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로 간 소신
이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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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감성사/이낙진/문학/에세이

 

저자는 교육 신문의 편집국장으로서 천상 글을 쓰고 살아온 언론인이다. 삶에서 묻어 나온 일상들, 10년의 터울을 두고 써왔던 글을 현재의 관점과 함께 논픽션 형식의 에세이로 담아낸 작품이 '달나라로 간 소신'이다. 글이 우선 어렵지 않고 가족과 일상의 이야기로 그려내 더욱 정겨운 산문집이다.

 

가족의 이야기들. 주변 지인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평범한 듯하지만 정감이 넘치는 건 마치 우리 가족의 이야기 같은 동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10년 전 쓴 삶의 추억이란 초고가 10년이 지난 2017, 2018년의

글들과 만나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조화, 이것이 이 에세이집의 특징이며, 과거의 삶에서 조금은 변화된 현재를 투영해보는 독서의 과정이 기쁨이 작품이다.

 

저자는 10년 전 조금씩 써 놓았던 기억 속 이야기들이 부끄러운 글들이라 책의 내용에서 밝히고 있지만 의외로 가독성도 뛰어나며, 글을 쓰시고 편집하시던 언론인답게 글의 흐름과 맥락 등도 유연하게 전개되는 문체이다.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산울림의 <청춘>이란 노래가 저자가 중학교 시절 발매되었다고 한다.

과거를 통해 현재의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아프고 씁쓸했던 기억들이지만 이를 이겨내며 그 이상의 가치를 찾아 글을 쓰고 현재를 살아가는 저자. 그렇게 지나버린 세월은 어쩔 수 없이 시간의 흐름에 맡겨 보낼 수밖에 없는 것임을 산울림의 노래를 예로 들어 피력하고 있다.

 

언론인으로서의 책무 또한 글로 녹여내어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저자. 교장 중임을 마치고 잔여 임기를 아이들의 붓글씨를 가르치는 미술 교사로 재직 중인 원로 교사의 인터뷰를 예로 들고 있다. 인터뷰의 목적과 핵심 주제의 배치 등 언론 기사를 쓸 때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와 인터뷰를 하는 목적 등을 확실히 드러내기 위한 방법 등, 인터뷰 원고 편집자의 입장에서 주요한 내용을 정리해 주는 부분도 글 혹은 기사를 쓰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예시가 될 부분이다.

 

물론 위 글의 내용이 인터뷰의 올바른 예시와 방법뿐만 아니나 선출직 교장에 관련된 문제와 더불어 교장 직을 연이어 맡고도 잔여 임기가 남은 원로 교사의 상황을 저자의 해설로 정리해주고 있지만 에세이이기에 그러한 사실과 더불어 저자의 뚜렷한 자기 생각을 공유하며, 독자가 이 글을 받아들이거나 또 다른 생각으로 해석해보는 것도 에세이 읽기의 다양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저자의 가족, 이 선생(부인) 딸 은이와 윤이에 대해 자주 언급된다. 어느덧 자라 대학생이 되고, 여고생이 된 딸들이지만 10년 전 저자의 글에 담긴 이야기 주인공 은이와 윤이는 사랑 그 자체로 독자에게 전달될 것이다. 첫 탄생의 소중함과 딸바보 아빠, 어디라도 크게 다칠까 봐 주사를 잘 못 놓던 간호사에게 버럭 했던 에피소드, 은이와 윤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 불을 끄고 들려주던 아빠의 창작 구연동화 등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의 행복했던 추억을 독자들과 나누려 하고 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훌쩍 자란 딸들이 이 사회에서 여성의 입장에서 평등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도, 세월이 흘렀지만 변치 않는 딸바보 아빠의 심정으로 이낙진 저자는 글에 녹아내리고 있다.

 

그 외 짜릿했던 이 선생과의 연애담과 이른 결혼, 집을 넓혀가며 조금씩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이 넓혀짐을 느끼는 저자의 소박하고 솔직한 글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현재 자신의 삶 또한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라 책의 내용 속에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한 저자의 과거와 현재의 일상 추억, 나 혹은 주변 이외의 삶이 다채롭게 존재함을 공감하고 다른 사람의 삶의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인생의 선배로서, 글을 쓰시는 직업인으로서,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만한 유익한 작품이라 여긴다. 서두에서 이야기했지만 10년 전의 습작이, 2018년 다시 새롭게 수정되고, 과거 저자의 생각과 느낌이, 현재 저자의 시선으로 만나 재평가되고 덧붙여진,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작품 '달나라로 간 소신'이 많은 독자들과 만나길 바라며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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