
악동을 응징하는 동생 강민이가 간혹 악동이자 엉뚱한 아이로 보이는 경우. 선량한 형 강진이 당혹스럽게 만드는 상황들이랄까? 목욕을 미리 마치고 나온 강민이는 아이스케키를 지켜 달란 5~6학년 돼 보이는 형의 부탁에 아이스케키를 오가는 친구들에게 자기 것인 것 만양 선물하듯 퍼준다. 결국 형의 입에까지 아이스케키는 물려지고......
결국 아이스케키형이 말한 내용은 통을 지켜주며 아이스케키를 하나만 먹으란 부탁이었으나 그 반대의 결과. 하지만 아이스케키형은 어린 동생이며 부탁을 했던 입장이라 울먹일 뿐 방법이 없다. 여기서 등장한 천사 같은 엄마. 아이 대신 아이스케키 값을 모두 지불해주고 형인 강진에게도 동생을 나무라지 말라며 남은 아이스케키까지 구입해 주변 이웃과 나눈다. 당돌하지만 웃음이 묻어나는 소설 속 형제의 추억. 누군가에겐 깊은 한숨, 누군가에겐 어이없이 웃을 만한 일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포도나무집 아이들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라게 된다.

어느덧 유치원에 갈 때가 된 강민. 불교 신자인 어머니였지만 어쩔 수 없이 지역에 위치한 유일한 유치원인 가톨릭 성모 유치원으로 진학하게 된다. 나이가 갈수록 엉뚱해지고 당돌해지는 동생 강민, 그와 달라 차분하면서 샌님 같은 형 강진. 하지만 강민은 그런 형을 알 수 없는 용기와 깡으로 주변 악동들로부터 지켜주며, 가끔 자신이 잘못한 죄를 신부님께 고해성사까지 하게 된다. 누구를 혼내 주거나, 사건을 일으킨 점, 친구네가 키우는 고양이의 수염을 태운 일에서 연애사까지. 어리지만 너무 상상을 초월하는 강민의 이야기에 웃음 아닌 폭소를 자아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꽃집 아가씨를 두고 연애의 사투를 벌이는 삼촌급 형님들 사이에서의 사나이로서의 의리 있는 태도 등. 아이의 눈에서 그려지는 다채로운 세상 풍경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초가집의 화재로 인해 방화범으로까지 지목되는 악동 강민. 그는 물론 사마귀를 옮기는 개미들을 도와주려 한 순수한 의도였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하나의 잘못된 행동을 낙인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이 소설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씩씩한 둘째 강민도 그런 존재이다. 그럼에도 이런 아득하고 어둡게만 느껴지던 과거, 이것이 우리네 삶이고 추억 가득한 시간의 흐름이란 선물임을 잊지 않고 살았으면 한다.

그리고 강민과 강진 형제에겐 늦둥이 동생 강현이 탄생한다. 형들은 막내가 걷기만을 기다리려 포도나무 열매가 맺혀질 때 막내 강현이에 쥐여주겠다는 약속을 한자. 엉뚱하다 못해 발랄하고 어디로 튈지 모를 아이들. 그럼에도 웃음과 격려가 묻어나는 설렘 가득한 이야기.
추억이 자리 잡고 있어서 더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의 이야기인 것 같다. 그것은 포도나무집 아이들만의 아름다운 시절이 아닌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의 아름다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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