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21세기북스/문지안/에세이/한국에세이

  

책의 제목만 보고 읽기 시작했다면 살아가는 일상의 무탈함을 주제로 한 에세이겠거니 한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을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기도 하다. 저자인 문지안님은 암 투병을 극복해가며 안온한 삶을 그려가며 견 및 묘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고양이와 개의 가계도를 비롯해 사진을 통해 동물들의 캐릭터와 일상을 충분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집이다. 왠지 모르게 덤덤함보다는 뭉클함이 묻어났다.

 

 

독자의 입장에서 어린 시절 고양이나 개를 키워 본 경험과 함께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소멸의 법칙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게 존재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 속에 묻어나는 저자와 반려묘, 반려견들의 시와 같은 이야기 속에 진정성이 묻어나 책 속의 문장들 속에 푹 빠지게 된다. 아쉬움, 안타까움이란 단어가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건 최근 반려견 단체 안에서 은밀히 진행된 안락사 문제가 충격적인 사건으로 보도 된 요인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여곡절이 많은 삶 속에 무탈함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저자가 바랬으며 뽑았을 책의 최종 네이밍 '무탈한 오늘'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책의 내용 중 그들(반려견, 반려묘)은 우리를 평생 사랑하고 헌신하다가 생을 마감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십여 년 만을 사랑하고 아끼며, 또 다른 친구를 만나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내용이 기억난다.

 

우리는 무심코 외로움과 정서적 안정을 위한다는 핑계로 반려견, 반려묘 열풍에 무임승차하는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사랑을 받는 동물의 입장에선 그 10년의 시간이 얼마나 고귀하고 다시 못 올 찰나가 될 수 있음에 그저 숙연한 마음이 들 뿐이다.

 

그냥 '키워보고 싶다' 란 말을 밖으로 표현했을 뿐, 생명에 대한 소중함, 함께라는 의미에 대한 깊이감 있는 동질성을 느끼지 못했던 게 아닐까? 책을 읽으며 스쳐 지나가듯 떠오르는 어린 시절 함께 했던 반려견, 반려묘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다시 한번 드는 시간이었다.

 

 

그 외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Part1의 에피소드들이 묵직한 감동과 여운으로 다가와 살짝 감흥이 덜하긴 하지만 저자가 느끼는 가족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감정들, 청춘 시절 느꼈던 정서와 조금은 달라진 현재의 상황을 사색하듯 그려내는 잔잔함이 갓 볶아낸 커피향처럼 구스하면서도 은은하게 묻어난다. 그리고 저자의 전공이자 삶의 일부인 가구. 나무라는 생명체를 가공해 인간의 안온함을 위한 버팀목으로 제공되는 편의품이지만, 저자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견고하고 튼튼한 가구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이는 바로 나무라는 생명체의 가치성을 소중히 여김과 동시에 그 나무라는 존재의 영속성을 더 길게 이어가려는 의도가 아닐는지 생각을 해본다.

  

    

길 잃은 고양이와 개를 사랑하고 삶의 소중함을 깊이 있게 간직하고 살아가려는 저자. 병마와 싸우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였기에 하루라는 시간적 중요성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이 무탈하기를 바라왔을 것이다. 추억과 현실이 공존하며 내일을 살아가는 저자의 삶. 그 안온함이 지속되길 바라며, 시간, , 무탈함의 가치를 느끼고 싶어 하는 많은 이들이 이 작품과 만나길 바란다. 감성적인 사진과 글이 어우러진 이야기의 잔상이 잊히지 않을 에세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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