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역사산책 : 서울편 골목길 역사산책
최석호 지음 / 시루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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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출판/최석호 저/역사/한국근현대사

이 작품은 단순히 서울의 골목길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흔적을 통해서 현존하고 있는 골목길의 애환을 작가의 통철한 분석과 자료 조사 등을 통해 하나의 골목길 예찬과 경외감을 동시에 담고 있는 역사 인문서라 정의 내리고 싶다.

‘골목길‘이란 과거와 현재에 존재하는 우리 문화 구조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 의문점과 영향력 등을 파악하며 글읽기에 집중을 했다.
누구에게나 한번 쯤은 골목길의 추억과 상상력이 자극 될 공간이므로 작가의 관점에서 어떻게 역사와 골목길을 매칭 시키며, 그에 합일 된 전통의 의미를 도출 시켰는지에 대한 궁금증 또한 더해지는 독서의 시간이었다.

‘부암동‘에 얽힌 사연은 책의 시작부터 흥미로움을 불러 일으킨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등장과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에 얽힌 이야기를 비롯해 한국의 미술가였던 구본웅, 김환기 화백으 작품 세계와 일화까지 소개하며 단순히 정보 차원을 뛰어 넘어 모르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단락들의 내용이 교훈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정동길‘ 산책 또한 골목과 함께 역사가 흐른다.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둘째 부인 신덕왕후를 기리는 뜻에서 정릉이란 명칭을 하사했으나 이후 조선 3대왕이 된 태종에 의해 신덕왕후의 능은 옮겨지고 그 명칭마저 ‘정동‘이란 다른 한자어를 통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고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설명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역사, 서울안에서 작게 존재감을 보이던 골목길 내에서도 다양한 역사의 현장이 추억어린 증거처럼 우리에게 전해지며 콰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하나의 역사, 그 위에 우리 현대인들이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정동길‘하면 옛 건물의 우아한 정취와 뭔가 딴 세상에서 걷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역사가 묻어 있는 사실을 알게 되며 수없이 지나다본 정동이 또 다른 관점의 공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렇게 역사적 이야기와 골목길의 콜라고, 작가의 기획 의도가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오고, 책장을 넘길 수록 앎이란 지식의 양식이 쌓이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정동‘의 중심은 백범 김구선생이다. 상해 임시정부를 거쳐 무장투쟁, 도시락 폭탄 의거에 이르기까지 그 중심에는 백범 김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어이없는타의적 독립을 당하고 난 후 김구 선생은 정동 인근 경교장(현 강북삼성병원)에 도착하여 생활은 시작하나 몇년 뒤 미정보요원 안두희의 총탄에 의해 서거한다.

서울의 골목길 ‘정동‘ 지역은 이처럼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분노가 공존하는 장소이며 이를 마음 속 깊히 간직하며 내일을 위한 거울로 삼아야겠다.

‘정동‘은 이처럼 외세의 침략과 침투 등 아픈면을 지니고 있지만, 성공회를 비롯한 선교와 건축적인 발전상에도 큰 발전을 이룸을 작가는 설명하고 있다, 명동성당이 하늘로 뻗은 고딕의 느낌이라면 이 곳의 교회나 성당은 영국의 영향을 받아 로마네스크 형식을 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정동길을 작은 영국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니 한적하고 이국적이었던 건물의 배치와 도심지의 유형이 그런 느낌으로 다가 온다.

하지만 우리 고유 전통의 궁궐과 외세의 부조화스러운 벽돌 건물 등이 혼합되 듯 섞익 부분은 나름 전통미를 벗어나는 부적절한 인공미가 느껴져 아쉬운 점이 든다.

우선 눈에 띄는 ‘정동‘의 건물은 많고 다양하지만, 고종이 잠시 머물러 집무를 보던 중경전이란 곳이다. 그렇게 수십번 ‘정동‘길을 걸어 보았으나 그러한 건물이 있다는 걸 알지도 못했으며, 우리 주변에 이렇게 아프고 슬픈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낭만과 사색에 젖어 이러한 길들을 걸었다는 게 잠시나마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뒤이어 고종이 1년간 피신했던-아관파천- 러시아공사관의 터, 김구 선생의 안타까운 죽음이 못내 아쉽고 후회스러운 경교장까지 서울의 중심 중 하나인 정동길은 역사와 문화의 발전과 폐해의 다층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기에 더욱 애잔한 건 독자로써 느낀 작은 착각일까?

