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의 별 - 제4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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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강태식 저/문학/한국소설
(2018.0526)

˝체스가 좀 비슷하긴 해. 하지만 체스가 인생 같다면 체스를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 그래서 체스의 가장 큰 장점은...... 내 생각은 이래. 말판을 들여다보는 동안 인생이 뭔지 잠깐 잊게 해준다는 거야. 사람은 가끔 그럴 필요가 있고, 그래서 체스를 두지.˝

이렇게 이야기는 인생을 체스에 비유하며 시작된다. 플랜A라는 행성에 유일한 인간 ‘리‘, 거대 기업을 경영하던 노년의 남자 기무라는 시간 제약이 없는 체스 경기를 펼치게 된다. 그러다 기무라는 찬란했던 삶을 마감하듯 거친 소음과 앰블런스의 요란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꼼짝하지 않은채 무호흡의 상태로 빠져들며 수수께기와 같은 소설의 전개에 미세한 단초를 제공해준다.

시작은 약간 관념적이며, 정확한 스토리의 전개와 인물의 구성을 헤아릴 수 없는 혼란이 있긴했지만 그 이야기들이 어떠한 형식으로 전개되고 하나로 규합되어 갈지에 대한 기대감도 넘치는 작품이었다.

이렇게 기무라의 알 수 없는 소멸 속에서 ‘플랜A‘의 개발을 통해 막대한 부를 얻게 되는 인물 기무라의 과거사, 그리고 주변행성 ‘플랜B‘가 오픈한 후 발생되는 정체모를 바이러스로 인해 플랜A는 무인행성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저 그 주위를 떠돌며 여행하는 우주왕복선에 비추어진 생존물체가 없는 퇴물행성이 되고 마는 것이다.

[ ] 햄버거 먹는 여자
전화 생리대 판매원 도리스, 그리고 플랜A에 갇혀 있는 자 혹은 정복자(?)리.
리와 도리스의 교감은 그렇게 시작되며 그리고 또 서로를 원하게 된다.
도리스는 플랜A의 리를 항상 갈구하며 기다리는 삶을 통해 하루 일과를 마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때부터 그녀가 기다리던 플랜A의 리는 그녀에게 나타나지 않고 다시 그녀는 생리대 판매원으로써 우주항공국의 토드 영이란 인물과 통화를 시작하게 된다.
그녀의 일순간 희망은 깨어지고 또 다시 무료한 일상이 시작되려고 하는 듯 하다. 그리고 세월이 가 도리스는 늙게 되며 그녀와 통화를 나누던 플랜A의 리는 그 기억조차 잊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말게 된다.

[ ] 일주일간의 휴가

호세 로드리게스는 15년여간 감옥에서 복역한다. 그리고 어느새 자라버린 그의 아들 마리오는 어느새 파올라라는 여인을 통해 자신의 아들, 즉 호세 로드리게스의 손자를 갖게 된다.
그리고 로드리게스는 15년여 동고동락했던 아들뻘 교도관(그가 리)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는 이미 교도관직을 내려 놓고 플랜A로 향하는 왕복 우주선 클라크호의 티켓을 구입했다. 그는 바로 리라 불리우는 전직 교도관, 여행자이다.
그리고 로드리게스는 피붙이였던 자신의 아들의생사를 파악하기 위해 하이메 곤잘레스라는 인물에게 찾아가 아들의 부재를 확인하고 그가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곤잘레스는 로드리게스의 아들 마리오에게 휴가를 주어 ‘플랜A‘라는 행성에 보냈다고 이야기한다.

이때 정부 요인의 망나니 아들 또한 곤잘레스에게 전화를 통해 일곱명의 ‘플랜A‘ 파견 가능한 명단을 요구한다. 그리고 곤잘레스를 찾은 찰리라는 인물 또한 ‘플랜A‘에 대한 모종의 은밀한 거래, ‘플랜B‘와의 관계성에 관해서도 논의한다. ‘플랜B‘는 ‘플랜A‘를 본 따서 만든 또다른 행성의 놀이터라 할 수 있다. 무엇이든 수익창출에 따르는 문제는 경쟁자 사이에선 큰 화두이자 성공과 실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이 될 수 있다.
작가는 이 부분에 있어 좀 더 긴 호흡을 통해 그 은밀한 거래에 대한 문제를 서서히 풀어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클라크호에서 리를 대면하는 곤잘레스, 어느새 마리와 파울라의 아들 라울은 성인이 되어 공대생이 되어 있다. 자신의 아들을 위해 아버지인 곤잘레스가 자신의 행복 대신 아들의 행복을 위해 ‘플랜A‘로 이동한 것일까? 그리고 그의 실질적인 동반자이자 보호자는 리? 이렇게 이야기는 작가의 관념과 허구적 상상력이 만나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로 전개되는듯 하다.

명확한 흐름의 서사 전개는 아니지만 이야기마다의 에피소드를 풀어가며 이해해가고 그에 담긴 수수께기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갈수록 흥미로워지는 작품이다. 작가는 혹여 책을 읽다가 삼천포로 빠지지 않게 하려고 글의 조력자로 ‘리‘를 요소요소에등장시켜 작품의 이해와 방항성에 대해 올바른 맵을 던져주고 있는건 아닌지.

