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주노초파람보
노엘라 지음 / 시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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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는 현재 안에서 완전한 안정감과 온전한 자유를 느꼈다. 하늘을 나는 순간, 그녀가 살아온 인생이 가장 찬란하게 빛났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들이 소제목처럼 각 챕터를 장식한다. 어떤 의미였을까? 우선 이러한 시도가 새롭게 느껴지는 전개의 소설이다. 인물의 성향과 깊이를 스멀스멀 알아가는 이야기의 구조. 스토리를 풀어가는 구성이라기보다 인물 내면의 정서와 잔영 등이 중심이 된 소설로 신비함이 묻어나는 뉘앙스가 풍겨진다.

꿈, 이것은 현재와 은하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꿈에 현실이 반영되고, 현실 속에 꿈이 반영되듯 두 인물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간의 상황들이 몽환적으로 그려진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과연 지금의 이야기가 현실인지, 혹은 꿈 속 환영의 잔상인지, 그 반대의 경우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야기는 이처럼 현재와 은하의 사랑이라는 중심선 안에서 갈팡질팡하듯 꿈과 현실의 오묘한 선상에서 고개줄 타듯 전개된다.

주인공 현재가 꿈꾸던 사랑하는 연인 은하와의 미래. 작은집이지만 서로의 숨결을 느끼고 이른 아침 그녀를 위한 브런치와 딸기 키스, 모닝 섹스를 통해의 서로간의 사랑이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하길 바란다. 꿈이 아니라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주인공 현재의 사랑이 현실로 와닿을지, 아니면 꿈이라는 잔상으로 어느 순간 자신의 시야 밖으로 희석될지 소설 한 페이지, 한 페이지의 상황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리고 연인들이 숨 쉬는 한 편에 그림자처럼 등장하는 승환. 우정과 사랑이 적절히 배치 된 틈바구니 사이로 알 수 없는 어둠의 빛깔이 숨 쉬고 있는 ‘야간비행‘의 알 수 없는 결말이 기대된다.

‘비행을 하다 보면 이런 순간들이 온다. 계기판이 말해주는 것과 내 감각이 말해주는 것.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아니 과학과 직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간.‘
                          《책 속 생 떽쥐 베리의 야간비행 중》​


은하는 어떤 예감으로 연인 현재를 만날 때마다 이 책을 항상 손에 쥐고 다녔던 걸까? 사랑하는 연인간의 알 수 없는 미래, 그 불안함을 예감했을 수도 있고, 사랑하는 이와 평생을 꿈처럼 달콤하게 살아가며 행복을 누릴 수 있으리란 기대감도 내포되어 있었을 것이다.

잔잔하면서도 정적인 이야기 속에 술술 읽혀지는 스토리 라인.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감정적 정서를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 번상기 시키게 하는 소설의 장점에 매료될 만한 내용이다. 또한 출간 즉시 ‘영화화‘ 결정이 확정 된 것처럼, 이야기 하나하나가 영상화 되어 필름처럼 펼쳐지는 것 같은 장점과 애잔함이 묻어나는 감성 소설이다.

두 번째 이야기, 작품의 연결고리라 할 수 있겠지. 각자의 색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 ‘빨주노초파람보‘ 무지개를 좋아하던 세살의 아이 상윤이는 남이란 발음보다 람보란 발음을 더욱 좋아해 ‘빨주노초파람보‘란 단어의 조합을 즐겨 외웠다. 또한 거울 속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남다르게 성장해가는 아이에서 청년이 되어가는 남자 상윤. 우연히 그림에 빠지게 된 그 또한 몽상과 현실 속에서 삶을 살아가며, 화가로서의 삶을 꿈꾼다.

고교시절 마음으로만 짝사랑했던 지연을 성인이 된 후 다시 만나게 되는 상윤. 그저 그림으로만 그릴 수 밖에 없던 그녀와의 짧지만 강렬한교감을 갖지만 그것 마져도 상윤에겐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회색빛 잔상으로 머물고 말게 되는데......
세월이 흘러 화가의 꿈마저 그에겐 무용지물인 꿈이 되버린 채, 글로 밥먹고 살아가는 방송국의 중견 김부장이란 이름으로 살아가고 만다. 그리고 여기서 자신과는 조금은 대비되는 아주 진한 빨강과도 같은 수은하 앵커를 만나게 된다.

다양한 군상들이 자신 만의 일곱가지 색채를 뿜어내듯 펼쳐내는 이야기. 각자 다른 길로의 삶과 이상향을 꿈꾸며 살아가는 듯하지만 결국엔 하나의 융합 된 이야기로 통일성을 이루며 종지부를 맺는다. 결말을 생각하게끔 하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을 마무리가 아쉽지만, 연작 드라마를 감상하는 느낌, 더불어 퍼즐을 풀어가는 형식의 옴니버스식 구성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우리는 모든 일을 순차적으로 기억하지 못해. 모든 기억은 조각일 뿐이지. 그렇게 과거는 기억의 조각으로 존재할 뿐이야. 그래서 완전한 과거는 있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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