‘서촌‘ 또한 현재 서울 서부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동네(?)이다. 독자인 나 또한 마음이 심란하거나 평안함을 요할때면 경복궁역에서 내려 통인시장 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우리은행 부근까지 왕복으로 걷기를 하며 주변을 살펴보기도 한다. 그리고 골목길에 자리 잡은 맛집을 찾아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 책에선 그러한 자잘함 보다 교훈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바로 ‘서촌‘을 대표하는 겸재 정선과 사천 이병연 선생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일명 절친이었던 그들은 사천의 병으로 인해 겸재 정선이 그의 쾌유를 비는 의미에서 그린 희대의 명작 ‘인왕재색도‘의 탄생 비화를 전해 준다. 하지만 겸재 정선의 바램에도 불구하고 사천의 병은 더욱 악화된다. 사천 또한 겸재 선생처럼 중국에서도 알아주는 문필가였다고 전해진다. 이런 옛시절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 서촌에 존재하며 서촌을 걸으며, 겸재 정선과 사천 이병연의 우정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음직하다. 그리고 잠시 앞에 보이는 인왕산 기슭과 청와대를 바라보는 것도 눈을 밝게 정화시키는 방편이 될 것이다.

반면 ‘서촌‘이 값어치 넘치는 문화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제 강점기 대표적 매국노라면 이완용을 들 수 있으나 서촌의 54%를 매입해 자신의 아방궁으로 삼았던 윤덕영이란 인물은 생소할 것이다. 한입합방의 최종 마무리에 해당하는 옥쇄를 일본측에 넘긴 댓가로 그는 일본에게 엄청난 보상금을 받는다. 그리고 서촌의 서쪽 중심부를 모두 매입하여 자신의 가족을 위한 저택까지 짓기에 이른다. 이러한 아픈 역사를 모르고 낭만에 젖으며 ‘서촌‘ 나들이를 했던 내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해 본다.

다행히 그가 매입하고 건축했던 집들은 화가 박노수에 의해 재매입 되어 최종적으로 나라에 기부되며 땅과 건물의 일부가 작고하신 박노수 선생의 이름을 따서 박노수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다. 또한 박노수 선생은 말년에 자신의 작품 500점 이상을 기부하여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는 문화적 혜택을 지상에 남기시고 가신 것이다. 어디에든 명과 암이 있지만 아픈 과거의 서촌 역사를 아름답게 마무리 해주신 박노수 선생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제 다시 걷게 될 서촌길, 더 많은 기대와 깊히 있는 마음가짐을 지닌 채 걷고 사색해야 할 것 같다. ‘서촌‘, 그래서 참 좋은 서울의 촌스럽지만 우아한 골목길이다.

‘동촌‘길은 쉽게 말해 동대문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낙산이 주요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키포인트는 ‘간송 전형필‘의 미술 작품 수집이 큰 의미를 차지한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의 소중한 고유 문화 유산이 밀반출 되거나 소실되지 않도록 노력했던 간송 전형필, 그리고 동촌 성북동에 간송 미술관을 설립해 그 고귀한 전시품을 전시했다고 한다.

또한 보성중고를 인수하여 민족의 위대한 인물을 길러냈다하니 이게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렇게 동촌길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대학로 뒷편 이화동 벽화마을을 비롯해 낙산 공원 성곽길을 걸으며 동쪽 서울의 정취를 느껴 본 사람들은 무척 많았을 것이다. 또한 혜화로터리를 따라 성북동 길에 이를때까지 완성 되는 ‘동촌‘길 탐방로, 나 또한 과거 그 어느 때 이 길을 차로 이동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그 시간의 역사를 거슬러가며 책에서 작가가 지적하는 역사적 사실을 대비시켜가며 독서에 빠지다보니 그 어느때 보다 감회가 새로운 책 읽기였다.

단순히 거리 혹은 골목길을 걷고 사색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 지역, 길, 골목에 담겨 있는 역사적 의미를 깊히 있게 인식하며 책 읽기를 해보니 역사에 대한 작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겐 교육적인 측면에서 그 무엇보다 큰 의미와 교훈적인 독서 읽기의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서울의 주요 골목과 마을길에 담긴 가슴 아프거나 애잔했던 역사들과 그 안의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시간들, 다시 그 길을 찾게 되면 좀 더 유심히 그 지점 하나하나를 탐독하고 무게감 있게 음미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그 소중하고 의미 넘치는 기회를 머잖아 꼭 마련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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