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문집/이병한/역사/여정

땅의 끝, 리스본에서의 여정부터 하얼빈, 심양
대한독립의 시초와 아픔이 동시에 묻어 있는 공간까지, 저자는 1,000일 이상의 여정을 의미 깊은 두툼하고 양질의 저작으로 완성해냈다.
책 10권으로 출간해도 남을 대서사시를 우선 3권으로 완간했다는 놀라움과 더불어 저자, 편집자의 노고마저 잊지 말아야 할 작품이라 평할 수 있겠다. 알지 못했던 역사의 이면과 측면, 그 이상의 흐름을 책으로 느낌은 아쉽더라도 작가의 눈에 그려진 유라시아 인류는 사실적이며 생동감이 넘친다.

알지 못했던 진실은 청량제와도 같다. 순례자의 길로 알고 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필리핀, 칠레의 지명에도 나타나는 산티아고의 뉘앙스. 왠지 모르게 정적이며 긍정의 치유라는 느낌을 갖는 일반적 견해와 반대되게 무슬림의 살인자로도 불리우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는 책에서 읽혀지는 흥미로운 역사와 지리적 상황을 유려하게 풀어 놓은 저자의 단편적인 줄기에 불과하다. 이 책은 여행을 통해 확인되는 역사적 근거와 사건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충격적 사실이며,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호관계를 빼고 더함없이 전하고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 안에서 정서적 혼란을 겪는 건 독자이지만 이 또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지식이자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되리라 여겨본다.

유라시아 견문은 단순히 지역의 특징과 문화 사정을 나열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사실에 근거한 내용에 덧붙여 저자의 주관적 견해 또한 상당수 포함된 것이 아닐까? 의문점도 들긴 한다. 역사적 사실과 근거, 그 지역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지금 현실에 대한 강단 있는 결론을 던져주고 또 다시 그 방향의 키를 독자에게 맡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생각하고 고민하며 현지를 둘러보듯 공부해야 할 꺼리 또한 많이 담고 있는 작품임을 책의 페이지와 마주칠때마다 느끼게 된다.

역사와 과학, 인문학을 대변하는 철학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문화를 전개해 준 유라시아의 선구자들. 공자를 비롯해 중국의 선교사로 활약하던 마테오 리치, 중국 인문학의 우수성을 설파했던 볼프를 비롯해 칸트에 이르기까지 당대 최고의 지성이라 여겼던 학자들이 바로 주인공이다. 이처럼 학문의 영역은 자국을 뛰어 넘어 동양, 특히 중국의 고전 학문까지 섭렵하여 융합시킬 수 있는 우리 인류의 고유성을 지닌 유산이다.
그 세밀한 지식까지 이 작품을 통해 습득하지
못하겠지만 그 영향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 첫번의 서평 part.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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