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 엄마라는 이름의 나의 구원자
사카모토 유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부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가냘퍼 보이지만 섬세한 터치와 등장인물들의 뚜렷한 캐릭터. 음산함과 씁쓸한 미소가 연신 가시지 않는 작품이다. 엄마의 폭력적 행동에도 엄마와 함께 그리고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내연남의 공포감 속에서도 여아 주인공 레나는 엄마이기에, 가족이기에 하루, 하루를 버티며 허름한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즈음 같은 처지와도 같은 30대초반의 교사 나오가 레나와 첫만남을 갖고 레나의 버킷 리스트를 보고, 그녀와의 동거, 도주, 유괴를 저지르게에 이른다.

나오와 쓰구미, 하나와 도코의 대사 중심에 아픔과 슬픔, 사랑과 배려가 담겨 있다. 대사를 통해서 살아 있는 이미지가 형상화되어 드라마로 실제화 된다는 것이 작품의 묘미를 더해준다.

‘한 번만 더 유괴해 주세요‘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먹먹한 기분을 감출 수 없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알다시피 tvN의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그 이전에는 일본 드라마로 제작되어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완성도가 높으며 요즘 시대에 공감하고 나눠야 할 이야기가 많은 화두임에 틀림없다.

이 작품의 주인공 나오는 철새를 연구하는 연구원이었으나 원하는 직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대신 무로란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시니컬하며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주인공 나오, 아동학대 의심 아동으로 주목되던 레나라는 반 아이에 관해서도 무관심한 태도로 돌변하던 그녀가 어느날 커다란 사고를 치며 쫓고 쫓기는 상황 속에서 구원자와 조력자 등을 만나며 본인이 닥친 현실을 이겨나가며 자신의 삶에 있어서도 변화를 느끼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이 작품은 시나리오이자 드라마 대본으로 쓰여졌기에 독자로써, 시청자로써 공감할 만한 대사와 이야기들이 풍부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시간이 충분하다면 단숨에 읽을 수 있을만한 마력을 지닌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동학대라는 인권이 우선시 되는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자행되는 친부, 양부의 성적 학대와 폭력적인 억압이 얼마만큼 아동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고 극악무도한 결과를 보여주는지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서 자주 접하고 있다. 

그런 취지에서 이 작품은 그러한 아동학대의 현실에 대한 경종과 아동인권에 대한 주요한 가치를 드라마이자 책이라는 스토리 형식으로 구체화해 사회적인 문제의 해결법을 제시하고 내 일이 아니면 등한시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막중한 책임감과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을 가지고서 작가는 이야기를 기획하고 시각화하는 결과물까지 이어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너무 어둡게만 그리려하지 않은 작가의 의도 속에 등장하는 미소를 자아내는 따뜻한 대사들, 주인공격으로 그려지는 세자매간의 비밀을 사랑과 관심으로 보듬고 살아가는 여성CEO 도코라는 인물의 캐릭터 설정 등이 다채롭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또한 무엇이 올바른 부모의 모습이고 참 된 가족구성원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의 교훈까지 전해 주는 대본집이기에 커다란 내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만 한 장점을 지닌 이야기라 하겠다.


어쩔 수 밖에 유괴로 아이의 고통을 감수해주려는 가짜 엄마 나오, 하지만 그녀는 4월1일 만우절 진짜 거짓말이 아닌 참된 말로 레나의 엄마가 되기 위한 강한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오와 레나는 엄마와 딸이 될 수 밖에 없는 위급한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 나오는 쓰구미를 잠시 봐주던 자신의 친모 ‘하나‘와의 만남을 갖는다

이미 독자는 전체의 구조를 알고 있기에 드라마속 장면을 상상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연신 기침을 하는 ‘하나‘라는 인물.
그녀와 나오의 만남이 그저 긍정의 과정으로만 해피엔딩이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예감케 하는 장면이다.
또한 엄마의 손, 엄마의 얼굴, 나오는 그녀의 친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중년의 여인 ‘하나‘는 이미 그러한 진실을 알기에 북받치는 감정을 그저 감추고 숨길 수 밖에 없다.


어리디 어린 나오를 입양한 도코, 그리고 나오가 성인이 될 무렵 도코에게 나타나는 나오의 친모 그리고 그 둘의 인연은 꾸준히 이어지지만‘하나‘ 는 나오의 앞에 절대 나타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도코에게 하게 되지만......


서로 부둥켜 앉고 엄마와 딸의 정을 나누는
나오와 쓰구미(레나)

이런 장면들에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마음은 무엇일까? 어찌보면 칠팔십년대 신파 영화를 보듯한 닭살스러운 내용의 대사이지만 그러한 추억들이 아련하게 떠올라서인지 이러한 애절한 대사 속에 동화되게 만드는 것이 ‘마더‘대본집의 매력이다. 
쫓는자와 쫓기는자 잃기 싫은자와 잊고 싶은자의 연쇄적인 충돌과 만남들 속에 이 두 여성 주인공은 더욱 끈끈한 관계로 지속될 수 밖에 없으며, 가슴 아픈 이야기의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나 그 안에 희망을 볼 수 있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작품이어서 끝내 놓칠 수 없고, 행복한 마무리를 기대해 보는 작품이 ‘마더‘이다.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 되고 특별부록처럼 등당하는 대본집 속의 작가와 연출자들의 이야기 나눔 부분은 또 다른 방향에서의 작품 ‘마더‘를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게하는 작품에 대한 확장성을 제공한다.

캐릭터의 설정과 작품의 장소 섭외에 대한 에피소드 등 작품을 찍기전과 찍은 후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한 제작자들의 피드백 등이 대본집을 읽은 것이지만 진짜 장편 영화 한편, 드라마 시리즈를 모두 감상한 것과 같은 효과를 전해준 느낌이다. 

슬프고 애잔하지만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 따스한 이야기를 꿈꾸기에 이 작품 ‘마더‘가 긍정의 힘을 되찾는데 도움이 되도록 보다 많은 이들이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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