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100년 100개의 기억 - 3.1운동부터 남북정상회담까지
모지현 지음 / 더좋은책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3.1 운동부터 100주년, 그리고 100개의 굵직한 근현대사. 요즘 최근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서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각 저서들은 시대의 명확성을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사료와 증거 등을 발굴해가며 역사의 사실을 뚜렷하고도 진실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작품도 그 연장선상에 서 있는 작품 중 일부이지만 100년에 걸맞은 100가지 키워드와 내용을 정리한 작품이라 더욱 흥미롭다. 학생에서부터 성인, 중년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확실히 이해하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역사 공부가 되길 바란다.

100년사의 시작은 3.1 운동의 근간인 2.8 독립 선언문 낭독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유학생들은 간담이 서늘했을 일본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독립 선언서를 낭독. 물론 선언문을 지은 ‘이광수‘-결국엔 그는 친일행위를 하고 만다-는 상해로 피신하고, 주동자 ‘최팔용‘과 ‘백관수‘ 등은 기소되었지만, 민족 독립운동의 기틀을 일본 현지에서 시작했다는 그 의지에 감탄을 금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이것이 바로 더 흥미진진해질 한국 근대 100년사 읽기의 서막이었다.

이어지는 3.1 운동은 독립운동가들이 바라는 만큼의 커다란 성과나 외국의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마감되었다지만, 이러한 거국적 국민운동이 단초가 되어 보다 적극적인 민족 독립운동이 전개되었으며, 임시 정부가 수립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100년사는 꼬리에 꼬리를 물듯 연결고리처럼, 원인과 결과의 과정을 거쳐 흐름이 지속되어가고 있음을 이 확인할 수도 있다. 그것이 역사의 반복이자 순환을 의미하기도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본다.

임시정부가 하나로 통합되고 임시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승만. 하지만 임시정부 안에서도 통합 이전 각 세력 간의 부침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임시정부의 정통성은 전진보다 약화, 훼손된다. 그나마 1930년대 임시정부의 안정화를 꾀하려는 김구의 등장과 노력으로 광복 이전까지 그 틀을 잡아가는데 노력을 했다고 한다. 과거나 현재, 당파적 분열과 이합집산은 거울 보듯 뻔히 흡사하고 돌고 도는 회전문처럼 역사도 반복된다는 걸 느끼며 반성의 기회로 삼아본다.

일제 통치의 긴 세월은 익히 교과서를 통해 한 번 이상은 배워 온 부분이다. 문화 통치와 친일파의 양산. 일본에 충성하고 조선인을 배척하며, 출세욕을 위해 자신의 조선 이름까지 버리는 친일파들. 그들은 일본을 추종하는 것뿐 아니라, 무고한 조선인을 매도하고, 일본의 강압괸 폭력에 동조해 자신의 지위와 부를 축적하는데 열을 올리게 된다. 암울한 시기 일본뿐만이 아니라 자국민들끼리의 싸움과 배척. 조선인은 그렇게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처럼 일본인들의 노리게 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독립운동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김원봉이 중심이 된 의열단 활동이 가속화되며 정치적이면서도 군사적 힘에 의한 균형 잡힌 독립운동의 기틀의 마련으로 변모해간다. 물론 의열단 활동이 폭력적이며 오히려 일본의 거센 반발을 사 독립운동 전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일부의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임정에 있어 의열단은 향후 독립운동에 큰 역할을 하는 단체의 뿌리임에 틀림없었다. 그 이후 문화통치의 역사 속에 조중동의 창간. 민족의 알 권리를 위한다는 취지는 세월이 갈수록 변모하고 상업적인 일제 시대의 언론 도구로 전락해버리고, 그 모습이 21세기 현재까지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음에 안타까움과 울분을 금치 못할 뿐이다.

