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뜻대로 살아 볼 용기 - 여행으로부터 얻은 소중한 삶의 지혜
임효진 지음 / 토실이하늘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22개국 70여개 도시를 여행한 임효진 작가.
그리고 그 여정은 지속될 것이다. 다양한 주제의 여행기를 펼쳐 본 독자로써 이 작품의 구성과 주제는 어떠할지에 대한 기대감을 시작으로 책의 페이지, 페이지를 넘겨 갔다. 그리고 좀 더 다가가는 여행기, 현지인과의 진솔한 대화가 묻어나는 솔직함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생전 신영복 교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여행이란 현지인을 만나 생활하고 대화로 소통하는 것이다.˝ 단순히 관광으로 건물과 역사를 흝어보고 인증샷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과 웃으며 손짓, 발짓 섞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의미였다. 이 작품 또한 그러한 의도로 접근한 생날것의 여행기 냄새가 풍겨 다정다감하다. 어찌보면 일기같지만, 우리가 공감하고 배울만한 타인의 정서가 담겨 있다. 

프랑스와 이태리 피렌체 두오모를 거쳐 네덜란드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작가, 물의 나라라고 알려진 단순 지식이 아니라 암스테르담 시내를 걸으며 그곳에서 만난 세계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
보는 작가. 성문화의 개방성과 대마초의 합법화 등 국내에선 상상도 못 할 상황이지만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언급하며 네덜란드인이 지닌 의무와 책임과 합법적인 삶속에 자유를 표현해 주고 있다.
그리고 암스테르담하면 빠질 수 없는 곳이 반 고흐 미술관이다. 임효진 작가는 자신의 미술 실력이 아홉살 이후로 퇴화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고흐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자신에게 있어 영원하리란
다짐을 한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불행한 삶을 그림으로 달래며 살아간

고흐의 짧은 세계를 안타깝게 여기지만, 그 영원함은 그의 사후 지속되고 찬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라도 위안을 삼으며 글을 쓴 작가의 심정을 헤아려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아름다운 형제애,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삶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테오의 사후, 반 고흐의 그림을 수집해 세상에 내놓은 테오의 부인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들 속에서 느껴지는 임효진 작가의 글쓰기는 단편적인 여행의 상황을 보고, 기록하고 인증에 급급하는 것들이 아니라 읽는 독자로 하여금 좀 더 깊은 책읽기의 밀도를 더해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1부의 끝자락 내용 중 독서가답게 코펜하겐 왕립도서관의 웅장함과 캄보디아의 국립 도서관의 비교를 작가의 시선에서 정리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두 나라의 경제적 차이의 수준일지? 고육적 정서 차이의 원인일지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깔끔하고 다양햔 도서관 문화를 지닌 국가가 문화 강대국, 책이라는 매개체로 국민들의 정서와 알 권리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믿음이 있기에 도서관의 발전과 끊임없는 관리와 가치를 넓혀 나가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도서관 투어? 책을 읽거나 그 분위기만을 맛보아도 기대가 부풀 선물이 될 것 같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솔직함이 묻어나는 작가의 글과 정서로 인해 가식이란 전혀 보이지 않는 편안한 일상의 언어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독일에서 만난 씁쓸하지만 아름다운 카우치서핑의 집주인 나달과의 에피소드, 매우 솔직하게 묘사한 내용이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베를린하면 잊을 수 없는 분단의 상처가 남아 있는 우리 국민의 아픔과 통일의 기쁨을 누렸던 독일의 환희의 순간이 겹쳐진다. 그러한 국토 분열의 현실을 작가는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으며 평화를 통한 긍정의 결과를 기대하는 요즘 젊은이답지 않은 깊이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더불어 얼마전  ‘꽃할배 리턴즈‘에서도 소개 된 유대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형물의 사진과, 그 참상의 울분과 현재를 바라보며 정리하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픔과 슬픔을 함께 공유하는 것, 가장 소중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남성의 여행은 잘 모르나 여성의 해외여행은 참으로 많은 변수가 넘치는 것 같다. 여행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히치 하이킹, 남자인 나로써도 밀려오는 두려움에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으나 임효진 저자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도움으로 대형 트럭에 몸을 싥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히치하이킹에 도전한다!! 영어가 안되던 트럭 기사의 짙은 음담패설, 결국엔 ‘변태‘적 행동까지 일삼았지만 작가는 불가리아의 고속도로 중간에 자신을 떨구고 갈까봐 지독한 경계속에 끝까지 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였던 소피아에 무사 안착했단다.

악마가 있다면 천사도 있는 것처럼 그녀는 영국 중년 신사인 로버트를 만난다. 그는 친절한 히피 여행가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오지랖 넓은 중년 여행가라고 평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작가는 로버트라는 인물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의미를 부가하며 여행 중 만난 소중한 인물 중 하나로 그리고 있다. 우리 주변엔 이렇게 친절하고 가보아야 할 여행지와 그곳의 정서, 특징 등을 알려줄 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고민해 볼일이다. 그러나 그 수를 손꼽기도 힘들 것 같아 펴 보던 손가락을 접는다.

임효진 작가의 여행 코스는 그간 무수하게 읽어 왔던 여행 에세이와 루투는 상당히 다르며 신선하다.
 불가리아라든지,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등 전쟁 지역이었거나 내전이 가라 앉은지 얼마 안된 국가들이 끼여있다.
무엇보다 그곳에 사는 시민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의 삶을 작가의 마음
속에 체화시켜 진솔하게 풀어쓰는 내용이 탁월하고 솔직함이 묻어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단순한 음유가 아닌 실제 느껴보고 공감해 보아야할 내용들이 많아 생각을 더 많이 하게 한다. 그래서 여행은 순간을 즐기기보다 그 나라, 사람, 문화를 사유하는 목적이 필요하다. 그러한 여행가 그 사람이 임효진 작가라고 평해본다.

퇴사 후 여행을 통해 진정한 스승을 만나고자 했던 작가의 에필로그, 하지만 길에서 만나고 마주친 모든 사람이 여행의 스승이었음을 자평하는 작가의 마지막 말이 심금을 울린다.
공들여 쌓은 탑을 무너트리기보다 작고 소소한 것에서 교훈을 얻고 거기서 행복을 추구하는 삶과도 같을 의미로 느껴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개인의 여정이었지만 작가의 여행속 이야기와 마주친 여행객들간의 에피소드가 더해져 그들이 나눈 대화와 장면들을 재해석
할 수 있는 재미와 기대를 주는 작품이 여행에세이다.

5,000만이 모두 여행기를 쓰고, 여행을 다녀도 생각의 지평과 거기서 얻게 되는 교훈도 가지각색이다. 그래서 늘 여행기는 판에 박힌 글이 아닌 새로움을 만끼하게하는 다른 여행의 시작이다. ‘내 뜻대로 살아 볼 용기‘ 임효진 작가의 작품도 마찬가지이며, 책을 놓음과 동시에 새로운 인물들의 여행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설렘의 시작이다.
그래서 여행에 의한,여행에 의한, 여행을 위한 다시 찾아 나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