[ ] 행성심사대
‘플랜A‘를 향해 가는 다섯명의 탐사대.
그들의 목적지는 앞에서 읽어 본 인물들과 일맥상통한 공통선을 타고 있다. ‘플랜A‘, 그리고 리의 별. 목적은 행성탐사이지만 다섯명의 인물들은 행성에 반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게 된다. 이를 저지하는 SP302로봇 모델의 지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죄악 깊은 인간의 잣대로 판단하는 탐사 대원의 일부, 그리고 결국 생과의 이별이라는 이름하에 ‘플랜A‘행성에서의 작별을 고한다.
우리 인간이란 별것 아닌 것들에 흥분하고 자기 고집에 못 이겨 스스로를 파괴하게 된다. 이러한 작은 기다림의 인내 조차 잃어가는 인간의 비애를 미래 사회의 배경으로 대변해 주는 이야기.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지는 행성의 시가지들, 마치 전운이 감도는 황야의 무법지대를 방불케하는 장면의 묘사가 앞도적이다. 남아 있던 일라이저 베일리 박사와 글래디아 델메어 박사, 그리고 지미 툴 박사. 그들은 휴식을 위해 행성 안 호텔을 찾아다니며 방황에 방황을 거듭 후 그들에게 맞는 안식처를 찾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터치하든 ‘요금 결제 안내 문구‘가 음성 처리되어 발신 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며 짜증과 불편, 결국엔 노이로제화 될 것이다. 책의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미, 내 생각에는 우리가 지금 이 객실에 감금된 채 협박을 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p 171

이처럼 ‘플랜A‘행성은 행복과 영광을 영위하던 행성에서 인간이란 종 자체는 사라지고 로봇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회로 전락하고 만다.

‘요금을 결제해 주세요‘ 작은 친절 하나에도 결국 로봇은 물질적 보상을 강요하고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알 수 없는 방법으로의 죽음을 암시한다. 모두를 떠나보낸 탐사대 대장 베일리를 제외하고는 ‘플랜A‘에 남아 있는 인간은 이제 전무했다. 하지만 몇달간 행성을 배회하던 베일리 박사에게 희망이 전달되는 공중전화 박스의 벨이 울리며 전직 교도관이었던 리와와 만남이 이어진다. 결말이 기대되는 각 에피소드의 인물들과 리의 연관성, 희망인가 절망인가의 양 갈래길에서 작품의 결말을 상상케하는 장면들이었다.

리와의 대화 후 베일리 박사는 자신이 직접 고른 최후의 만찬장에서 가장 행복한 식사 후 자유와 잠시간의 작별을 하게 된다. 가장 의미있고 뜻깊었던 자신만의 시간에 만족감을 드러내는 베일리 박사, 그리고 무전취식으로 인한 복역, 그에게 다가올 미래는 그저 자신의 몫이 아닐까?
행성 심사대 이야기의 에피소드가 어떻게 마무리 될지, 그 상상의 공간은 이 책을 읽을 독자에게 남겨 두고 싶다.

[ ] 술주정뱅이
리에 의해 ‘플랜A‘행성에 마지막 초대장을 받게 되는 양. 그는 십여년 이상 한 곳의 술집에서 맛없는 맥주를 마시며 삶을 달관하듯 살아가는 인문이자 술주정뱅이다. 그리고 어느 새벽 시간 작품 속 다른 인물들처럼 플랜A의 유일한 인간 리와 첫 통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리의 초대로 양은 ‘플랜A‘로 향할 계획을 세우기 위한 사전 조사를 실행한다. 이미 ‘플랜A‘를 방문했던 베일리 박사의 죽음-심장질환-을 확인하게 되며, ‘플랜A‘를 매개로 사업의 순항기를 겪었던 기무라 라는 인물 또한 확인케 된다. 하지만 그 또한 외로이 삶을 살아가다가 심장질환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리고 양은 끝으로 리와 통화를 나눈 도리스 브라운과의 만남을 갖게 된다.

˝심슨씨, 저는요, 양 그 친구가 왜 자기 집 기둥에 목을 메고 자살했는지 알 것 같아요. -중략-양은 천사처럼 깨끗하고 선량한 친구였어요. 그래서 더럽고 악한 세상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거예요.˝

이렇게 마지막 인물 양은 허망할 정도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며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돌고 도는 인생사 속에 진실 된 자신만의 공간을 찾기는 쉽지 않다. 리가 만난 에피소드의 인물 또한 인생의 스크래치를 조금씩, 혹은 그 이상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이 부유하건 불행하건 죽음 앞에선 모두 평등하다. 양의 죽음도, 거대 기업을 소유하던 기무라의 죽음, 베일리 박사의 죽음도 모두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 된 것이다. 홀로 거대한 행성에서 외로움과 사투하며 지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듯한 인물 ‘리‘ 또한 앞으로 펼쳐질 결과에 대해서는 명확한 확신은 없어 보인다. 그저 그곳을 지난 10여년 이상 지키고 파수꾼, 죽음을 기다리는 한 사람일 뿐이다.

작품의 평처럼 ‘플랜A‘는 리의 별일 수도 별에 속에 리일 수 있는 양면적 의미를 띄우고 있다는데도 공감을 하는 이야기의 전체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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