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개성이 넘친다. 책장을 펼쳐보면 뭔가 다른 저자의 독창성과 독보적인 자아 정체성도 느껴진다. 이러한 모습에 나와 다른 타인, 소심하기만 한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당당함에 감명받는다. 채종은 작가가 그런 분의 하나가 아닌가 냉각해본다. 첫 소설 이후 두번째 작품으로 자신의솔직함 발가벗긴 수필집을 새롭게 내놓았다. 자연스럽게 드러내놓음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자 장점이다. 양산은 여자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편견-그런데 왜 화장은 하지?- 그것을 까부쉬는 모습에 매료된다.

그리고 특히 이유식을 맛보기 위해 매장에 방문해 직원과 나누었던 일화에 빵 터짐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왔다. 아이 아빠로서 그런 호기심으로 이유식 혹은 분유를 먹어 본 적이 있으나 그저그런 맹한 맛이구나 라는 느낌만 받았을 뿐 그 이전에라도 구입해 맛보아야겠다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 개성 있고 주관이 뚜렷한 작가의 힘, 글의 힘과 독특함이 묻어나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가득해진다. 이런게 남과는 다른 삶, 나만의 글쓰기가 아닐지, 독서를 통해 배움도 넓혀진다.

희뿌연 액체가 반쯤 차 있는 하얀 욕조. 액체 위에 떠 있는, 색색의 꽃잎과 나뭇잎. 그 안에서 반신욕을 즐기는 우윳빛 털실 한 뭉치.
                                              파스타 매직 중                    


작가가 친구들과 파스타를 먹으며 표현한 문장이다. 파스타를 하얀 국물 위에서 반신욕하고 있는 털실 한 뭉치라니, 저자는 파스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 혹은 음식 또한 자신만의 개성을 바탕으로 색다른 상상력을 발휘해 창조하여 구조화하는 역시 작가라는 이름이 무색치 않은 내용이다. 조금 다르게 보는 것, 그것이 창의력이며 다양한 생각의 틀이 넘쳐 남을 맛볼 수 있는 문장들이었다.

‘쉽게 쓸 수 있지만, 어려운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쓰는 것이라니......‘

하나의 단적인 예를 제시하며,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담백하고 흥미롭게 펼쳐 놓는다. 전문인의 경우 분명히 쉽게 설명 가능한데 의뢰인에게 그 이상의 모습으로 비춰주며 자신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지 않게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저 아마츄어인 의뢰자, 클라이언트는 그 답변에 억지스레 호응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이 이런 ‘허세‘의 일부 사례인 것이다. 전문인, 즉 의사, 변호사, 판검사 등 맡은 일은 충실히하나 괜히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될 용어를 거들먹거리며 우리 일반인을 난처하게하는 경우가 있음을 저자는 ‘허세‘로 진단해 사이다같은 발언을 던져 준다. 그리고 이를 그저 당연하듯이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음을안타깝게 생각하기도 하니, ‘허세‘ 우리가 던져 버려야 할 짐임은 확실하다.

솔직하고 당당한 표현들, 저자의 지식을 바탕으로 한 나름의 논리들로 명쾌하고 뚜렷한 의미의 글 나눔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책임감이 충만학느 타인에게 피해를 양성하지 않는 사회. 할 일만 잘해도 그 사회는 올바르고 양심적인 길로 나이갈 텐데 그러지 못한 갑질이 활개치는 곳, 조선! 그래서 더욱 더 우리는 지금도 헬 조선을 외치곤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이 적절히 발휘된다면 가까운 미래는 아니겠으나, 머지 않아 헤븐 조선이 다가 올 시간을 꿈꿔본다니 그때를 기대해볼 뿐이다.

그간 헬 조선만 들었지 예상 못 한 헤븐 조선의 의미. 독자로서 새 시대를 꿈꾸게 하는 지평과 동년배 작가의 글을 통해, 좀 더 깨움이 필요한 내게 의식의 전환이 될 만한 공부이자 독서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좀 다른 것일 뿐 아닌 게 아닌 각자에 대한 존중과 신뢰, 그리고 독자 모두가 이 작품을 통해 청량제와도 같은 기분 전환과 무언가에 새롭게 도전해 볼 의지와 용기를 얻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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