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쫓는 사람 그를 쫓는 경찰 - 경제지능팀 수사반장이 털어놓는 사기범죄 수사실화
김성수 지음 / 밥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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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북/김성수/사회과학/범죄

‘경찰청 사람들‘의 서적판!!


어린 시절 M사의 ‘수사반장‘을 보며 경찰을 꿈꿨던 소년. 독자인 나로서는 아주 어린 시절이라 드라마의 생각이 정확히 나진 않지만 그저 무섭고 겁 많던 시절이라 몇 장면을 시청 후 ‘수사반장‘이라는 드라마와는 거리두기를 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경찰을 희망했던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 은퇴를 앞둔 경찰 관계자의 경험이 담긴 작품이라 보다 생생하고, 교훈적이며 흥미진진한 전개가 일품인 자전적 교양서이다.

경찰학교 졸업 후 순경으로 첫 발령.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거쳐 자신이 원하던 ‘수사반장‘의 수사관들처럼 범죄자들을 쫓아 뛰고 달리던
수사관 시절까지 사실적인 설명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정확히 묘사하려는 현직 경찰이자 작가의 노고가 뚜렷이 보인다. 왠지 책을 넘기며 들려오는 듯한 ‘수사반장‘과 ‘경찰청 사람들‘의 BGM. 그만큼 생동감이 살아 있는 작품이라 한 편의 드라마, 리얼 다큐를 보는 느낌이었다. 쾌거의 성과를 얻은 첫 이야기 《조합장 사칭 석동연의 범죄 수사기》부터 이어지는 생생한 경찰 이야기, 부담 없이 읽어보되 사회의 정의, 올바름이 무엇인가도 깨닫게 하는 교육적 목적도 첨부돼 있다. 어린 소년의 꿈이 자라나, 현직 경찰로써 정의를 위해 살아온 삶, 작가의 땀과 열정이 작품에 묻어난다.

사기 범죄의 진화와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범죄조직들.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는 경제 3팀 및 팀장인 저자. 사건과 이야기에 대한 빠른 전개는 기본이고 나날이 변모해가는 범죄 조직의 지능화된 사기 행각은 경찰들도 치를 떨게 한다. 그것이 작가의 필력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것이 경험이란 작가의 힘이 아닐까?

전처의 딸에게 던진 차가운 의사 표현 한마디가 비수로 돌아와 보이지 않는 터널의 나락으로 빠져버리게 만드는 이야기. 아버지이자 건축 공무원이었던 남자는 그렇게 불법자금 취득으로 범법자로 전락한다. 노숙자 혹은 서민을 대상으로 대포폰 개설, 불법 대출 제공 등으로 차익을 챙기며, 사기를 일삼는 연쇄적 범죄 조직 등. 힘겹지만 정의가 바로 서는 짜릿한 검거 이야기 등이 씁쓸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며 이러한 범죄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해준다.

이 외에 대리인(바지)을 세운 범죄는 끊임이 없다. 그래서 경제 3팀의 팀장이었던 저자는 또다시 밤을 지세우며 경제, 사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뉴스를 보다 보면 주민증 및 각종 민원서류 등의 디테일한 카피를 통해 은행까지 홀리는 위조 사기범들이 자주 등장한다. 경제 3팀의 팀장을 비롯해 수사원들은 이들 조직책까지 일망타진하는데 몇 개월의 시간을 쏟아붓는다. 그리고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문제들을 추리와 증거물 확보 등으로 채증이 성립될 단계에 이를 때까지 피의자들을 추적하고 검거하게 된다.

바지라고 불리는 제3자를 이용하여 신분증 위조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에 더해 사문서 위조까지 더해진다면 아무개 씨가 소유한 땅은 어느새 또 다른 이의 명으로 넘어가는 불상사까지 벌어질 수 있음을 저자는 설명한다. 여기에는 촘촘한 연결 조직망이 있고, 전과자 혹은 기소중지자 등이 합세하여 커다란 사기 행각을 일삼는 것이다. 경제를 좀 먹이는 범법자들이 늘어만 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자 불안한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정의가 바로 서 있기에 수사관들의 인내와 끈기 있는 추적으로 범죄자들의 최후는 항상 철창행이 되는 것임을 확신해본다.

재미교포 노부부의 피와 땀이 서린 돈을 떼어 내는 사기꾼의 파렴치한 범행, 이후 사건 해결을 위해 불철주야 수사에 전념하는 수사관들의 노력, 물욕에 빠진 인간의 비틀린 욕망, 돈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게 하는 내용들도 담고 있기에 초보 경찰관 등도 선배 작가의 노하우를 통해 사건의 사례를 파악하고 분석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작품이다. 또한 일반 독자들에게도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형성, 금전에 대한 과한 욕심이 종국엔 인생 파탄이란 불행한 결말로 이어짐을 이야기해주며, 동시에 가족과 자녀에게도 큰 아픔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교훈까지 전달해주니 반드시 읽어볼 만하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자매 사기단》의 내용은 혀를 찰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과 함께 두 시간 분량의 범죄 심리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재미가 느껴지는 동시에 한숨마저 나오는 안타까운 사건 사례였다. 그녀들은 불행하게 자랄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지 못하고 돈에 취약한 일반인을 비롯해, 전직 고위층 인사들을 이용해 대범한 사기 행각을 펼쳐 나간다. 그렇게 전과가 쌓여감에도 멈추지 않고, 결국엔 스스로에게 더 큰 불행을 선물하는 처지가 되고 마는 것이다.

한 번 사는 인생. 돈보다는 심리적 안정과 행복에 맞춰진 삶의 가치, 그 소중함과 재미, 교훈까지 얻을 수 있기에 안타까움과 안쓰러움, 한숨이 묻어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들이었지만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던져주는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경제 3팀장이셨던 작가를 비롯해 일선에서 뛰고 계신 현직 경찰분들께도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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