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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소설 ㅣ 땀 시리즈
김혜진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9년 3월
평점 :
제목 자체로 책에서 땀이 흘러내릴 것 같은 제목이다. 이 작품은 현재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일에 대한 의미, 노동과 취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그에 따른 가치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직업의 다변화는 심화된다.
제조업과 철강, 군수 산업이 발전했던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시대가 지난 4~50년 전이었다면 이젠 무엇보다 서비스업이 대세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직장에 직접 가서 땀흘리며 일하는 일과 안방에서 모바일폰 한 대로 방송을 통해 별을 모아 수익을 창출하는 일까지, 이 책의 첫 번째 작품 ‘어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가만한 나날들‘을 통해 개인의 일상과 기호를 담을 수 있었던 블로그가 어떠한 목적과 의도로 쓰여지느냐에 따라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씁쓸한 증거들을 경험할 수 있다. 블로그 개설 혹은 개발이 직업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영향력과 파급력은 어떠한 결과를 내놓을지 모르는 불분명한 현실도 작품을 통해 배우게 된다. 결국 언론에 보도 된 인터넷을 활용한 선정적, 작의적 방식의 블로그 활용과 댓글 공작 등의 폐해라는 역효과를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직업을 구하고 펼쳐 나가는데도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이 필요한 사회임을 직시하는 이야기들이다.
다수의 작가들이 바라 본 일과 삶 사이의 괴리와 지향점 등, 세대간의 통합을 위해서 청소년들을 비롯해 성인에 이르기까지 ‘땀 흘리며‘ 읽어보며 ‘땀 흘릴 가치‘가 충분한 작품들이다. 21세기를 주도하는 신중견 작가들의 일과 삶이 담기 작품들. 숨어 있던 원석을 발굴해 함께 소통하고 나누며 보석으로 만드는 것이 문학의 힘이며, 문학이 세대를 반영하고 이를 통해 생각의 전환 또한 가능하게 하는 저력이 있는 장르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이다.
그 외 여성의 일과 육아, 사이버그 도우미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는 서유미 작가의 ‘저건 인간도 아니야‘ 감정 노동자들의 애환이 섞인 독백 형식의
‘어디까지를 묻다.‘ 까지 대한민국이라 사회 안에서 우리 직장인이 겪을 수 밖에 없는 비애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꿈이라는 목표 대신 상황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반영 된 내용의 소설이 많아 씁쓸하지만 이를 극복해야하는 과제와 고민까지 제시해준다.
우리의 일만이 아닌 현실은 김재영 작가의 ‘코끼리‘에도 담겨 있다. 이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는 열세살 이주민의 아들 ‘아카스‘. 그가 객관적 입장의 코끼리라면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100만 이주민들은 신을 태우던 구름이었다가 지구의 무게를 지탱하며 고통받는 코끼리로 비유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한국인 보다 못한 코리안 드림의 폐해를 겪고 있는 동남아 이주민들.
그들에게 꿈은 그저 몽상이 되고, 비젼이 비난으로 끝나고만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을 떠날 수 밖에 없고, 대한민국 사회의 소비재로 전락하고마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고 만다. 그저 간과할 수 없는 그들의 아픔. 20년 이상 그들의 모습을 지켜봐온 나이기에 더욱 공감이 가는 김재영 작가의 소설 속 이야기 ‘코끼리‘였다.
약자의 편에 서야 할 갑의 갑질. 윤고은 작가의 P는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이 돈을 받는 만큼은 일 해야하고, 회사에 소속 된 직원이라면 시계 톱니바퀴 맞물리듯 맞춰진 상황 설정에 따라야 한다는 기업의 사고방식에 일침을 가한다.
직원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윗선의 지시에 응해야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대한민국. 소설 속 주인공 장은 회사의 강요에 의해 임상 실험에 응할 수 밖에 없고, 결국엔 자신의 회생을 위해 동료 송까지 죽음에 이르게까지 하는데...... 약자의 희생이 암암리에에
일어나고, 소리없이 묻혀짐을 방관할 수 밖에 없는 건 우리가 익히 보아온 감춰진 진실이 거짓에 묻혀, 퇴색되어그런 것은 아닐지 생각을 갖게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기자 출신 작가 장강명 ‘알바생 자르기‘에서 노동의 기본권, 그 권리에 대한 표본을 제시하듯, 알바생을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사측에서 보면 괘씸해보일 수 있지만,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알바생 혜미. 그간 우리는 알 권리, 보장 받을 권리를 누락하며 갑의 처지에서 모든 것을 수용했는지 생각해 볼 소설이었다. 사람 대 사람의 일이지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할 기본권들. 우리는 이 ‘땀 흘리는 소설‘들에세 그간 잊고 무시했던 당연함을 배우고 나눔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소수의 권리도 만인 앞에 대변되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 사회, 모두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기야 할 대한민국임을 깨닫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누구나 한 번씩 읽어보면 좋을 작품. 당연함을 선물하고 나누는 우리 세대의 배려와 너그러움도 필요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