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길 - 나를 바로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길‘이란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사마천의 ‘사기‘라 함은 그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고전으로 자리잡을 만한 작품이다. 이번에 김영수 작가는 기존 그가 출간했던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이란 작품을 현시대적 감각에 맞춰 하나의 건물을 개보수하듯 심정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작품을 재출간했다.

알기쉽고 명쾌하게 지난 시절의 고전을 일반인들도 쉽게 읽고 삶의 지혜로 적용해 보는 것, 그것이 복잡한 고전 원전일 수도 있지만 이를 해설한 작품과 그 작품을 지은 작가의 생각과 본심을 느껴 보는 것도 흥미 가득한 책 읽기라 여겨진다. 그 시작점이 되길 바라며 이를 통해 고전과 좀 더 가까워지는 지름길이 되는 작품이길 바란다.


대장부가 기껏해야 죽지 않는 정도에 만족할 수 있는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세상에 큰 명성을 남겨야 하는 것 아닌가?
왕이나 제후, 장수와 재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더 란 말인가?

(왕후장상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 p29


본문에 수록 된 ‘진승의 난‘이 일어나기 전 죽음 앞의 상황에 놓인 노비 진승이 외친 내용이다. 정해진 기일에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면 참수형이란 비극적 결말을 맡게 되는 그였기에, 노비였지만 남다른 기개를 지닌 그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그와 오광이 벌인 난은 실패로 끝났지만 기원전 시대에 이러한 실행 능력을 펼쳤던 담대함에는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나라의 기초를 세운 한고조 유방과 항우같은 한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영웅들이 나타난 것임을 김영수 작가 또한 인지하며 사마천의 사기 일부를 설명하고 있다.

작은 단편의 이야기로 구성 된 이야기이나 힘의 논리가 지배하던 당시는 인간의 생과 사를 다루던  말과 행동의 집결체이자 일화였기에 ‘인간의 길‘이란 뜻하는 바에 따라 알 수 없는 수만, 수천가지 결과와 변혁을 일으키는 시대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부끄러움을 느끼기는 쉬워도 왜 부끄러운가를 알기란 어렵다

(치이이지난恥易而知難) p43


우리의 정치인을 빗대어 설명하는 부분이 통쾌했다. 뿐만 아니라 작금의 현실에 부끄러움의 이유도, 무얼 잘못했는지도 모를 시대에 살고 있는 군상들에게 의미 깊고 뿌리 있는 표현같아 소개해 본다. 인간으로써 언행의 실수, 수치를 범하지 않는 생각 있고 행동 있는 양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은 흔히 자신의 의지와독립성, 그리고 자유를 자랑한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인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자신의 독립성을 잃지 않는다. 동방삭은 그러한 삶의 전형이었다. 

조정 한가운데 서 복닥거리며 세상을 피한 그는 무조건 세상을 피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생활하는 걸 자유라 우기고 힐링이라는 단어로 포장하는 자들과 차원이 달랐다.

권126〈골계열전〉p.69


우리가 힐링하면 모든 걸 내려두고 도심지를 떠나 푸른 초장으로 달려가 모든 잡념과 일상의 스트레스를 버리고 쉼을 얻는 것이다. 얼마나 그런 삶을 바랬으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라는 노래 가사가 있으랴.
하지만 한무제때의 동박삭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심정으로 현실의 무게를 자신의 강심장으로 이겨낸 인물과도 같다. 현실에서 탈피하는 힐링이 아닌 현실에서 얻는 진정한 자유를 얻어보자. 그 답은 책일 수 도 있고 타인과의 소통일 수 도 있음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세상을 보는 모든 눈과 판단에는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마음이 뒤따라야 한다. 하늘을 보러면 고개를 젖히고, 땅을 보려면 고개를 숙여야 하지 않는가? 이것이 관조의 기본자세이자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라는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입장이다. p82


인간에겐 멈출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작가는 소개한다.
‘초한지‘를 읽다보면 한무제(유방)을 도와 천하를 재통일하게 돕는 ‘서한삼걸‘이라 불리우는 한신, 소하, 장량이 등장한다. 
이 세 인물 모두 뛰어나고 냉철하며, 깊은 지혜를 지녔던 인물이나
세 사람의 말로는 각기 다르다. ‘토사구팽‘으로 생을 마감하는 한신, 한 평생 권력자의 눈치를 보며 살다간 소하, 그는 거의 유방의 후방에서 그를 보좌하고 정책을 제시하며, 나랏일을 돌보던 집사와도 같은 인물이다. 그리고 흔히 장자방이라 불리우는 장량, 그는 말년에 부와 명예 대신 유유자적함으로 여생을 마친다. 여기서 언급하는 고사성어가 도고익안 (道高益安)이다. 도는 높을수록 편하다는 의미이다. 반면 권세가 높아질 수록 위태롭게 된다는 의미로 세고익위(勢高益危)라는 고사성어가 쓰여진다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인간의 길‘이 갈리는 것이지요. 
깨달음을 얻으면 자신의 분수에 맞는 삶을 평안히 살아갈 수 있고, 반면 가진 것 이상의 권력과 재물을 탐닉한다면 그것은 결국엔 죽은 목숨과도 같지 않을까요?


