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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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일은 생각 이상으로 많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나가는

것만이 나이 들어서도 자유로이 살 수 있는 힘입니다. 
                                                                    < 서문 9페이지>

 

책을 읽고 행복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설레이는 것은 작가의 전작 '미움 받을 용기'를 읽었기 때문일까요? 저자는 책의 초반부터 평안함과 안정을 선물합니다. 나이 듬에 너무 주눅들지말고 좀 더 편안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나이를 먹다보면 경쟁보다는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며 살 수 있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계획하고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두려움이나 못하겠다는 선입견보다 도전해보고 서투르면 서투른데로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 또한 현재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서툴지만 한 글자, 한 문장 등을 배워가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조급함보다는 여유롭게, 행복한 내리막길이 마흔 이후 나이 듬에 대한 미학이라는 생각을 처방전으로 내미는 작가의 말에 한 템포 쉬어가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조급함보다는 느긋함과 친구가 되어가 봅시다.

'누구나 무엇이든 달성할 수 있다.'

작가는 아들러의 말 건전한 우월성을 인용해 자신의 사례를 들으며 이야기합니다. 50세 때 심근경색으로 큰 수술을 받으며 재활 치료를 받던 저자는 퇴원말미 담당의에게 마라톤 가능 여부를 문의했습니다. 그의 대답은 "해도 되지 않을까요?"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바로 안 되는게 아니라 긍정을 안해서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들이 하는 것을 함께 경험해 볼 수 있는 의지, 그것을 하되 욕심이나 경쟁을 격하게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 맞게 도전하고 이끌어가는 자세가 건전한 우월성에 맞는 나이듬일 것입다. '그렇지만' 대신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의식적으로 나오게끔 용기와 긍정을 더해주는 책의 내용에 부정적으로만 여겨졌던 그간의 일들에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중 하나가 아픔을 극복한 저자의 투병기도 크게 한 몫을 했겠구나.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 또한 아프고보니 가족의 소중함과 오늘이 주는 선물, 아픔에도 불구하고 병원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이 타인에게 공헌(심리 상담)을 하고 있구나에 감사의 마음이 든다는 솔직함을 책으로 전달합니다.

아픈 사람 앞에서 한 번 아파보고나니 그 이후의 행복을 느끼겠다는 이야긴 환자 코 앞에서 하지 못하지만 작가인 자신이 아프고나서 책을 쓸 수 있고, 그것으로 인해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를 확인해 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이 간다. 또한 책을 쓰지 못하더라도 그것만의 가치를 새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사실 그 상황을 닥쳐봐야 인간의 심리를 알겠지만 작가의 긍정과 감사의 마인드에 독자로써 마음을 부여잡는 계기가 되는 내용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죽음'이란 단어와 문턱입니다. 작가는 사후 영혼 세계를 믿고 있으며,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객석 청자에게 자신의 어머니 사례를 들며 "사후 세계가 얼마나 평안하시면 돌아오시지 않을까요?"라는 말로 상대방을 위로하며 아픔을 달래줍니다. 죽음을 두렵다기보다 관대하고 아름답게 대처하며 기다리는 작가의 면모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죽음 앞에까지 다녀 온 작가의 초연함일까요? 죽음을 겪은 산 자는 드물고, 그것도 몽상일 수 있는 체험의 일종일 수 있기에 죽음에 도달한 살아 있는 인간은 없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죽음이라 그 두려움이 밀려올 수록 작가의 조언처럼 소중한 것에 집착, 자녀, 남편, 부인, 부모님을 떠올리며 삶에 매진하는 것이 40 이후의 평화롭고 행복한 삶이라고 느껴집니다.

저자는 나이든 부모와 그들을 수발하는 자시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과 세태를 반영하는 사례를 통해 부드럽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부모가 아프면 자신의 삶도 이제 흘러가고 있음을 느끼고, 부모의 말 한마디에 인내의 한계까지 오다가도 작게 오고가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풀리는 것이 부모자식의 관계입니다.

저자는 철학자 '순스케'의 말을 인용하면서 '지금 여기'를 강조합다. 저자 이치로는 아버지의 인지장애, 어머니의 뇌경색 등으로 젊은 나이에 간병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 간병의 기간에 따른 고통과 인내는 흔히 말해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마음 깊숙히 받아들이기 힘든 타인의 경험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결혼하기 전까지도 몸이 좋지 않으시던 아버지, 그럼에도 자식인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본인이 직접 차를 몰아 퇴원을 돕고 싶다고 하셨다는 내용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마 작가도 그의 아버지도 그 시기가 과거이지만 그 당시 '지금 여기'의 행복과 사랑에 충실하지 않았을까요? 부모든 주변의 지인이든 돌아가고 나면 후회해도 소용없는 것처럼 지금 조금 아프고, 불편해도 함께 같은 공간 '지금 여기'에 함께 함을 감사하며 누려야 할 것이다. 겪어보고 떠나보내보니 그 마음이 뇌리에 꽂히듯 서늘하면서도 비통하게도 느껴진다. 독자인 여러분 '지금 여기' 에 충실해봅시다.

저자는 여러번 행복에 대해서 강조합니다. 성공이 양적이라면 행복은 내면을 향한 질적 가치의 결과이지요. 나만 행복한 것이 다가 아닙니다. 타인에게 공헌하고 배려하며, 말 한마디라도 따스하게 남길 수 있는 정신이 행복이라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부부관계 사이에서도 내 입장이 아닌 남편, 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인식의 틀 고정. 이것은 나쁜 것이 아닌 내가 나를 던져 상대방의 행복까지 선물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또한 상대방에게 정중한 자세로 대하며 친절히 대하는 것, 그것은 계산적인 관계 형성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서 상대방에 대한 공헌의 마음이 필요할 때 가능합니다. 이것이 타자도 행복해지고 나도 행복해질 수 있는 저자의 함축 된 결론이 아닐까요?

이는 내가 행복해짐으로써 우리 자녀가 행복해하고 주변이 행복하고 즐거워지는 해피바이러스와도 같은 것입니다. 책의 내용과 실제 생활을 들자면, 엄마, 아빠가 말다툼으로 조용해지는 집안 분위기가 되면 아이들까지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분위기가 엄숙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힘이 들어도 엄마, 아빠가 웃으며 함께 놀이터가 되어주는 것이 행복이며, 우리 가족의 행복 장터이기도 합니다.

책의 마무리는 심리학자이자 철학에 지대한 관심을 지닌 저자답게 '나가 아닌 타인'의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지금 여기 존재하는 행복에 최선을 다하라고 다시금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더불어 나이 들어감이 두려움 혹은 불안이 아닌 삶의 또 기쁨을 누릴 용기 넘치는 지침서가 되길 바라며, 젊은이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앞으로 맞이 할 노년을 기대할 수 있는 희망서가 되길 바란다고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저자가 책의 마지막에 추천한 플라톤이 엮은 '소크라테스의 변명', '향연', '파이드로'라는 작품, 한 때 읽었던
기억도 있지만 그 당시 10대, 20대 시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난해함과, 책의 가치를 세월이 흐른 지금 어느만큼 이해하고 섭렵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더도전해보고 싶은 고전들입니다.
제목은 '40대에게'이지만, 40대의 과거와 미래 세대 모두가 읽고 삶을 회고하며, 행복이 전하는 '지금 여기'의 순간을 이 작품과 같이 누려보길 기시미 이치로를 사랑하는 독자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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