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봄날은 간다 - 우리 가슴에 어머니가 살아계시는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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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딸도 여자도 아내도 아니다

어머니는 아픈 상처를 먹는 생명의 사랑이다.'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를 자식의 입장에서 감사하거나, 어머니에게로부터 받아 온 평생의 기쁨을 우리는 마음으로는 느끼지만 다시 모든 걸

사랑과 감사로 전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늘 어머니에게 죄스럽다는 사람들의 이야길 종종 듣는다. 이 작품 또한 시와 이야기 형식으로 전개되는 우리 어머니의 우여곡절이 담긴 이야기이다. 여자로서, 딸로서, 아내로서도 살아갈 수 없는 어머니의 한 맺힌 정서를 책으로나마 느끼고 부모님, 혹은 주름살 가득한 손 등을 지닌 어머니에게 따스한 온정으로 보듬어 드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나가길 바라본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상처가 있다. 왜냐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완전하다면 태어남도, 삶도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상처를 극복하는 우리 인간의 모습에 사랑을 덧 씌워준다. 삶은 늘 불안하고 상처투성이며, 실패의 연속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이는 극복 가능하다.

이 작품의 저자의 어머니, 즉 주인공 또한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를 잃고, 다섯 살의 나이에 어머니까지 잃고 만다. 하지만 그리운 아버지와 어머니를 추억하며 힘겨운 여인의 삶을 살아간다. 여자이며 아내, 딸로서, 결국에는 어머니의 이름으로서 말이다. 어머니란, 불러도 불러도 가시지 않는 인생의 버팀목, 우리 독자의 영혼의 쉼터임에 틀림없다. 이러고 보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쉼 없이 살아오실 수밖에 없었던 역사의 풍랑 속에 안타까움이란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애잔함을 지니고 있는 분들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처녀는 미래의 남편이 될 남자를 상상해본다. 그 남자는 자신의 아픔을 알아줄 것 같고, 아버지가 되어 다독여줄 것 같다-중략-그런 날을 꿈꾸면서 그녀의 봄날은 간다.'

 

 

이 내용을 보며 그녀가 그러길 바랐다. 하지만 왠지 마음은 불안하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더 모질고 경사진 삶이 그녀라는 이름의 어머니에게 쓰나미처럼 밀려올지...... 인연이란 그렇게 바램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 것이 일생이므로, 그럼에도 그녀를 보살피고 사랑하며, 안정을 줄 남자가 나타나길 책을 통해 기원해보았다.

그러나 스토리가 늘 꼬이듯이 작가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는 원하던 첫사랑과의 이루어짐 대신 당시 유행하던 선 자리를 통해 혼례를 치르게 된다. 집을 자주 비우는 군인 남편, 오히려 일이 많아진 어머니, 결국엔 시집에까지 들어가 대가족 틈에서 시집살이를 하게 되고 만다.

요즘은 시집살이란 말 시집(자식을 낳다), 장가(집을 지키다)란 말 대신 그냥 결혼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여성이 남성의 집 안으로 들어간다는 의미가 일부 여성들의 공분을 사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냥 결혼이란 말을 많이 사용한다고 하는데, 저자의 입장에선 시집과 장가란 뜻이 생명적으로 확장된 아름다움을 의미하기에 더 정감이 간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 작품의 어머니는 자식들을 몸과 마음으로 보듬었다. 남편은 사실 대학을 졸업한 장교였으나 미수송차 부속을 몰래 팔아 일반병으로 강등되어 우여곡절 끝에 특무상사로 제대한다. 다행히 6.25 및 여순 반란 사태의 공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자식들에게까지 물려 주지 않으려 했던 어머니의 마음, 저자의 글 속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 그리고 안타까움이 에피소드 곳곳에 묻어나 책을 읽는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던져준다. 어머니는 모두 한 마음이라는 생각도 가져본다. 자신은 아니더라도 자식만은, 내 새끼만은 잘 먹이고 덜 아프게 하려는 어머니의 마음, 그래서 저자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일생을 통해 가족에 대한 아픈 트라우마를 극복하여 한 편의 글로 완성시킨 것이 아닌지 결론지어 생각해본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삶은 자연스럽고 감동적이다. 가르치고 요구하는 것이 교육이 아니다. 최고의 교육은 사랑이다.'

 

저자의 어머니는 이 모두를 사랑으로 감싸 안으셨다. 자신을 깡그리 무시했던 시댁의 어르신들을 직접 임종까지 모시고, 몸이 병들자 찾아온 남편까지도 사랑으로 다독이며 먼저 저세상으로 편안히 보냈다고 한다. 또한 엄격하게만 다루던 저자의 자녀들을 사랑과 믿음으로 다스려, 어엿하게 스스로 할 일 할 줄 아는 손자, 손녀로 만들었다니 어머니의 힘은 역시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저 우리는 어머니의 말과 행동이 부담스럽고 잔소리처럼만 여겼기에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저자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가족의 사랑이 결국은 나를 사랑하기 의한 끈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그러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뼛속 깊이 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독자들 또한 타인을 사랑하되, 그것이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란 것 또한 명심하는 삶이 지속되길 바라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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