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듣던 밤 - 너의 이야기에 기대어 잠들다
허윤희 지음 / 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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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보니 ‘상호 교감‘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10여년 이상 CBS라디오 음악DJ로 활약하고 있는 전문 방송인 허윤희. 잊혀져 버릴 수 있었던 독자들의 글에 숨을 불어 넣어, 공감백배의 작품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밤을 지켜주는 음악 DJ허윤희 . 이젠 책을 통해 독자와 저자로 만난다니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우리 시대의 젊은 멘토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연에 담긴 내용을 잔잔한 음색의 정감 어린
말투로 전달해주는 DJ 허윤희의 힘. 누구나 꿈꿔 볼 직업 중 하나인 DJ. 그러나 일과 꿈의 경계선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은 누구나 있는 법, 저자인 허윤희 또한 ‘라디오라 자신을 감출 수 있었다고 여겼지만 그것이 착각이었다.‘ 고 깨닫는 순간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신비주의가 강할 수록 나를 더 확실하게 세상에 알리게 되는 반전의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닐지......

아버지의 모습에서 나를 찾을 수 있는 것이 핏줄이라고 부른다. 아버지의 사연이 닮긴 독자의 사연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를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는다. 작은 부품 회사를 운영하셨다는 아버지의 추억같은 이야기, 그리고 결혼을 앞둔 저자에게 아버지는 ˝그동안 여유 있게 누리지 못하게 해서 미안하다.˝ 라고 아프지만 따스한 표현을 건넨다. 이런 아버지의 진심어린 말 속에 딸도, 독자도 무뚝뚝해서 표현이 서툰 아버지의 마음이 실은 바다보다 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수많은 사연 중에 택배 기사님께 전하는 차 한잔의 마음이 기억에 남는다. 부모님보다 더 자주 뵌다는 택배 기사님의 얼굴. 므훗 웃음이 나면서도 최근 지속적으로 책을 전달해주시는 택배 기사님들의 애환과 더불어 감사하는 마음이 쓰나미처럼 밀려 오는 순간이었다. 모든 기사님들께 커피 한 잔, 차 한 잔 전해줄 형편은 안되지만, 말 한마디라도 ‘감사합니다.‘ ‘춥고 더운날 수고 많으십니다.‘라는 멘트 하나라도 남기는 에티켓, 독자의 작고 소중한 사연 속에 내 마음까지 전해본다.
이러한 잔잔한 이야기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는 책과 소통하고 차분한 음악이 흐르는 DJ의 방송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허윤희 DJ겸 작가의 작품과 방송이 하나로 연결 된 일곱 빛깔 무지개의 조합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혼밥, 혼술, 혼행 등이 유행이긴 하다. 개인주의가 만연해짐에 따라 나타나는 당연한 상황임에도 왜 그들은 집이 아닌 공공의 공간에서 홀로족이 되는가?에 의문을 던지는 작가. 어찌보면 혼자만의 외로움을 타인과 공감하고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닌 공간에 몰려들어 외로움을 회피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어차피 혼자 살 수 없다. 그리고 홀로족이란 건 또 일시적 유행이자 형식적인 인간 관계를 거부하는 인류의 퍼포먼스일 수도 있다. 지금을 잠시 보내다보면 다시 그리움이 쌓여 외로움을 탈피하고픈 인간의 나약한 본성이 스스로를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를 잊고 다시 미래의 희망을 자극해 새로운 내일을 꿈꾸라고 조언을 전한다.

책을 읽고 있지만 한 편의 뮤직 라이프를 듣고 있는 기분이었다. 저자의 음성과 잔잔히 깔리는 BGM. 거기에 수다 떨듯이 자신의 사연들을 퐁당퐁당 던져대는 독자들의 숨결. 책을 통해 치유하고 상상 속의 음악과 독자들의 사연에 공감할 수 있는 책읽기. 우리가 깊은 밤 함께 사색하며 자신을 정리하고, 하루를 마무리함으로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이 지닌 매력이며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여유이다.
이 책이 그러한 의미로 많은 독자들 청취자들과 공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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