이 책의 구성은 연대기적으로 일어난 사건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실과 근거를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다. 하나의 키워드를 마치고 다음 키워드를 이어갈 때 느껴지는 역사의 톱니바퀴.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시작되고 발단이 되어 다음의 주제로 물 흐르듯 넘어가는 구성이 한국 근대사적 이해를 더욱 쉽게 해주는 장점을 지닌 작품이다. 다년간의 역사 강의를 펼쳐 온 저자의 역량을 집대성한 작품이라 좀 더 쉽게 이해되고 공감되며, 지나온 역사 속에서 나와 현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제공해주는 독서의 시간이었다. 때론 아프고 슬프지만, 반면에 기쁨과 환희, 감동으로 함께 하고 싶은 역사라는 거울. 좀 더 가까웠던 과거이자 아픈 역사가 담겨 있으므로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자각해볼 만한 내용들이라는 생각도 가져본다.

역사에 담긴 거짓과 진실, 문화에 담긴 당시대의 생활상의 특징까지 보여주는 한국 근대사 100년. 짧은 세월이지만 묵직한 시간의 흐름 속에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선배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격변의 삶을 살아오셨음을 느끼게 한다. 책에서 배웠던 내용에 좀 더 깊이 있는 반성과 사색을 해보고, 생활 문화사 같은 이야기 속에선 지금의 문화와 얼마만큼 달라졌는지 비교해보고 분석해보는 재미도 담겨 있어 만족도 또한 높은 작품이다.

독립의 기쁨도 잠시, 좌우 분열과 한국전쟁을 거쳐 자유당 독재와 유신 헌법,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은 독재의 시대, 재개막. 어린 시절 정치선동에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란 뉴스가 봇물처럼 터졌다. 그리고 그 여론에 밀려 지금 시대가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당연하게 인정하며 자라 왔던 때도 있었다. 또한 전두환 대통령 시절 국민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3S(영화, 스포츠, 성산업) 정책을 내세우며, 국민을 닭장 속 닭들처럼 던져주는 모이를 먹고 살도록 사육했던 암울한 역사도 우리는 버텨왔다. 이후 5년 단임제 ‘보통 사람‘이란 위장막을 쓰고 등장한 노태우 정권과 올림픽, 미소 냉전의 종식과 버금가는 소련과의 수교 등 8~90년대 또한 파란만장하고 굴 직한 역사가 대한민국 전반에 흐른다.

90년대 IMF 시대 이후 우리 국민의 심기일전할 금 모으기 운동과 더불어 진보진영의 정권. 교체도 역사의 획을 긋는 큰 사건이었으며, 이어지는 참여 정부와 대통령 탄핵 등은 오히려 국민의 민의를 거스르는 암담한 정치적 상황을 대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사랑 중심 ‘사람 사는 세상‘은 어둡고 터널 같은 보수정권 9년의 치욕을 넘어서 촛불 혁명을 거쳐 현재 문재인 정권까지 지속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상황도 그리 녹록지는 않다. 10여 년 만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회담의 성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적으론 10년 전의 가슴 아픈 사건과 사고 등이 새롭게 진상 조사에 착수해가고 있으며, 경제적 상황과 실업문제도 끊임없는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다행인 것이 한류문화 K pop의 세계화에 따른 BTS 열풍. 분명 그들은 치밀한 준비와 기획력이 대표 된 아이돌 그룹의 표본이다. 그리고 세계 정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00년의 근현대사 속에 100개의 기억. 저자의 기억과 독자들이 생각하는 100가지 역사 속 키워드를 뽑아보는 것도 이 작품을 읽으며 한 번 더 역사를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 책 속에 기록되지 않은 생활문화사, 야사, 혹은 진실 규명이 필요한 역사의 단편 등도 함께 공유해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와 후세의 후배들에게도 큰 밑거름이 될 작품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역사서를 통해 토론과 발전방향성 등이 제시되는 길도 모색되길 기대한다. 건국, 3.1운동(임정) 100주년에 딱 맞는 작품을 만나게 되어 독서의 의미가 배가 된 만족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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