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문학의 저변과 생명의 심연 - 동아시아 생명 사상과 한국 생명주의 문학의 지평 기억과 경계 학술총서 6
최호영 지음 / 어문학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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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문학과 생명이란 단어의 조합이 어떠한 의미일지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책 읽기는 시작된다. 학문으로서 근대문학을 딱딱하게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생명의 사상과 생명이 뜻하는 유구한 의미를 근대문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것이 책의 저자의 목적이 아닐지......

 

동양 사상의 전통을 생명에 대비하여 서론을 이야기하는 한편 사전에 한국과 일본의 근대문학에 따른 생명 담론을 비교하고 분석해가며 책의 내용을 풀어간다는 예시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일방적 소통보다 비교와 분석이 정리 된 학문의 탐구 방법이 이 책을 어려운 학술서가 아닌 일반 문학의 한 갈래에서 근대 문학이 생명론적 담론의 연관성을 풀어나갈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작가의 개성이 지닌 생명과 독자의 개성이 지닌 생명이 '접촉'하고 '교착'하여 우리의 자아를 풍부하고 자유롭게 할 또 다른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노자영의 의미 해석> 페이지 48

 

생명이 더 큰 생명, 즉 열매를 났는 거처럼 문예, 즉 근대문학이 창작의 열정을 더해 이야기로 발현되어 하나의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마치 살아 숨 쉬 듯 시각화되기도 하고 독자의 상상력에 의해 각기 다른 의미와 의도, 결론을 부여받게 된다. 이것이 살아 활자화된 글에 의무이며 그 생명의 온기를 불러일으키는 존재 자체가 문학이라는 장르로 우뚝 서는 것이다.

그 의미 안에 근대문학의 깊은 심연에 생명이 자리 잡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도 있는 작가의 분석이다.

 

책의 저자는 한일 문단에서 '생명'이란 가치를 다르게 볼 수밖에 없는 배경을 시대적 상황에 기인한다고도 이야기한다. 일본의 경우는 자기중심의 목소리를 드러내려는 의도의 '찰나'의 시간을 도입한 반면, 일제 시대의 조선 시인들은 '순간', '영원','개체''전체'를 결합하여 자아를 존속시키려는 '외연' 탐색의 의미로 '찰나'의 시간을 도입했다고 평한다. 이는 '생명'에 대한 인식에 대해 일본은 자율적 주체 모색인 반면 조선의 경우 어쩔 수 없는 식민지적 상황의 공동체 의미망의 회복이라는 한계성을 두고 있음을 저자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전한다.

 

각자의 국가적 현실 속에 생명이란 담론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민중과 자유롭게 소통할 정도의 시대적 한계를 느끼게 되는 씁쓸한 내용이나 어찌 보면 일본에서의 계승이 당시 조선 시대 문학인들의 상황에 맞게 개편되는 것도 우리 고유의 것을 지키며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고나라는 긍정적 생각도 가져본다.

'생명', '인생'이라고도 불리는 Life, 시적인 학문의 입장에서 동서양의 학자들이 그 의미와 정의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반박하는 행위들을 통해 각자의 학문적 연구 입장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이 각각 다름에 인간의 사유는 다채롭고 해석에 따라 또 다른 진실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되는 책 읽기였다.

 

저자는 주로 근대문학 기류 중 하나인 시를 중심으로 생명에 대한 연관성과 의미를 정의 내리고 있다. 그중 한 부분을 소개한다. '김소월은 인간이 자기의 삶과 일체화된 '노동'을 제시하고 있다. 시에서 김소월은 유독 '우리 두 사람'을 내세움으로써 이들이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노동'을 통해 자신들의 자아를 실현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략-부부로서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길러냄으로써 가족을 구성해내고 사회의 구성원을 창조해낼 수 있다.'

 

이는 가족이라는 생명의 구성원이 부부로 인해, 그리고 하늘과 땅의 조화된 공동체의 범주 내에서 '생명의 향상'을 실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책의 내용을 통해 전하고 있다. 공동체적 범주 안에서의 생명 존중 사상, 이것이 시라는 근대문학과 결합하여 그 깊이와 소중함을 재확인해줌을 인식할 수 있다.

 

한일 근대문학의 비교를 바탕으로 한일강제합병의 암울한 시대 안에서 우리 시문학의 상징성과 시대적 의의를 탐독할 수 있는 작품이며, 다소 난해하지만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당시의 시문학이나 눈에 익은 시어, 제목들을 중심으로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그 근대문학의 본질에 담겨 있는 생의 의미, 생명이 문학과 어느 정도의 깊이에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 비교, 분석해 보는 방법도 깊이 있는 책 읽기가 될 것이다.

 

난해한 부분은 부드럽게 넘어가고, 공감이 가는 부분을 만나는 경우는 좀 더 집중하는 독서, 그것도 정독의 방법 중 하나일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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