우리는  그 증거를 현실에서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좀 더 낮은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함을 전하는 의미깊은 사마천의 혜안(慧眼)이다.

설득력을 가지려면 말솜씨도 중요하지만 말의 요점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근거들을 이리저리 분석해 논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연계하는 비물연류의 능력이 필요하다.적절한 비교와 비유야말로 말의 설득력을 높이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p.154


위의 내용처럼 우리는 하지 못할때가 오히려
더 많다. 본말이 전도되듯 장황한 미사여구만을 사용해 타인을 현혹시키려는 사람들, 감언이설로 지지자 혹은 유권자들을 설득시키려는 공직 후보자들의 
유세 현장 등, 앞과 뒤가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청산유수 쏟아내는 화려한 말보다 논리와 근거가 바탕이 되 설득력이 돋보이는 이들에 대한 가치가 더 높게 받아들여지며, 올바른 말이 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우선으로 새겨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러한 인물이 믿음직스럽게 난세를 구하고 백성과 국민을 섬기고 이끌어가는 리더십 또한 발휘하게 될 것이다. 개개인의 입장에서도 ‘비물연류‘란 고사성어를 통해 올바른 언어생활, 소통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화를 이어가길 바란다.

우리 인간의 귀는 나쁜 말에 관심을 
더 갖는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쁜 말에 현혹되 불행의 말로로 빠진 경우도 많음을 알 수 있다.
뻔히 알면서도 악행에 빠지고 그 헐뜯음이 더해져 죄 혹은 죽음까지 인도하는 나쁜 언행. 이를 의미하는 고사성어로 ‘적훼소골‘이란 한자를 소개한다.

여러 사람의 헐뜯음은 뼈도 깎는다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더라도 계속 이야기하면 사실이 되어 사람들 마음속에 파고든다는 점을 절묘하게 비유하고 있다. 이것이 설득의 힘이자 유언비어의 힘이고 여론을 몰아가는 고전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p177


인간은 이러한 유언비어, 찌라시 등에 더욱 솔깃하며 이러한 뜬소문이 와전에 와전을 더해  사실과도 같은 상황으로 결론 지어지게 된다. 그 피해 당사자는 이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되고, 결국엔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다. 이래서 이런 말이 뼈까지 깎아 문드러지게 한다는 고사성어로 현재까지 인용되고 있음에 안타깝다. 바르고 정직한 말의 구별, 이 또한 인간의 
인성에 필요한 요소이자 평생의 숙제이다.


치아위화 (齒牙爲禍)
진나라의 왕위계승을 둘러 싼 말로
시작해 말로 망할 수 밖에 없는 예시의
‘진세가‘ 내용을 통해 저자는 이야기한다.



입이 방정이다.란 말에 우리는 익숙하다. 혀는 칼보다 강하고, 말은 총보다 무섭다. 말의 가치의 중요성과 조심성에 의해 인간의 가치는 달라진다. 그래서 ‘언격이 인격‘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이에 뜨끔함을 느낀다.^^;;;

책의 마지막 단계, 그리고 가장 인생에 있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판단력을
요구하는 세상사. 우리는 과거에도 지금도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도 늘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사람 사는 세상‘, 즉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뜻한다.

마지막 단락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의 부분에서도 올바른 인재의 등용에 대해 <백이열전>과 <이세가>를 인용해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말의 쓰임에 따라 역사가 달라질 수 있었던 진시황 사후 태자들을 세치 혀로 농락하며 자신의 총알받이로 삼았던 환관 조고의 치밀한 계략이 담겨 있는 <이사열전>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초한지>를 읽었거나 읽을 분들에게는 환관 조고의 옳지 못한 말의 쓰임의 아주 사악한 사례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량지흔‘, 즉 비량의 싸움을 예화로 드는 내용이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는 이야기로 작은 갈등이 큰 손실을 초래한 초나라와 오나라의 싸움까지 번졌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는 사람이나 상황은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는 것 이다.

이처럼 세상은 돌고 돌아, 또 다시 역사를 만들고 삶의 의미에 대해 뒤돌아 보고 반추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 원인은 인간의 탐욕, 욕심에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작은 일에 목숨 걸지 말자. 멀리 보고 넓게 생각하는 빅피쳐, 그러한 인간의 그릇이 넓어지길 바란다.

‘인간의 길‘, 사마천의 ‘사기‘의 명문장과  변화무쌍하고 호탕하며, 때로는 천인공노할 인물들의 삶과 행동거지를 만끽할 수 있었다. 우리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며 올바르고  정직하게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이유를 제시해 주는 작품. 지루할 틈 없이 명쾌하고 의미심장이야기들이 머릿속에 콕! 뒷통수를 아찔하게 할 역사적 사실 속에 비롯해 지금의 자신을 반성해 볼 수 있는 교훈적 독서였다.

‘삶의 지혜와 인간사 내에서 나를 비추고 주변을 둘러 볼 여유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권하고, 나누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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